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필인더블랭크 / 김진표 당선작> 필인더블랭크 / 김진표 두텁고 촘촘한 암막커튼을 산 이유는 눈을 감아서 찾아오는 어둠만으로는 잠들 수 없어서였다. 새로 산 커튼이 빛을 모조리 잡아먹는 것을 보고 나서야 감은 눈에 찾아오는 어둠은 별다른 것이 없는 듯 했지만 전에 느끼지 못했던 침대에 푸욱 가라앉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감긴 눈 바깥의 방은 어떤 오브젝트나 선도 다 없어져 우주나 심연같은 거창한 비유를 들 수도 있었고 혹은 깊은 땅속. 또는 매일 만나는 이들의 매일이었다. 창호가 커튼을 걷는 소리가 들렸다. 겨울 초입의 건조한 햇살이 어두운 방에서 더 쨍하니 선명했다. 방을 가로지르는 아침과 밤의 경계에 창호는 항상 서있다. “창호야, 오늘 날씨.” - 오늘의 날씨는 구름이 많으며 비가 예보되어있습니다. 오후 1시~7시, .. 좋은 글/소설 3개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