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비밀이 사는 아파트 / 허용호
비밀이 사는 아파트 / 허용호 비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무도 모르게 마음속 어딘가 꼭꼭 숨겨 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밀이 마음속에만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비밀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그런 곳이다. 나는 203동 1008호에 산다. 물론 나도 누군가의 비밀이다. 그가 비밀을 마음속에 숨겼을 때, 이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마음속에 갇힌 비밀들은 대부분 이 아파트로 모여든다. 비밀들이 갇힌 마음속 방에는 이 아파트와 연결되는 통로가 있다. 비밀들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통로를 통해 주인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게 되는데, 주인이 잊어버리거나 죽었을 때는 공급받지 못한다. 깊은 잠 속에 빠져 버린다. 누군가 깨워주지 않으면 영원히 잠을 잔다. 1000년 넘게 잠들어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