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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어느 노란버스의 소원 / 이의민

 

입을 꼭 다물고 미혜가 제일 먼저 교문을 나옵니다.

새침한 모습으로 버스에 올라 두 번째 줄 우측 창가에 앉습니다.

노란버스는 그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미혜를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노란버스가 싫어하는 현우가 미혜를 좋아합니다.

다행히도 현우가 미혜를 좋아하는 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노란버스 생각에는 미혜가 현우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어 은지가 눈웃음을 보이며 버스에 올라 미혜 옆에 앉습니다.

은지도 참 예쁩니다. 은지는 미혜와 단짝으로 바른생활 어린이입니다.

노란버스는 은지도 좋아합니다.

미혜와 은지가 머리를 맞대고 소곤거리며 즐거워합니다.

좋은 일이 있나 봅니다.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또 다른 여자 친구들이 미혜와 은지를 향해 손을 흔들며 차례로 버스를 탑니다.

한참을 지나 선태 진혁이도 버스에 오릅니다.

이제 현우만 오면 버스가 출발할 것입니다.

노란버스는 학교 근처에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여덟명의 어린이를 태우고 학원으로 갑니다.

언제나 현우가 제일 늦게 도착합니다.

초등학생치고는 제법 키가 큰 현우는, 버스에서 일부러 쿵쿵거리고 제일 큰 소리로 떠듭니다. 가끔씩 미혜와 은지를 이유 없이 툭툭 치기도 해서 여학생들이 모두 현우를 경계하는 눈치입니다.

버스는 현우가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썽꾸러기 현우를 기다리는 노란버스는 오늘따라 왠지 우울합니다.

눈을 감고 자신의 처지를 원망합니다.

‘나는 왜 하필 버스로 태어났을까? 나도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한숨을 쉬고 있는 버스는 갑자기 현기증이 납니다.

정신을 차리려 눈을 꾹 감아봅니다.

눈을 뜨니, 세상에...

바로 눈앞에 노랑나비 흰나비가 수를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나풀나풀 떼 지어 춤을 추며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날개가 서로 부딪칠 듯 줄지어 여러 겹으로 원을 그리며 돌고 있습니다.

가끔 서너 마리가 원의 가운데로 나와 재주라도 부리는지 위아래로 열을 지어 춤을 춥니다.

나비들은 웃음을 주고받으며 앞뒤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한 채 원을 돌며 즐겁게 날갯짓을 합니다.

그 가운데 특별한 나비가 있습니다.

작은 몸에서 광채가 나고 몸통 구석구석이 유난히 또렷한 나비.

앙증맞은 아기 곤봉처럼 생긴 더듬이가 반짝입니다.

짧고 가늘지만, 금강석 가루로 만든 것처럼 빛나는 지시봉을 가진 노랑나비입니다.

특별한 나비가 원 가운데서 춤추는 나비들을 향해 지시봉을 뻗으며 말합니다.

“좋아, 소원을 말해봐!”

“하늘나비님, 나는 비밀정원 사과꽃과 밤새 춤을 추고 싶어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꽃이 되고 싶어요. 모든 나비 친구들이 나를 찾아 날아올 거야.”

“하늘나비님, 난 빨간 날개를 가지고 싶어요. 사람들이 날 신기하게 바라볼거에요.”

많은 나비들이 앞 다투어 소원을 말합니다.

나비들이 소원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놀이가 아닌가 봅니다.

노랑나비가 소원을 말하는 다른 나비를 향해 지시봉을 뻗습니다.

“좋아, 소원을 이룰 거야!” 말이 끝나자,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반짝반짝 불꽃이 튀며 소원을 말한 나비가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러고 보니 지시봉을 가진 노랑나비는 날개 빛도 유난히 예쁘고 또 모든 나비들이 그 나비에게만 하늘나비님이라고 부릅니다.

아마도 특별한 능력을 지닌 나비인가 봅니다.

버스는 넋을 놓고 나비들의 소원 놀이를 바라봅니다.

그러다 자기도 간절한 소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소리칩니다.

“나비님, 하늘나비님, 저도 소원이 있어요.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참 신기한 일입니다. 노랑나비는 이미 버스의 소원을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되는 소원은 이루기가 힘들어. 왜냐하면, 내가 주문을 걸어도 너 혼자만의 소원으로는 주문이 실행되지 않아. 버스가 되기를 소원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해. 너와 사람이 동시에 소원을 빌어야 서로 바뀔 수 있어.”

