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 시 당선작] 김다희 / 무릎의 아바타 외 4편
무릎의 아바타 수도꼭지가 마른 눈물을 보인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철물점 김 씨를 불러 몇 번 수리를 해도 여전히 훌쩍거린다 팔순 앞둔 어머니 무릎에도 물이 샌다 그 누수엔 대책이 없다며 쇠붙이 무릎 끼워 넣는다 무릎에 세 든 쇠붙이는 제 무릎이 아니다 하늘 아래 그 무엇도 처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원형은 죽었다 사실 신도 죽었다 우리가 신봉하는 것은 신의 아바타인 것처럼 우리 집 수도꼭지든 어머니의 무릎이든 또 다른 아바타로 살고 있다 골목 시간의 나이테 같은 길이 둥글게 휘어지며 모퉁이를 지나간다 숨겨진 흔적이 꿈틀거린다 아픈 생각이 이 골목을 지나는 동안 꿈의 모서리가 닳아져 뭉툭해진다 하늘을 찾아가던 어린 날의 숨바꼭질 골목의 어깨보다 더 커버린 지금 골목에 들면 언제나 첫 눈이 내린다 그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