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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할매 바리스타와 원두 그리고 사막여우 / 이재민

 

길냥이가 되겠다는 건 내 선택이었어. 버림도 강요도 아니야.

난 파란 수국 아래 앉아 있었어. 한 번도 본 적 없는 냥이 하나가 비석마을에 들어온 거야. 내 영역에 발을 들인 이상 가만둘 리가 없지.

그런데 그 녀석 귀가 솔깃한 말을 해. 비석마을 너머 아미산 아래 어쩌고 하면서. 난 침을 꼴깍거리며 들었어.

더 유혹적인 건 마을 전체가 캣타워나 다름없다고 하는 거야. 마을이 시작하는 곳부터 끝나는 데까지. 그런 마을은 분명 우리 냥이들에게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지. 그 녀석이 밤 풍경을 말하는데 난 그만 꼴까닥 넘어가고 말았어. 그 냥이 녀석 표현을 빌리자면, 밤마다 아미산 계곡에서 항구까지 불빛이 은하수처럼 흐른다나. 난 별 보는 걸 좋아한단 말이야.

항구, 말만 들어도 코끝으로 고소한 비린내가 스치는 것 같았어. 참치통조림과는 비교가 안 되는 진한 비린내. 사실 그게 그리웠거든.

아미산을 넘어가는 길을 그려달라고 했지. 참치비빔밥을 덤으로 주고 내 영역과 교환했어. 난 바로 떠날 거니까.

냥이 녀석이 아미산을 넘어가는 방법을 열두 가지나 말하는 거야. 녀석이 추천한 방법은 마을버스 타기였어. 열두 가지 방법 중 제일 빠르고 쉽다고 했어. 비석마을에서 아미마을로 가는 막차를 타고 아미성당 앞 정류장에 내리라는 거야.

다른 냥이들에겐 말하지 않았어. 비석마을을 떠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할 테니까.

그 녀석이 당부한 말은 머리에 콕 집어넣었어. 오리 벽화 집 억순이 할매가 담아놓는 사료가 제일 맛있다고 했어. 그리고 진짜 힘들 땐 사막여우를 찾아가라는 거야. 사막도 아닌데 사막여우가 있다니 거짓말 같았지만 믿기로 했어.

아미성당 정류장이라는 방송이 나올 때 가슴이 쿵쾅거렸어. 자동문이 열릴 때 얼른 뛰어 내렸지.

내가 버스에서 내리는 걸 보고 세 녀석이 나타났어. 꼬리를 부풀리고 길을 막는 거야. 우선 피하고 보자 생각했지. 적을 만들면 안 되잖아. 얼른 성당 마당으로 도망쳤어.

첫날 밤부터 이런 수모이라니. 난 항구와 은하수처럼 흐른다는 불빛을 찾아온 거뿐인데. 성당 담장에 올라가니 집집마다 별을 달고 있는 거야. 불빛이 은하수 같았어.

날이 새면 이곳 냥이들과 협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하루 이틀 머물다가 떠날 곳이 아니니까.

참치비빔밥 꿈을 꾸다 잠을 깼지. 해가 머리 위에 있었어. 여긴 비석마을이 아니니까 식사를 찾아야 해. 전봇대 아래 물이랑 사료가 있었는데, 엄마 냥이와 아기 냥이들이 오글거리고 있어서 양보했지. 또 나무계단 밑에도 그릇이 있었는데 이미 빈 그릇이었어.

녀석이 알려준 오리 벽화가 그려진 집을 찾아 나섰어. 지붕 열 개를 넘고 담장 다섯 개를 건넜어. 드디어 오리 벽화가 눈에 딱 들어오는 거야. 다른 녀석들이 먼저 왔다갔는지 빈 그릇만 있는 거야. 담장을 살짝 넘어 좁은 마당으로 들어갔는데 집엔 아무도 없었어.

배꼽시계가 자꾸 꼬르륵거리잖아. 그런데 특별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거렸어. 냄새를 따라 지붕 세 개를 더 건너갔어. 창문을 살짝 들여다보니 유리장 안에 동그란 과자가 색색이 진열되어 있는 거야. 한 아이가 들어와서 하는 말을 들었어. 마카롱 주세요.