노란버스는 실망합니다.

버스가 되기를 소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노란버스는 하늘나비에게 주문을 걸어 달라고 사정하고 또 사정하였습니다.

노랑나비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동안 말이 없습니다.

“좋아, 네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주문을 걸겠어.

너로 변신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소원이 이루어질 거야.

주문이 풀리려면 네가 다시 버스로 돌아가길 바라고, 그 사람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소원해야 해. 둘이는 대화할 수 없어. 알겠니?”

노랑나비의 말이 끝나자마자 버스는 더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습니다.

“제발 나에게 주문을 걸어주세요. 소원입니다.”

“음- 노란버스, 소원을 이룰 거야!”

노랑나비가 버스에게 주문을 겁니다.

노란버스는 너무 좋아 “야호!” 소리치며 눈을 번쩍 떴습니다.

순간 눈앞에 모든 나비가 사라집니다.

노란버스는 꿈인지 생시인지 혼란스럽습니다. 더 우울해 졌습니다.

‘나도 학생이었으면 좋겠어.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고 싶어.

숙제하기 싫다고 불평도 해 보고 싶어.

친구들과 문방구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야외학습도 가고 가족들과 함께 외식도 해 보고 싶어.’

“출발!” 아이들이 소리칩니다.

노란버스가 깜빡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 현우가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는 여덟 명의 어린이를 태우고 학원을 향하여 달립니다.

버스가 중얼거립니다.

“아, 내가 저 여덟 명 중의 한 명이었으면 참 좋겠다.”

선태가 큰 소리로 엄마 흉을 봅니다.

“우리 엄마는 수학 문제 같이 풀자고 하면 항상 바쁘시대.”

모두 큰 소리로 웃습니다.

“엄마들은 수학 싫어해, 영어도 싫어하고...그러면서 우리보고 열심히 하래. 하하하.” 진혁이가 답합니다.

미혜는 수학이나 영어를 좋아하는 엄마들도 있다고 생각을 하며 함께 웃습니다.

사실 미혜는 어려운 수학 문제가 있으면 늘 엄마의 도움을 받습니다.

엄마의 설명을 들으면 신기하게도 금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미혜는 학교나 학원에서 선생님 질문에 답을 못한 적이 없습니다.

마음씨도 고와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는 착한 어린이입니다.

더구나 자기가 한 착한 일을 내세우거나 자랑하지 않습니다.

노란버스는 미혜가 정말 멋진 어린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태와 진혁이는 씩씩합니다. 노란버스는 이들도 좋아합니다.

여덟 명의 친구를 더 오래 태우고 더 멀리 달리고 싶지만

학교에서 학원이 그다지 멀지 않아 금방 작별해야 합니다.

친구들이 모두 버스에서 내리면, 노란버스는 친구들을 따라 함께 학원으로 들어가 다른 친구들도 만나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노란버스는 학원 옆 주차장에서 수업이 끝날 때 까지 여덟 명의 아이들을 기다리며 지루한 시간을 보냅니다.

오늘도 노란버스는 아이들을 태우고 학원으로 달립니다.

그런데 평상시보다 차 안이 시끄럽고 분위기가 산만합니다.

학원에서 영어와 수학시험이 있는 까닭입니다.

원장님께서 만점 받는 학생에게는 특별한 선물을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저마다 시험 준비를 하며 선물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우는 잔뜩 화가 나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시험을 보고 선물은 왜 주겠다는 건지 원장님이 밉기까지 합니다.

이게 다 공부를 하지 않아 만점 받을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번 시험 성적을 부모님께 알리겠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자꾸 신경이 거슬립니다.

현우는 차라리 이런저런 걱정이 없어 보이는 노란버스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며 중얼거립니다.

“노란버스가 되고 싶어, 노란버스는 아무 걱정이 없을 거야.”

현우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노란버스는 웃고 조잘거리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소리칩니다.

“나도 너희들처럼 학생이 되어 시험 걱정을 하고 싶어. 소원이야.”

작은 몸에서 광채가 나고 몸통 구석구석이 유난히 또렷한 나비.

