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기독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궤 / 하미경
궤 / 하미경 처음으로 혼자 방을 쓰게 되었을 때였다. 방 한쪽 구석에 그것이 있었다. 거무튀튀한 색의 반닫이였다. 칠이 벗겨진 건지 칠을 한 적이 없었던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표면이 거칠었다. 양쪽에 손잡이가 있고 가운데에는 까만 쇠 구멍이 위에 두 개, 아래에 세 개가 있었다. 다섯 개 구멍을 일렬로 꿰어 길쭉한 쇠를 걸어 두었다. 걸쇠 아래쪽에는 경첩이 있었는데 군데군데 녹이 슬어 얼룩덜룩했다. 오래된 물건처럼 보였다. 나보다 먼저 방을 차지하고 있는 궤가 어쩐지 방의 주인 같았다.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그 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상상해보았다. 슬그머니 열어볼 생각도 했지만 열쇠도 없었고 혹시 열었다가 뭔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무섭기도 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나와 닮아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