난 얼른 문 앞으로 갔어. 봉지를 들고 나온 아이를 가만히 보았지. 그 아이가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았어. 내가 말했어. 나도 마카롱 주세요. 마카롱 봉지가 열렸어. 난 그 애 입만 쳐다보았지. 아이가 민트 색 마카롱을 한 입 깨물었는데 엄마가 부르는 거야. 한 입 먹었으니 남겨주겠지. 기다렸어. 그런데 그 애는 그냥 가버렸어. 와플 조각과 소시지 꼬치를 발견한 건 행운이었어. 늦은 오후가 돼서야 어쨌든 아미마을 첫 식사를 마쳤어.

그럭저럭 시간이 흘렀어. 아미마을 길냥이로 산다는 건 좀 힘들지만 아름다운 일 같았어. 한 밤, 한 밤 지내다 보니 비석마을을 떠나온 지도 거의 한 달이 넘은 거야. 오랜만에 동네 지붕을 건너다니며 관절과 근육을 풀었지. 일광욕을 하면서 늘어지게 낮잠도 잤고.

그런데 얼마 전부터 털에 윤기가 빠지고 까칠해지는 거야. 핥아보면 느낄 수 있잖아. 듬성듬성 털이 빠지는 곳도 생기고. 전과 달리 사람들이 나를 보면 피한다는 게 느껴져. 내가 병균 덩어리도 아닌데, 해치지도 않는데 도무지 가까이 오질 않아.

비가 내렸어. 문득 사막여우가 생각났어.

비 때문에 냥이들이 다들 틀어박혀 있나 봐. 난 어떻게든 사막여우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지. 고민이 생겼거든. 오십 개도 넘는 지붕을 넘어온 것 같아. 백 개도 넘는 계단 골목을 올라왔고. 불쑥불쑥 튀어 나온 냥이들과 마주쳐 몇 번 놀래긴 했어.

다행히 비가 그쳤지. 무지개도 봤어. 그리고 사진관 앞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고. 내가 조금 지치긴 했지만 모든 게 무난한 날이었어.

배부른 기지개를 켜는데 소행성 B612로 가는 물고기 표지판이 눈에 딱 들어오는 거야. 기억을 더듬어 그 냥이 녀석이 한 말들을 떠올렸어. 사막여우, 소행성, 주황색, 빨강 목도리, 그리고 어린왕자.

표지판을 따라 후다닥 올라갔어.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앉아 있는 거야. 곁에 앉아도 되는지 물었지. 난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사이에 앉았어.

셋이서 한참 동안 하늘을 보고 있었어. 해가 지는 붉은 하늘을 말이야. 바람에 묻어온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살짝살짝 간질거리는 거야. 진한 생선 비린내였어.

어린왕자가 그랬어.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사막여우도 말했어. 바다가 아름다운 건 어딘가 노을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노을을 보면서 하마터면 울 뻔했어. 눈물 나게 무언가가 그리운 저녁이었어. 이제 밤마다 은하수 같은 불빛을 봐도 도무지 설레지도 않아. 여긴 아름다운 곳인데 모든 게 그냥 다 덤덤해져 버렸어.

사막여우가 말했어. 너 지쳐 있구나. 나는 마음속 말이 나올 것 같아 입에 힘을 꽉 주었어.

그렇게 앉아 있는데 한 녀석이 다가와 자기를 따라가자고 했어. 항구로 내려가자고. 그 녀석이 선수를 치는 거야. 너 생선 맛이 그립지.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거처럼 말을 하잖아. 안 그래도 생선을 먹지 못해 우울증에 걸리기 직전인데. 그 녀석 말이 내 뒷모습에 그렇게 씌어 있다나.

그리고 수산물 냉동 창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거야. 저 멀리 보이는 항구 주변 큰 회색 건물들이 죄다 수산물 냉동 창고라고. 수산물이라, 난 혀를 돌려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았어.

언젠가부터 생선 맛이 그리우면 물고기 벽화를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었어. 사람들은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벽화 앞의 냥이라며 사진 찍기에 바빴지.

난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였어. 당장 따라가겠어.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사막여우가 그랬어. 친구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그런데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지. 힘들면 다시 찾아와.

그날 밤에 냉동 창고를 털어볼 계획을 세웠어. 우리가 아주 나쁜 일을 꾸민다고 생각하지 마. 창고 마당에 떨어져 있을 몇 마리 생선이 있다면 주워온다는 거였지.

항구로 내려가는 길은 험했어. 버스와 자동차와 오토바이, 그리고 사람들. 얼마나 빠르고 바삐 움직이는지 밟혀 죽지 않은 게 다행이었어. 마을에서 내려다보면 바삐 움직이는 건 하나도 보이지 않았거든.