앙증맞은 아기 곤봉처럼 생긴 더듬이가 반짝이는 노랑나비가 빛나는 지시봉을 허공에 대고 이리저리 휘두르며 불꽃을 뿌립니다.

현우는 노란버스가 되었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노란버스가 된 현우는 신이 났습니다.

노란색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린이 보호를 위하여 나라에서 버스의 색을 정해주었다니 버스의 색깔에 대하여는 불만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엄마 잔소리도 숙제도 없습니다.

친구들이 공부할 시간에 가끔씩 낮잠도 잡니다.

늘 시간이 부족 했었는데 버스가 된 후에는 심심하기까지 합니다.

친구들이 버스를 타면 반갑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친하게 지냈던 선태와 진혁이는 더욱 반갑습니다.

공부가 힘들다고 불평하는 친구들의 힘없어 보이는 얼굴을 보며 버스가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우가 된 노란버스도 행복합니다.

현우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투덜이고 짜증을 잘 내던 현우가 친구들에게 친절하고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모범생으로 바뀌었습니다.

주변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현우 앞에서는 입을 꼭 다물던 미혜가 현우를 보고 웃습니다.

현우만 보면 눈을 흘기던 은지도,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쓰던 다른 여자 친구들도 이제는 선태와 진혁이처럼 현우에게 먼저 인사말을 건넵니다.

현우의 변한 모습을 보고 가장 놀란 사람은 현우 어머니입니다.

학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내동댕이치며 투정 부리던 현우가 엄마에게 다정했으며 착한 아들로 변했습니다.

현우 어머니는 매일매일 행복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우가 엄마 곁으로 바짝 다가와 엄마의 두 손을 잡았습니다.

“엄마, 엄마가 참 좋아, 엄마 아들이어서 행복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현우 어머니는 현우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큰 감동이었습니다. 현우 어머니 눈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현우가 노란버스로 변신 한지 2주일이 조금 지났습니다.

그렇지만 현우는 1년도 더 지난 것 같습니다.

이제 행복하지 않습니다. 현우는 버스가 된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미혜가 노란버스인 가짜 현우를 보고 웃을 때는 화가 나기도 하였습니다.

예전처럼 친구들과 모여서,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함께 불평하고 싶습니다. 엄마에게 투정도 부리고 싶습니다. 학교도 학원도 궁금하고 다른 친구들도 보고 싶습니다. 오락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야단맞던 일, 생일잔치 때 즐거웠던 일들도 생각납니다.

이제는 어린이들을 태우는 일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버스로 사는 것이 현우에게는 너무 지루하고 외롭습니다.

특히 혼자 있을 때는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울음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엄마에게 달려가 안겨보고 싶습니다.

등을 쓸어 주시던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 기억납니다.

“엄마 - 현우는 엄마를 사랑해. ”

눈물이 볼을 타고 계속 흘러내립니다.

다시 현우로 돌아가고 싶은데 방법을 모릅니다.

학원에서 소풍 가는 날입니다.

노란버스가 된 현우가 학원에 다닐 때는 소풍이 없었습니다.

버스가 된 현우는 많이 서운합니다.

씩씩거리며 학원 앞에서 원장님과 함께 친구들을 기다립니다.

신이 나서 왁자지껄 떠드는 귀에 익은 목소리들이 들립니다.

미혜와 은지가 손장난을 치며 차에 오릅니다.

왠지 모르게 버스가 된 현우는 또 눈물이 납니다.

진혁과 선태가 버스에 오르려는 가짜 현우의 옷자락을 잡아 당기며 무엇이 즐거운지 웃음보를 터트립니다.

다른 친구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모두 신이 난 모습입니다.

노란버스 현우는 울보가 되었습니다.

친구들을 보면 반가움보다 눈물이 먼저 흐릅니다.

눈물을 흘리며 버스가 출발하려 하는데, 저 멀리 현우 어머니가 보입니다.

버스는 숨이 멎을 것 같습니다.

“엄마다... 우리 엄마.”

현우 어머니가 친구들에게 특별한 간식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버스 창을 사이에 두고 가짜 현우에게 사랑 가득한 눈빛을 보냅니다.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손을 흔들며 서 계십니다.

