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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댄스 톡톡 / 홍송희

 

‘톡톡’


학교가 끝난 오후 3시, 여자아이들 수십 명이 운동장에 모여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건 바로, 스마트폰!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댄스 톡톡’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 인기다. 자신이 춤추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면, 영상을 본 사람들이 화면을 ‘톡톡’ 쳐서, 그 사람에게 하트를 보내주는 것이다.


5학년 1반의 김송이는 벌써 천 개가 넘는 하트를 받았다. 그렇게 송이는 단숨에 정보초등학교 스타가 되었다.


“야, 송이 영상에 하트가 더 늘었어!”


“흐익! 천이백 개? 내 영상은 아직 열일곱 개뿐인데, 진짜 부럽다.”


송이는 항상 한 무리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아영이는 그 무리에 낄 수가 없었다. 무리에 끼려면 스마트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댄스 톡톡’ 아이디가 있다. 그렇게 서로의 동영상을 나누어보며 친해지는 것이다. 반면 아영이의 핸드폰은 전화랑 문자만 되는 기본 핸드폰이다. 그나마 이것도, 얼마 전 아빠가 중고로 구해온 것이었다.


아영이는 자신의 핸드폰을 누가 볼세라 재빨리 등 뒤로 숨겼다. 그 순간, 친구들 무리에 둘러싸여 있던 송이와 눈이 마주쳤다. 송이는 못 볼 것이라도 본 듯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멀리서 송이를 바라보던 아영이는 오늘도 홀로 집에 왔다.


집으로 돌아온 아영이는 오늘도 혼자였다. 아영이는 아빠와 둘이 산다. 엄마는 아영이가 어릴 때 집을 나갔고, 아빠는 아침 일찍 나갔다 밤늦게나 돌아오시기 때문에, 평일엔 얼굴도 잘 못 본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식탁 위에 오천 원이 놓여 있으면, ‘아빠가 왔다 갔구나.’ 하고 짐작할 뿐이었다.


아영이가 유일하게 외로움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은 춤추는 시간이었다.


아영이의 꿈은 가수다. 소심한 성격 탓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매일 밤 베란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춤 연습을 할 정도로 아영이는 춤추는 것을 좋아했다. 늦은 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을 때면 너무나 무서웠지만, 춤을 추면 어느새 두려움도 잊혀졌다. 하지만 아무리 춤을 좋아하는 아영이라도 오늘은 도저히 춤출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건 바로 송이 때문이다.


송이와 아영이는 단짝 친구다. 아니 친구였다. 4학년 때부터 2년째 같은 반인 두 아이는, 어떻게 단짝이 됐을까 싶을 정도로 성격이 극과 극이었다. 소심하고 존재감 없는 아영이와 달리, 송이는 활발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이렇게 다른 두 아이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춤 때문이었다.


작년 봄, 베란다 창문에 비친 모습을 보며 춤 연습을 하던 아영이는, 그날 깜빡하고 베란다 샷시를 내리지 않았다. 그렇게 옆 동 아파트를 향해 본의 아니게 댄스 공연을 하던 아영이를, 옆 동에 살던 송이가 딱 하고 봐 버린 것이다. 아영이는 부끄러움에 부리나케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다음날, 송이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아영아, 나 춤 좀 가르쳐줘.”


“응?”


“사실 내 꿈이 가수거든. 나도 다른 애들처럼 춤 학원에 다니고 싶은데, 엄마는 영어나 수학 학원 아니면 안 된대.”


아영이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손톱만 만지작거렸다.


“근데, 아영이 너 춤 진짜 잘 추더라. 나 정말 깜짝 놀랐어!”


송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가수 해도 되겠던걸?”


송이의 말에 아영이가 펄쩍 뛰었다.


“아니야! 가수는 무슨…….”


아영이는 자신의 비밀을 들킨 것처럼 심장이 두근댔다. 혹시 아이들이 놀리진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송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진짜야. ‘넥스트 스타’ 같은 오디션 한 번 나가봐!”


아영이는 또 한 번 뜨끔했다. 사실은 매일 밤, 오디션에서 멋지게 춤추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아영이는 송이가 자기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나 춤 가르쳐주는 거다!”


송이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아영이가 망설이자 송이가 떼를 썼다.


“아, 빨리! 나 가르쳐 주는 거야? 응? 응?”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목소리 좀 작게…….”


