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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뜸 / 정병윤

 

혈을 뚫는 의연한 말씀
얼굴도 모르는 당신
보고 싶습니다
인연이라는 화두는 가슴에 묻어두고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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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원 졸업
● 불어번역 전문가


 

  <심사평>

 

  순간 포착과 순간 언술의 융합성이 두드러진 수작

  최초로 2023 디카시 신춘문예를 전격 도입했다.

  이번 디카시 신춘문예는 5편 이상 응모 가능한 방식으로, 응모자는 264명이고 총 응모작은 1928편이었다 어떤 응모자는 디카시집 한 권 분량인 50편을 응모하기도 했을 만큼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 장르인 디카시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디카시공모전은 응모한 작품 중에서 정체성에서 어긋나는 것과 응모자 이름을 밝힌 것 등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사진을 설명하는 언술로 그치는 작품도 예상 외로 많아 아직 디카시에 대한 이해나 창작 방법이 제대로 숙지되지 못한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전체 응모 편수가 말해주듯, 열기는 대단했고, 그 중에서 뛰어난 작품들도 상당수여서 심사위원들은 디카시의 미래가 매우 밝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1차 예심에서 통과한 작품 200편 중에서 2차 예심에서 다시 50편으로 선정해 최종심에는 ‘기자의 시선’, ‘가장 뜨거운 말’, ‘뜸’ 3편이 올랐다.

  ‘기자의 시선’은 부채살처럼 지상으로 펼쳐진 화초를 기자의 시선으로 처리하는 안목이 신선했지만 언술이 주제를 구체화시키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가장 뜨거운 말’은 ‘말’의 조합, 이중성, 역설 등이 빛났으며, 겨울 눈 속에서도 따스한 휴먼 정서가 정갈하게 제시돼 당선작으로 밀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선작을 ‘뜸’으로 선정하는데 심사위원의 이견이 없었다. ‘뜸’은 우선 유니크한 사진영상의 강한 임팩트가 눈길을 끌었다. 밥공기에서 피어 오르는 김이라는 언표를 ‘혈을 뚫는 의연한 말씀’이라고 극적 메타포로 제시돼, 디카시의 정체성으로서의 순간 포착과 순간 언술의 융합성 또한 두드러졌다. 밥공기에 피어오르는 김을 말씀 혹은 뜸으로 순간 읽어내는 힘도 돋보였다. 최초로 시행되는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가장 비중을 둘 수밖에 것은 문자시와 달리, 극순간 멀티 언어 예술이라는 디카시의 정체성이다. 이 점에 먼저 ‘뜸’이 부합했고, 나아가 작품 속에 압축적으로 제시된 제의적 서사 또한 의미구조를 확장한다. 뜸이라는 것은 한방에서의 치유적 의미의 표상으로 시적 화자의 정서에도 관여한다. 혈육이라는 인연 속에서도 얼굴도 모르는 당신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굴곡진 생의 심연을 드러내기도 하고, 불교에서의 구도적 본질의 탐색 여정도 엿보이며 안타까움과 그리움의 염원이 기도로 하늘에 닿는 듯하다.

  최초의 일간지 디카시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다. 일간지 최초의 디카시 신춘문예 당선자 정병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디카시인으로 일가를 이루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이상옥, 이어산, 박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