버스는 눈물을 흘리며 목적지를 향해 출발합니다.

“나는 버스가 아니야, 나는 현우라고. 엄마...”

목청껏 크게 소리 질러보아도 누구도 현우의 말을 듣지 못합니다.

버스는 엄마, 선생님, 친구들을 생각하며 예전 현우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부모님 선생님 말씀을 듣지 않고 말썽부리던 때가 많았습니다.

친구들과 작은 다툼, 매사에 불만이 많았던 아이였습니다.

현우는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도 많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씩씩하고 더 멋진 어린이가 될 수 있었는데... 현우로 돌아가고 싶어.’

넓은 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눈물이 계속 흘러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멀리 강한 불빛을 깜빡거리며 큰 트럭이 ‘빵-’소리를 내고 달려 옵니다.

‘빵-’소리에 학생들이 모두 놀라 고개를 세워 앞을 봅니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큰 빛과 함께 트럭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노란버스가 길을 잘 못 가고 있나 봅니다.

버스는 눈물 닦을 시간도 없이 “악-” 비명을 지릅니다.

“나는 버스가 아니야, 나는 현우라고.”

울부짖으며 버스가 눈을 감습니다.

그 순간 버스였던 현우는 큰소리로 외치며 운전석을 향해 몸을 던졌습니다.

“나는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노란버스다! ”

모든 친구들이 소리칩니다 “ 안돼 - 악 - ”

모두가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정말 큰일 날뻔하였습니다.

현우는 더 놀랐습니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제 버스가 아닙니다.

현우는 눈물 범벅이 된채 친구들 앞에서 부끄럼 없이 소리내어 웁니다.

너무 큰 소리로 울어 친구들은 놀라움을 뒤로하고 현우를 바라봅니다.

현우가 친구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합니다.

“사고가 나지 않아 정말 다행이야, 엄마가 보고 싶어, 친구들아 미안하고 고마워.”

현우는 마음속으로 모든 것이 감사하였습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엉엉 소리 내며 울고 있는 현우를 보며 친구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합니다.

그동안 힘도 세고 키도 제일 큰 현우가 울보인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다들 너무 놀란 나머지, 사고가 나지 않아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숨을 몰아쉬느라 현우를 울보라고 놀릴 경황이 없습니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노란버스는 너무 놀라 온몸이 벌벌 떨립니다.

그래도 안전운전을 위해 눈을 부릅뜨고 앞을 바라봅니다.

노란버스가 혼자 말을 중얼거립니다.

“정말 큰일 날뻔했지 뭐야, 아이들이 안전해서 천만다행이야. 현우로 사는 동안 행복했어. 친구들도 좋았고, 학교생활도 재미있었고, 고마운 엄마 아빠... 하지만 계속해서 현우로 살아야 한다면 ... ”

버스는 큰 숨을 내쉽니다.

“버스는 사람으로 살 수 없어. 사람은 많은 꿈을 꾸며 살아야 하는데, 버스는 그렇지 못해. 현우가 잠깐이라도 버스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한 덕분에 내가 현우를 대신해서 멋진 학생이 될 수 있었어.”

노란버스는 자신이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이 노란버스의 가장 큰 행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안전하게 운전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노란버스는 새로운 세상을 체험하게 해준 하늘나비가 참 고맙습니다.

하늘나비를 다시 만나면 또 무슨 소원을 부탁할까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나는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노란버스가 제일 좋아. 나의 가장 큰 소원은 ‘아이들의 안전’이란 걸 알았어.”

노란버스가 큰 소리로 외칩니다.

“여러분, 노란버스의 소원은 아이들의 안전입니다. 야호! 나는 노란버스다. 현우야 고마워.”





  <당선소감>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바랍니다"


동화를 쓰는 내내, 거리에 나서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노란버스 뿐이었습니다.

반대 차선에서 내게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노란버스, 엉덩이를 들썩이며 안전하게 따라오라고 앞서가는 노란버스,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차도, 신호 대기하는 차도 모두 노란버스입니다.

한없이 귀여운 아가들, 사랑스런 꿈나무들을 태우고 노란버스가 달립니다.

