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아주 흔한 꽃 / 변희수
아주 흔한 꽃 / 변희수 갈 데까지 갔다는 말을안녕이란 말 대신 쓰고 싶어질 때쓰레기통 옆 구두 한 켤레말랑한 기억의 밑창을 덧대고 있다달릴수록 뒷걸음 치는 배경 박음질 해나가듯나란히 하나의 길을 꿰고 갔을 텐데서로 다른 기울기를 가진 한 짝축을 둥글게 깎고 고르는 순간길은 저마다 제 발에 꼭 맞는 문수로열려 있었을 것이지만 떠날 때는모두, 안개를 배경으로 걸었을 것이다가파른 직선 혹은 곡선의 에움길을밀어 넣을 때마다 팽팽하게 긴장하던 구둣볼끈을 고쳐 매고도매듭 없이결의만 다지던 저녁이 온 것처럼코끝을 돌려놓고 자도늘 잘 못 든 길처럼 헛갈리는 아침이정표 없는 허방에도 덜컹, 꽃피는 길 있었는지밑창에 찍힌 발가락 모양이 꾹꾹 눌러놓은압화처럼 선명하게 피어 있다어느 고대국가의 지층에 새겨진 족적처럼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