[2018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작]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 / 최유안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 / 최유안 1. 인터뷰 비가 오는 금요일 저녁 을지로입구역은 퇴근하는 사람들과 쇼핑백을 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나는 출구로 가는 통로에 서서 휴대폰의 메일 목록을 뒤적이는 중이었다. 습한 날씨에 더위를 먹은 건지 휴대폰이 자주 버벅댔다. 한참만에 학과 공지 메일에서 찾아낸 논문 마감일은 지금으로부터 네 달 후였다. 나는 날짜를 역산해 인터뷰 횟수를 가늠했다. 미리 계획한 두 번의 인터뷰 후에도 인터뷰이들과 시간만 잘 맞으면 두어 번 추가 인터뷰가 가능할 것 같았다. 사례 정리와 논문 작성을 번갈아 진행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지만 촉박할 정도도 아니었다. 관건은 인터뷰를 진행하며 논문의 결론에 도달하는데 도움이 될 적절한 사례를 발굴해내는 거였다. 화면을 끄고 고개를 들어 방향을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