혹시 다른 아이들이 들을세라 아영이가 재빨리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렇게 그날부터, 둘은 매일 아영이의 집에서 베란다 창문을 보며 춤 연습을 했다. 확실히 혼자 춤을 출 때보다 재미있었다. 웨이브가 잘 안 되는 송이를 보며 깔깔 웃기도 하고, 땀에 흠뻑 젖을 만큼 열심히 연습한 뒤엔, 송이 엄마가 식탁에 놓고 간 돈으로 음료수를 사 먹기도 했다. 송이도 아영이처럼 밤늦게까지 혼자 있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년 한 해, 둘은 서로에게 든든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다 끝난 것 같았다. 올해 초, 송이에게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송이가 스마트폰이 있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댄스 톡톡’으로 스타가 된 송이에게 이제 아영이와 함께할 시간 따위는 없는 것 같았다.


아영이는 자신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친구들 것과 달리 낡고 초라했다.


‘이게 다 이 고물 핸드폰 때문이야.’


아영이가 핸드폰을 바닥에 휙 던졌다.


그러자 핸드폰 화면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으악!”


너무나 강렬한 빛에 아영이는 질끈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서서히 눈을 뜬 아영이 앞에 깜짝 놀랄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아영이가 오디션 프로그램인 ‘넥스트 스타’ 무대에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아영이는 너무 무서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관객석도 심사위원석도 없이 덩그러니 무대만 있는 곳이었지만 아영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아영이 앞에 커다란 창문이 나타났다. 매일 밤 아영이의 외로움을 잊게 해준 바로 그 베란다 창문이었다. 순간, 아영이는 보호받고 있는 것 같은 안정감이 들었다.


그때, 유명 아이돌 그룹인 ‘틴즈’의 노래가 무대로 흘러나왔다. 아영이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떨리던 다리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아영이가 몸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어느새 춤에 빠져든 아영이는 중간중간 여유로운 미소를 짓기도 하며 5분 동안 쉬지 않고 춤을 췄다.


음악이 꺼진 무대, 아영이가 홀로 무대에서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때, 아영이 앞에 있던 창문에 족히 100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화상채팅을 하듯 격자무늬로 나눠진 화면 위에서 사람들은 모두 아영이를 보고 있었다.


시선이 쏠리자 아영이는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런데 그 순간, 사람들이 자신의 화면을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대에 서 있는 아영이 옆에 하트 모양의 비눗방울이 톡 하고 떠올랐다. 사람들이 화면을 ‘톡톡’ 두드릴 때마다, ‘톡톡’ 하트가 올라왔다. 어느새 아영이는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수십 개의 하트에 둘러싸였다.


‘이게 뭐지.’


아영이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깨달았다. 자신이 ‘댄스 톡톡’ 어플리케이션 안으로 들어왔다는 걸. 화면에 비친 사람들 중에는 박수를 쳐주는 사람도 있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는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아영이 또래의 아이들이었다. 아영이는 자신을 둘러싼 이 하트들이 친구들이 자신에게 보내준 관심과 사랑 같았다. 어쩐지 오늘은 외롭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영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핸드폰 속으로 들어갔다. ‘댄스 톡톡’ 어플리케이션 안에 있는 동안은 외롭지 않았다. 친구들이 인정해주고 하트를 보내주니 자신감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았다. 아영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댄스 톡톡’에서와 달리 교실에선 여전히 혼자인 아영이 귀에, 송이 무리가 하는 말이 꽂혔다.


“야 근데, 어제 ‘댄스 톡톡’에서 본 애, 정아영 아니었냐?”


그 순간, 모든 아이들이 아영이를 바라보았다. 잠시 교실에 정적이 흘렀다.


“에이, 말도 안 돼. 그냥 닮은 애겠지.”


“그치?”


“그럼! 그 영상, 하트 만 개도 넘던데…… 정아영이라니, 말도 안 돼.”


“그래 그건 그렇다.”


아이들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영이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모두가 아영이에게서 시선을 뗀 그때, 단 한 명, 송이만이 아영이의 표정을 오래도록 살피고 있었다.


그날 저녁, 핸드폰을 앞에 둔 아영이는 고민에 빠졌다. 화면에 나온 수많은 아이들 중에 정보초등학교 친구들도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만둘 순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은 햄버거 같았다. 게다가 더 이상한 건, 하트를 받을 때는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행복한데, 무대에서 내려오면 예전보다 더 견딜 수 없게 외롭다는 사실이었다.


아영이는 결국 핸드폰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무대 위에 섰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좀 달랐다. 눈앞에 있던 창문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 누군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무대를 제외한 곳은 전부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아영이 쪽으로 오고 있었다. 무대 위로 누군가 올라왔다.


“네가 여기 어떻게…….”


아영이가 놀라 입을 가렸다. 무대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송이였다.


