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미륵을 묻다 / 김형수
미륵을 묻다 / 김형수 이천여 년 전의 방가지똥 씨앗이스스로 발아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한 해밖에 못 사는 풀이 때를 기다린 것이다 사랑할 만한 세상이 오지 않아 이천 년 동안 눈 감은 태연함이라니고작 일 년 살자고 이천 년을 깜깜 세상 잠잤다니 그런 일이 어찌 꽃만의 일이랴우리도 한 천 년쯤 자다가살고 싶은 세상이 왔을 때 눈 뜨면 어떨까 사람이 세상을 가려 올 수 없으니땅에 엎드린 바랭이들 한 천 년쯤 작정하고나무를 묻었다는 매향埋香의 기록 아, 어느 어진 왕이 천 년 후를 도모했던가 침향이 되면 누구라도 꺼내 아름다운 향기로 살라고백 년도 아닌 천 년을 걸어 나무를 묻었단다그것은 사람이 땅에 심은 방가지똥이었다 한 해 지어 한 해 먹던 풀들이천 년 후의 나무 씨를 뿌렸다는,우리 오천 년 역사에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