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할머니의 눈썹 문신 / 이만호
할머니의 눈썹 문신 / 이만호 문득, 썩지 않는 것이 있다74세 이만호 할머니의 짓무른 등이늦여름 바람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중에도푸르스름한 눈썹은 가지런히 웃는다그녀가 맹렬했을 때 유행했던 딥블루씨 컬러변색 없이 이상적으로 꺾인 저 각도는 견고하다 스스로 돌아눕지 못하는 날더 모호해질 내 눈썹눈으로 말하는 법을 배울까목에 박힌 관으로 바람의 리듬을 연습할까아니면 당장 도마뱀 꼬리같은 문신을 새길까 누구에게나 꽃의 시절은 오고, 왔다가 가고저렇게 맨얼굴로 누워 눈만 움직이는 동안내 등은 무화과 속처럼 익어가겠지만그 때도 살짝 웃는 눈썹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얼굴이 검어질수록 더 발랄해지는 눈썹이었으면 좋겠다 나 지금 당신의 바다에군무로 펄떡이는 멸치의 눈썹을 가져야 하리눈물나도록 푸른 염료에 상큼하게 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