뉴스에서 또는 누군가의 입을 통해 어린이 교통사고 소식을 접할 때면 너무 안타깝고 속이 상합니다. 그리고 화가 납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거리를 오가는 노란버스 안에 해맑은 아이들 모습을 상상하며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바랍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신이나, 노란버스에 그 소식을 전하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런데 그 많던 노란버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무슨일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아∼ 탄식이 새어나오고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휴원, 휴교와 함께 노란버스는 갈 곳을 잃었습니다. 어서 노란버스가 신나게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늦은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꿈을 꿉니다. 꿈 속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은 온통 아이들 세상입니다. 그 세상에서 만난 노란버스의 소원을 글쓰기 했습니다.

저의 마음을 읽어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1959년 경기도 이천 출생. 
  ●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한국교통대 행정학과 졸업. 
  ● 충주시 공무원 정년퇴직. 
  ● 현재 농업인.


 

  <심사평>


  저학년용 동화 섬세한 표현으로 따뜻해져


먼저 동화작품을 보내온 응모자들께 감사드린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온 나라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바뀌고 사고(思考)마저 위축되는 시기에 창작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줄지 않았다는 것은 문학에 희망을 갖게 한다. 한 작품 한 작품 귀하고 소중하게 숙독을 했다. 올해 작품들의 특징은 사회현상 때문일까 한동안 유행하던 소년소설류의 작품이 줄어든 대신 판타지성의 동화들이 많아졌다. 사물(事物)의 물(物)화나 공상, 변신 등 환상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스토리는 동화가 지닌 판타지성 본류를 이어간다는 생각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단골 주제인 사회적 이슈 인종 차별과 편견, 동물이야기, 소소한 친구와 우정이야기류의 작품도 많았다. 어디선가본 듯한 익숙한 소재는 특별한 구성과 주제가 아니면 눈길을 잡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문장력이 좋음에도 손에서 내려놓은 아쉬운 작품들이 있었다.

최종심으로 5편의 작품을 손에 쥐었다. ▲‘협동초 2학년, 애국가 2절’(세종:김삼헌), ▲‘엄마가 작아졌어요’(부산:이윤정), ▲‘구름 한 그릇’(경기광주:이현진), ▲‘아빠는 뚫어 뻥’(경기화성:성용구), ▲‘어느 노란버스의 소원’(충북충주:이의민) 등 5편이다. 이 작품들은 소재와 표현에서 개성이 있고 동심이 살아있어서 당선작을 고르는데 고심을 했다. 감동과 따뜻함을 유지하면서도 이야기꾼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았다.

‘협동초 2학년, 애국가 2절’은 유쾌했다. 미소가 절로 날 만큼 이야기가 재미있고 동심이 살아있었다.‘엄마가 작아졌어요’는 제목만 봐도 상상이 되듯 엄마가 작아지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와 엄마와 아이가 모두 잘못을 깨닫고 돌아온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재밌게 풀었다. ‘구름 한 그릇’은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했던 아저씨가 실은 동네 강아지들을 맡아주는 착한 아저씨라는 설정과 아저씨가 끓여주는 칼국수를 구름 한 그릇으로 표현한 소설류의 글. ‘아빠는 뚫어 뻥’은 화장실을 뚫는 아빠와 TV에 나오는 친구의 아버지를 비교, 아빠를 돋보이게 하기위해 친구 집 변기를 막아놓았다가 반성을 한다는 아이의 심리묘사를 잘 표현했다. 마지막 ‘어느 노란버스의 소원’(충북 충주:이의민)은 버스와 아이가 바뀌면서 서로가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확인한다는 저학년용 동화로 스토리는 산뜻하지 않으나 표현이 섬세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5편은 나름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당선작을 뽑기 위해 흠결을 굳이 찾는다면 ‘협동초~“는 재미성에 비해 문학적 감수성이 약하다는 단점으로, ‘엄마가~’ 스토리가 뻔하다는 약점으, ‘구름~ ’은 두호 소훈 등 주인공들의 불분명한 관계가 읽는데 지장을 주고 결론이 약하는 지적으로, ‘아빠는~’은 지나친 간결체 문장으로 행간으로 읽어야하는 점이 동화로써 부담스럽다는 점에서, 비교적 무난한 ‘어느 노란버스의 소원’을 당선작으로 올린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내며 정진을 바란다. 아쉽게 선외가 된 분들에겐 칭찬과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심사위원 : 유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