마을에서 내려온 지 하루를 꼬빡 쓰고 냉동 창고 정문을 통과했어.

아, 그런데 내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이었어. 생선 몇 마리쯤은 떨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착각이었어. 매끈한 창고 마당, 반듯하게 주차된 자동차.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정문 차단기를 통과하는 냉동트럭들. 정신 못 차리고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 혼자였으면 용기가 안 났을 텐데, 녀석과 같이 움직이니까 무서움은 덜 했어. 그 녀석이 고백하는 거야. 자기도 이야기만 들었지 처음 내려왔다고. 어이가 없었지. 하마터면 때려 줄 뻔 했어.

우린 냉동 창고 경비실 근처에 있다가 밤에 트럭 지붕에 올라갔어. 저 멀리 아미마을이 은하수처럼 반짝이고 있는 거야. 겨우 하룻밤 지났을 뿐인데 눈물이 찔끔 났어.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보고 싶었어. 나를 닮은 다른 녀석들도.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려고 이른 잠을 청했어. 우리는 방파제에 나가 볼 작정이었거든. 낚시꾼들에게서 갓 잡아 올린 생선 몇 마리는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일어나니 정문 자판기 옆에 사료와 물이 놓여 있었어. 주인이 있는 것 같아 조금만 먹고 남겼어.

방파제 끝 등대까지 가보았어. 바닷바람이 털 속까지 들어와 간질거리는 거야. 둘이서 햇볕에 달궈진 방파제에 앉았는데 아저씨가 전갱이 두 마리와 고등어 한 마리를 던져주는 거야. 아, 파닥거리는 놈들을 얼마 만에 보는 건지. 차마 혼자 먹을 수가 없었어. 마을에 있는 다른 냥이 녀석들이 막 생각나는 거야. 난 다시 돌아가겠다고 했지. 같이 내려간 녀석은 항구에서 살겠다고 했어.

전갱이와 고등어와 그 녀석을 방파제에 남겨 놓고 난 걸음을 재촉했어. 쉬지 않고 달려 겨우 계단 골목이 시작되는 곳에 도착했어. 바닷바람을 마셔서인지 긴 외출이었는데도 몸은 가뿐했어.

계단 골목을 가볍게 올라갔어. 파랑지붕에서 해바라기를 하는데 진한 커피 향과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는 거야. 냄새를 따라 얼른 내려갔지. 뱃속이 요동쳤어. 계단 골목 왼쪽에 노란색 나무 문이 달린 카페였어. 문 옆으로 빨간 제라늄 토분 두 개가 앉아 있고.

어쩌다 목이 말라 일회용 컵에 담긴 쓴맛 나는 물을 마신 적이 있었어. 그걸 마시고 밤새 한숨도 못잔 적이 있었거든. 그 물이 커피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지.

마치 내 집인 양 노란 문 안으로 들어갔어. 그래야 손님들이 놀라지 않으니까. 당연히 카페 식구로 알겠지. 카운터를 몇 걸음 앞두고 허리를 세우고 얌전히 앉았어. 그런데 깜짝 놀랐어. 커피를 내리던 할매와 내 눈이 딱 마주쳤어. 꽁무니를 올리고 달아나려는데 할매가 나를 보고 곱게 웃는 거야. 오리 벽화 집 억순이 할매였어. 난 바로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았어.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한 할매가 상자에서 뭔가 꺼내더니 내 앞에 앉는 거야. 그리고 내 목에 노랑리본을 묶어 주셨어. 카페 손님들이 예쁘다며 사진을 찍고 난리였어. 눈물이 날 뻔했지. 아니 눈물이 핑 돌았어. 할매가 말했어. 여기가 마음에 드는가 보구나. 그때 누군가 이러잖아. 어머, 카페 냥이답게 털도 커피색이야!

그제야 알았어. 내 털 색깔이 검은색도 누런색도 갈색도 아닌 커피색이라는 걸. 할매가 고등어구이 한 토막을 내왔어. 우리 원두, 잘도 먹네. 배가 많이 고팠구나.

카페 손님들도 나에게 말을 걸었어. 네 이름이 커피콩 원두였구나. 할매 바리스타와 원두라 이름도 예쁘네. 커피색 털을 가진 냥이는 처음 봐. 할매 바리스타도 처음인데 카페 냥이도 멋져.

