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흰 콩떡 / 김지현
흰 콩떡 / 김지현 아버지의 가출은 쉰 떡 한 팩 때문이었다. 아니, 아직 연락이 되질 않으니 그렇다고 짐작할 뿐이다. 아닐지도 모른다. 라면을 끓여 먹은 흔적으로 보아, 밥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설거지를 하다 만 흔적으로 보아, 더러운 집 꼬락서니에 불끈 울화가 치밀었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어두컴컴한 실내가 서글펐던 것일지도. 가출이라는 것이 아버지에겐 좀 맞지 않지만 어쨌거나 지금 이 상황은 가출과 비슷해 보였다. 단순히 집을 나간 게 걱정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집을 나가서 살고 있으므로. 엄마와 다툰 후 종종 그랬던 것처럼 사나흘 기다리면 곧 아무렇지 않게 연락을 해올지도 몰랐다. 문제는 집을 나간 것까진 좋은데,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