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훈민정음 재개발지구 / 한경선
훈민정음 재개발지구 / 한경선 강남로 집현전 부동산 내벽에는매물로 나온 낯선 문자들이 새겨져 있다푸른 종이 속 세종대왕을 사랑한 삼촌은강남로에 집현전을 차려놓고그 안에 가득 바람을 풀어놓았다 이곳의 바람은타워팰리스 하늘과 내통한 지 이미 오래다집현전 내벽에 새롭게 나붙은 훈민정음을 보며성층권에서 내려온 별똥들의 수다가 한창이다별똥들의 방언도 이곳에서는종종 새로운 훈민정음으로 인정된다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소문의 지도를 따라북두칠성이 제 궤도를 돌 때궤도를 벗어난 뭇별들은 지하로 숨어들어각진 상자 한 귀퉁이에 지친 제 하루를 누인다 모양과 크기가 다른 상자 속의 상자앰뷸런스 소리가 빈번한 이곳곽에서 관으로 이동하는 길목에도 훈민정음이 있다흐린 불빛을 달고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관은언젠가는 땅속 깊이 스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