갑자기 스타가 된 기분이었어. 하지만 잘난 척은 금물이야. 할매가 허락한 것도 아니고 카페에 온 지 30분도 안 됐잖아. 나는 문밖으로 나가 제라늄 토분 곁에 얌전히 앉아 있었어. 손님들이 카페를 나가면서 나를 또 찍는 거야. 제라늄과 원두랑 같이 찍으니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고.

할매 바리스타가 마지막 손님을 배웅하고는 나에게 말을 걸었어. 잘 곳은 있니. 내가 눈으로 말했어. 노랑리본 고맙습니다. 할매가 나에게 무릎 담요 하나를 선물했어.

다음날부터 난 엄청나게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되었어. 카페 손님에게 안내문을 전하는 일이야. 할매 바리스타예요. 주문할 때는 큰소리로 해주세요. 커피가 조금 늦게 나올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맛은 최고예요. 전 카페 냥이 원두예요.

사막여우가 왜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아. 아미마을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보석 같은 사랑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었어. -끝-




  <당선소감>


   "깃발 꽂을 한 뼘 영토 가질 수 있게 돼 기뻐"


간절히 영토를 찾아다녔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깃발을 꽂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동백섬 솔바람이 바다 냄새를 몰고 와 몸을 휘감았습니다. 조금은 사악해졌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솔밭을 걸었습니다. 그곳엔 아직 한 아이가 앉아 있었습니다. 바닷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연신 걷어 올리는 아이. 아이는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 조각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바위에 엎드려 손바닥으로 꼭 누른 종이에 바다를 풀어놓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늘 스스로를 비난했습니다. 두려움과 체념이 피부병처럼 온 몸에 퍼질 무렵, 그 아이는 비로소 한 뼘 영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의자를 사야겠습니다. 의자를 매고 바다로 달려갈 것입니다. 마감 시간 임박하게 원고를 제출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는 평화로웠고 노을은 이미 어둠에 묻혔습니다. 자비를 구할 곳이 없었다면 혼자 얼마나 허무하고 비참했을까.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서 2022년 신춘문예를 기약했습니다.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바랐던 일이었지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깃발을 꽂도록 허락해 주신 안미란 선생님, 박선미 선생님 고맙습니다. 동화와 글벗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신 김재원 선생님과 문학 공부의 등대가 되어 주신 김문홍 선생님, 감사합니다. 무조건 지지자인 착한 남편 안드레아 씨, 그리고 글벗님들 사랑합니다. 내가 아닌 또 다른 하나의 사람이 되어, 하나의 어린 아이가 되어 쓰는 일을 기꺼이 이어 가겠습니다.



  ● 1964년 부산 출생.
  ● 2016년 ‘경남문학’ 동화부문 신인상.
  ● 창원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심사평>


  정돈된 문체와 세밀한 묘사로 그려 낸 보석 같은 사랑


올해 아동문학 부문은 동시에 157명이 625편을, 동화에 106명이 112편을 응모하였으며 부산 경남권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응모를 해 와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대한 열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동시 부문에서 당선작이 나오지 않아 올해 응모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동심과 시심이 어우러지면서 신인다운 실험성과 참신함까지 지닌 작품을 찾기 어려웠다. 동화의 경우 동물우화나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적 기법의 시도가 많았지만 동화의 본령이라고 할 환상성과 동심을 세련되게 형상화한 작품은 드물었다.

동시 부문에서 최종심에 오른 ‘짝’은 농촌 현실과 노인 문제를 연결하여 삶을 성찰하게 하는 묵직한 감동을 주었다. ‘벽화마을 천사’는 진솔한 소재에 바탕을 둔 주제의 형상화가 돋보였다. 하지만 두 응모자 모두 함께 응모한 다른 작품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였다. 동화 부문에서 최종심에 오른 ‘숲속의 작은 무덤’은 아동 학대라는 참혹한 사회적 이슈를 동자 귀신을 등장시켜 따뜻하게 풀어내어 소재적 제약을 파기하고 과감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스트라이크’는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경쾌한 문장으로 아이들의 주체성을 잘 드러낸 수작이었다.

심사위원의 거듭된 논의를 거쳐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된 ‘할매 바리스타와 원두 그리고 사막여우’는 길고양이를 통해 비루한 현실 속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사랑을 정돈된 문체와 세밀한 묘사로 그려 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풍경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신인의 앞날에 문운이 가득하길 빈다.

 

심사위원 : 박선미, 안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