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서랍 속 블랙홀 - 이덕래
서랍 속 블랙홀 / 이덕래 “어, 안녕하세요! 반가워요.”내 첫 인사를 듣고, 넌 내가 실망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넌 그만큼 민감한 녀석이었으니까. 넌 잠깐 내 눈을 바라보았지만, 곧 시선을 아래로 거두었다. 난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못 알아들었나? 혹시 일본인인가? 너는 왜소한 체구에 좁은 어깨를 가지고 있었다. 딱 군대를 안 갔다 온 꾸부정한 스무 살처럼 보였다. 너의 모습은 알파벳 ‘c’ 같았다. 대문자 C도 아닌 소문자 c. 삐쩍 마른 체격에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굽히지 않고 뻗어 꼽은 너의 모습은, 정녕 c였다. 나는 너보다 컸고, 말년 병장의 군복이라도 되는 양, 키부츠(이스라엘 집단 농장)에서 제공한 낡고 색 바랜 군청색 작업 잠바와 통 넓은 회색 바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