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창 / 권준섭
창 / 권준섭 1. 타인의 창을 또렷하게 눈에 담은 건 17살 늦봄 때의 일이었다. 그는 전학을 간 학교에서 창가 반대쪽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고, 나는 교실에서 유일한 빈자리인 그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난 사춘기를 겪고 있는 다른 여자애들과 마찬가지로 남자애 옆에 앉는 것이 다소 신경이 쓰였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은지 나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어디서 왔는지, 지금 어디서 사는지 물어볼 법도 했는데, 하루가 끝날 때까지 말을 걸지도 않고 그저 책상 위를 가만히 보거나 내가 있는 반대편의 벽을 바라볼 뿐이었다. 난 그걸 온종일 의식하며 이따금 몰려든 반 아이들의 이런저런 질문들을 간신히 넘기고 있었다. 오직 그만이 다른 장소에 있는 것만 같았다. 혹은 투명한 철창이 그와 모두를 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