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양철북>의 시점과 아이의 시선
소설 『양철북』은 1인칭 화자의 서술구조(오스카는 나레이터이자 관찰자이다)를 지니고 있다. 영화 『양철북』에서도 역시 1인칭 화자인 오스카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오스카가 전후 사정을 설명해 주는 친절한 해설자와는 구별되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스카는 해설자이기에 앞서 주의 깊은 관찰자이다. 슐뢴도르프는 영화에서 이 관찰자의 시선을 영상으로 개입시킨다. 따라서 영화 속의 장면들은 전체의 반 이상이 3살 짜리 꼬마의 시점에서 본 어른들의 세계이다. 외할머니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각 장면들을 연결시키는 나레이터의 목소리도 꼬마의 당차고 기괴한 목소리이다. 오스카의 일상생활에서는 말더듬이 수준에서 머물 정도로 말이 없지만 나레이터로서는 어른들을 능가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