“역시 그 영상, 아영이 너였구나.”


송이가 담담하게 말하며 아영이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아영이가 살짝 뒷걸음질을 쳤다. 지난 몇 달간 받은 상처가 꽤 깊은 탓이었다. 그런 아영이를 보자 송이가 자리에 멈추어 섰다.


“아영아, 나 너한테 고백할 게 있어.”


송이의 말에 아영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서 있었다.


“나 사실 스마트폰 없어.”


아영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스마트폰이 없다니? 그럼 ‘댄스 톡톡’은 어떻게…….”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 아영이 머릿속이 번쩍했다.


“설마, 너도 여기 들어와서 춤을 춘 거야?”


“응, 맞아.”


“그럼 다른 애들이랑 동영상 볼 때는? 그땐 스마트폰 있었잖아?”


“그때도 없었어. 네가 가까이 오지 않아서 몰랐던 거지. 난 엄마가 학교에 스마트폰 가지고 가지 말라고 했다고 거짓말하고, 항상 다른 애들 핸드폰만 봤어.”


혼란스러워하는 아영이를 두고 송이는 말을 이었다.


“숨겨서 미안해. 그냥…… 너무 두려웠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날 좋아해 주는데, 내가 스마트폰이 없다고 말하면 더 이상 하트를 받지 못할 것만 같았어.”


이야기를 하는 송이는 손톱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송이의 긴장한 모습이었다.


“내 꿈은 가수인데, 인기가 많아지니 정말 꿈을 이룬 것 같았어.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상하게 더 외롭더라. 오히려 너와 매일 밤 춤 연습을 했던 때가 더 행복했던 것 같아.”


“왜? 널 좋아하는 친구들 많잖아.”


아영이의 말에 송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걔네들은 날 좋아하는 게 아니야.”


“그럼?”


“그냥 유명한 애랑 친구가 하고 싶은 거야. 아마 내가 ‘댄스 톡톡’에서 인기가 떨어지면, 그 애들도 바로 나한테서 떨어져 나갈걸?”


송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너에게만큼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건데, 나도 내내 마음이 불편했어. 미안해, 용서해줄래?”


송이의 말을 듣자 아영이의 마음속에서도 무언가 묵직한 것 하나가 떠올랐다.


“송이야.”


“응?”


“사실 나도 너한테 고백할 거 있어.”


“뭔데?”


아영이가 깊은숨을 한 번 내쉬었다.


“사실 내 꿈도 가수야.”


“뭐?”


송이가 놀라 펄쩍 뛰었다.


“아니, 1년 넘게 같이 춤추면서 그런 말 없었잖아.”


“혹시 네가 날 비웃을까 봐 겁나서…….”


아영이의 말을 들은 송이가 푸하하 웃었다.


“야, 친구 사이에 비웃는 게 어디 있냐? 그러게 내가 진작 말했잖아. 너 가수 해도 될 것 같다고. 내가 말할 땐 아니라고 딱 잡아떼더니.”


“히히, 미안.”


아영이가 멋쩍은 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럼 이걸로 우리 화해한 거다!”


아영이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에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작년 이맘때, 두 아이가 함께 연습하던 바로 그 곡이었다. 사라졌던 창문도 다시 나타났다. 두 아이가 거울에 비친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송이가 음악에 맞추어 엉덩이를 살짝 씰룩였다. 그 모습을 본 아영이가 까르르 웃었다. 아영이도 질세라 엉덩이를 힘차게 씰룩였다. 이번엔 송이가 까르르 웃었다.


“다음 동작이 뭐였지?”


“박수 두 번에 웨이브!”


송이와 아영이가 기억을 더듬어가며 동작을 하나하나 맞춰갔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텅 빈 무대는 두 아이만의 공간이 되었다. 춤을 추던 두 아이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두 아이 사이로 하트 하나가 톡하고 떠올랐다.





  <당선소감>


   "당선은 하나의 점, 이으면 멋진 별자리 될 것"


내겐 어릴 적 기억이 하나 있다.

노랑 반 선생님은 유치원 문집에 넣어야 하니 IMF가 무엇인지 써오라고 했다. 7살이었던 나는 짤막하게 적었다.

‘돈이 없다는 것, 돈 많이 벌자는 것, 그리고 시대를 이기자는 것.’

선생님들이 모인 방에 글을 전달했다. 문을 닫고 나오는 그때, 방이 한 번 출렁였다.

그 날이었다. 고요했던 내 안에 첫 파동이 인 날.

그 일렁임이 좋았던 꼬마는, 꽤 오랫동안 불 꺼진 복도에 홀로 서 있었다.

