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광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투명해도 선명한 / 김성욱
투명해도 선명한 / 김성욱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건 병원 로비였습니다. “넌 무슨 일로 왔니? 난 심장이 안 좋아서 가끔 치료받으러 오는데, 재수 없으면 지금처럼 꼼짝없이 병원에 입원해야 돼.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니? 병원은 참 재미없는 곳이거든.” 환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옆자리에 털썩 앉아 마치 저를 잘 알고 있기라도 하듯 말을 걸어왔습니다. 처음엔 다른 사람과 착각한 줄 알았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저를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었죠. 주위를 둘러봐도 그 아이 곁엔 저밖에 없었습니다. 어리둥절한 제 표정을 보며 아이가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그렇게 이상하게 볼 거 없어. 아까도 말했잖아. 병원은 재미없는 곳이라고. 그래서 가끔 여기에 내려와 아무한테나 말을 거는 습관이 생긴 것뿐이야. 침대에만 누워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