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27번 / 유주현
27번 / 유주현 초등학교 3학년 때 사다코를 시작했다. 정확히 사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전부터였다. 반장이 봄 소풍에서 찍은 사진을 빨간 리본이 달린 봉투에 담아 모두에게 선물로 나눠줬던 것이다. 스무 장 넘게 받은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대여섯 장 정도였다. 제각기 다른 소풍의 기억과 흔적으로 교실은 떠들썩해졌다. 드디어 내 순서가 다가오는 것 같아 고맙다며 손을 내밀었는데, 갑자기 반장은 악취라도 맡은 듯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 표정은 뭐지, 방금 전까지 기분 좋아보였는데, 혹시 지금 나 때문에 얼굴을 구긴 건가, 설마, 그럴 리가. 혼란스럽게 눈을 굴리던 나는 한참 뒤에야 아무런 포장도 없이, 책상 위에 달랑 놓여 있는 한 장의 사진을 목격하게 됐다. 반장이 셔터를 누른 순간은 거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