우연히 엄마가 쓴 편지를 보았다. 다섯 살 남짓한 아이에게 엄마는 진지하게 다짐했다. 적어도 네가 하려는 일을 막는 못난 엄마는 되지 않겠다고……. 엄마는 약속을 지켜냈다.

홀로 아프리카로 떠날 때에도, 글로 세상을 창조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을 때도, 엄마는 긴말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은 해야지.’

진심이 담긴 글은 힘이 세다. 23년 전 엄마의 편지는 나를 일렁이게 했다.

두 번째 파동이었다.

일주일 전, 당선 소식을 들은 난 한동안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다. 이 일을 소화해낼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며칠간 이런저런 글을 썼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이 소식을 알리지 않아도 행복하겠다.’

무언가를 진정 좋아하는지는, 그것의 본질만 남았을 때 드러난다. 내 생각보다 나는 훨씬 더 글쓰기를 좋아하고 있었다.

꽤나 큰 파동이었다.

학창 시절, 내게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아빠는 말했다. 오늘 이 사건은 하나의 점이라고. 훗날 너의 우주에 찍힌 점을 이어보면, 분명 멋진 별자리가 될 거라고 했다.

오늘 찍힌 이 점이 방점이 될지, 시작점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나는 향후 스스로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진짜 파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대전 출생
  ● 세븐 동화 창작 모임 반장
  ● 유튜브 채널 ‘하다쌤’ 운영 중
  ● 현직 초등학교 교사


 

  <심사평>


  팬데믹 시대, 희망을 펼쳐가는 뜨거운 열정들


동화 쓰는 일은 성인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글을 쓰기에 절대 쉽지 않다. 성인이 읽는 글에 비교해 글쓰기가 훨씬 어렵고, 고도의 집중력과 현대적 감수성이 요구되는 힘든 작업이다. 그런데도 2021 광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150편이 넘는 작품이 응모되어 동화 쓰는 작가로서 내심 흐뭇했다. 먼저 온갖 힘을 쏟았을 응모자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응모작의 소재는 코로나 19, 인공지능(AI), 크리에이터, 유튜버 관련의 시의성 강한 작품을 비롯해 환경오염, 결손 가정 및 다문화가정, 왕따 문제 등등 다양했다. 형식적 측면에서는 새로움을 시도해 눈길을 끄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작품 완성도가 미흡해 보였다. 심사과정에 기성세대의 가치와 관념을 무조건 받아들이도록 쓴 작품과 문학적 형상화가 안 된 작품들은 먼저 제외했다.

최종심은 ‘3학년 5반 스무 명 중에’, ‘미운 오리 새끼’, ‘레고로 만든 선물’, ‘댄스 톡톡’ 이 올랐다. 네 작품 모두 수작이었지만 소재와 작품 완성도 측면에서 돋보이는 작품이 있었다. 하지만 바로 당선작으로 선정하지 않고, 검토를 위해 재독(再讀) 작업에 들어갔다.

‘3학년 5반 스무 명 중에’는 가장 눈에 든 작품이다. 그런데 재독 과정에서 커다란 결점이 발견됐다. 도입부에서 주동 인물 이름을 잘못 표기한 것이다. 엄청 놀라 거듭 다시 읽어봐도 실수는 명확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의 하나가 퇴고의 중요성이다. 이 작품은 안타깝게도 퇴고의 미흡함이 여실히 드러나서 당선작에서 제외했다.

눈에 든 작품을 제외하고 나니 고민이 커졌다. 바짝 긴장한 채 나머지 작품들을 읽고 또 읽었다. ‘미운 오리 새끼’는 구성력, 인물 심리묘사는 뛰어났지만, 갈등 해결에서 미진함을 드러냈다. ‘레고로 만든 선물’은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사회적 고립감에 빠진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작품으로 읽혔다. 하지만 감상주의적 시선이 작품의 장점들을 상쇄시켜 아쉬웠다.

길고 긴 고민 끝에 ‘댄스 톡톡’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흥미와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소재 선택 능력과 이야기를 끌고 가는 현대적 감수성이 탁월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의 의도는 두 인물의 성격 대비를 통해 미적 거리를 유지하는 등 문학성을 구축해 가는 기법도 남달랐다.

신춘문예 당선은 동화작가의 완성이 아닌 시작점에 들어선 것이다. 당선자는 지금까지 해 온 노력은 비교가 안 될 만큼 엄청난 노력을 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동화작가의 길을 힘차게 나아가길 바라며, 아울러 아낌없는 찬사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심사위원 : 배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