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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6년만에 20배 대박…주식보다 나은 ‘레고 재테크’ 아시나요?

키덜트族 늘어 피규어 · 마론인형 등 한정판 완구가격 상승
1965년 출시된 ‘바비 인 미드나잇 레드’ 1600만원에 낙찰

시계, 자금추적 피하기 쉽고 상속세 없어 슈퍼리치에 인기
명품시계 한정판, 구매 직후 프리미엄 수천만원씩 붙기도


2007년 한정판으로 출시된 레고 ‘카페코너’는 현재 옥션에서 해외 구매 대행을 통해 310만~32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출시 당시 가격은 16만원. 6년 새 20배가 오른 셈이다. 국내 증시 주도주인 삼성전자가 2007년 말 60만원대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주가가 배 오르는 사이 한정판 레고는 20배 수익률을 거둔 것이다.

오래된 물건이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희소성이 높은 품목은 중고임에도 새 것보다 가격이 높다. 레고를 비롯해 마론인형, 명품 시계 나아가 고가의 한정판 자동차까지 ‘나만 갖고 있는 것’을 추구하는 욕망이 재테크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보편적이 아닌 일부에 한한다.

▶키덜트 늘자, 레고 재테크=레고를 비롯해 만화, 피규어, 마론인형 등 한정판 완구의 가격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르는 것은 ‘키덜트’의 등장과 밀접하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어른이 된 후에도 아이와 같은 감성을 소비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어린 시절 부모 허락없이는 구매하지 못했던 완구들을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 대가를 치르더라도 소비하는 성인이 늘어난 것이다. 

완구 회사도 이 같은 흐름을 부추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 덴마크 기업인 레고사는 어른의 눈높이에 맞는 정교한 모델을 한정판으로 출시해 성인으로 고객층을 확대했다. 이에 두텁게 형성된 마니아층은 온라인을 통해 한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 레고 제품에 프리미엄을 붙여 사고팔게 된 것이다. 



 2007년 한정판으로 출시된 로보트 태권V 피규어가 인기를 끌자 리페인팅해 출시한 2011년 버전 로보트 태권V

2007년에 처음 판매된 한정판 로보트 태권V 피규어는 출시 당시 정상가가 7만5000원이었지만 최근 판매 가격은 배 이상인 20만원 전후다. 한정판 출시 이후 일반판이 나오고 2011년 리페인팅한 피규어가 나왔지만 2007년 한정판이 가치는 가장 높다.

지난 2006년 영국에서 진행된 경매에 나온 1965년 출시된 ‘바비 인 미드나잇 레드’라는 이름의 바비 인형은 희소성을 인정받아 약 16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미셸 오바마의 이브닝 드레스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린 대만계 미국 디자이너 제이슨 우가 디자인한 마론인형.

▶시간 지날수록 가격 오르는 명품 시계=수천만원에 이르는 초호화 명품 시계는 중고가격이 신제품보다 높은 대표적인 품목이다. 물량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파테크 필리프 월드타임5131의 경우 정가는 8900만원대인데 해외 인터넷 중고 시장에선 헌 것이 1억8000만원가량에 팔리고 있다. 신제품 구매 자체가 워낙 어렵다 보니 희소성에 쓰던 물건을 웃돈을 주고 사는 식이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명품시계 한정판의 경우 구매 직후 프리미엄이 수천만원씩 붙기도 한다. 시계는 현금으로 결제하면 자금 흐름 추적을 피하기 쉽고 휴대가 간편한 데다 상속세가 별도로 부과되지 않아 슈퍼리치에게 인기다. 



 파테크 필리프 월드타임5131



 세일을 하지 않고 매년 가격을 올리는 정책으로 ‘샤테크’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샤넬백.


보관만 하고 있어도 가격이 오르는 중고 재테크는 매년 가격이 가파르게 인상되는 경우 고려해 볼 수있다. 세일을 하지 않고 매년 가격이 인상되는 샤넬백은 중고로 팔아도 오히려 살 때보다 득을 본다는 이른바 ‘샤테크’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블리자드에서 출시한 ‘디아블로 3’의 한정판 재테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반판(5만5000원)에 비해 비싼 한정판(9만9000원)은 해골모양 USB와 원화집 등이 추가되며 소장용으로 판매됐다. 이에 정식발매 전날부터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며 줄을 서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수개월 후 디아블로3는 온라인중고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판매가의 4~5배인 40만~50만원 이상에 판매됐다. 게임을 즐긴 후 판매에 나선 얼리어답터와 게임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마니아 사이에 시장이 형성되면서 가격이 뛰어오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판의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희소성이란 매력 때문인데, 애초에 일부 회사가 한정판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악용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특히 한정판이 고가로 팔릴 것을 예상하고 사들인 후 되팔며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한번 짚어볼 문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