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태승희 / 프리스페이스
프리스페이스 태승희 여자는 언제나 빙고 중이었다. 다이어리 속에는 월별 혹은 주간 계획의 메모지 대신 5×5의 표로 만들어진 빙고판이 끼워져 있었다. 거기에는 튀김덮밥 같은 점심 메뉴부터 누군가의 장례식까지, 여자가 하루 동안 해야 할 일들로 채워져 있었다. 장례식은 아주 드물게 일어났으므로 여자에게 특별한 일이란 머리 모양을 바꾸거나 내시경 검사를 받는 일 정도였다. 여자의 스물네 시간은 스물네 칸을 채우기에는 무섭도록 단조로웠다. 장보기 목록을 풀어쓰기도 하고 양치질을 양치질 1, 2, 3으로 늘어놓기도 했다. 빙고판의 항목들은 오늘이나 내일이나 어제나, 일 년 전이나 엇비슷했다. 여자는 빙고를 통해 자신의 일 년이 웨이브와 스트레이트의 반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머리카락을 말고, 펴는 일을 서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