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MPD / 김나비
MPD(multiple personality disorder·다중인격장애) /김나비 포르말린 가득 찬 유리병을 본 적 있니시간을 베고 누운 병 속의 표본처럼내 몸속 수많은 사람 보관되어 있지 네모난 구멍들이 뚫려있는 몸통에각진 불이 켜지는 한밤이 찾아오면사람이 꿈틀거리는 유충처럼 보이지 몸속엔 살인범도 그를 쫓는 형사도 살지 술병의 병목 부는 나팔수도 하나 있지 심장엔 물방울 같은 아이들이 뛰어 놀지 바람이 어깨 펴고 옆구리를 치고 가면 철커덕 휘청이며 키를 높이 세우지 가슴에 현대아파트 이름표가 반짝이지 "오랫동안 꾸던 꿈의 소리 이제야 들어" 커튼을 연다. 밤을 지새우며 게워낸 글자들이 어둠을 뒤적이고 있다. 단단한 어둠의 각질을 뚫고 새로운 세상이 밀려온다. 오랫동안 꾸던 꿈의 소리를 이제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