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섬섬이의 등 / 박동식
<당선작>
섬섬이의 등 / 박동식
오늘은 깰 수 있겠다!
소녀의 손가락이 스마트폰 화면을 탁탁탁 빠르게 두드렸다. 소녀는 온 신경을 집중해 ‘고양이 대작전’ 13 스테이지를 플레이했다. 고개 숙인 소녀가 길가의 전봇대에 점점 가까워졌다. 머리를 찧기 직전, 소녀는 미끄러지듯 전봇대를 피했다. 마치 정수리에도 두 눈이 있는 것 같다. 소녀는 학원을 갈 때면 언제나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여길 지나갔다. 소녀는 이 길에 ‘학원 가는 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학원 가는 길’을 지날 때면 오늘처럼 고개를 한 번도 들지 않고 지나는 날이 많았다. 다른 일이 없다면 오늘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소녀가 빨간 벽돌의 담장 옆을 지나는 그때였다.
야옹.
소녀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담벼락 위에 앉은 하양, 노랑, 검정의 삼색 고양이. 아기라기엔 의젓하고 어른이라기엔 아직 작았다. 삼색 고양이는 우유 통에 풍덩 뛰어들었다 나와서는 카레 가루 위에서 이리저리 뒹군 듯한 무늬를 가졌다. 가슴에 있는 검정 나비넥타이 모양의 무늬 탓에 도도한 인상도 풍겼다. 소녀는 눈앞의 고양이가 너무 예뻐, 게임오버가 되는 줄도 몰랐다. 소녀는 한참 고양이를 바라봤다. 그러다 성큼 다가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너 너무 예쁘다. 마음에 들어. 이름도 정했어, 섬섬이.”
야옹.
마음대로 이름을 정하는 게 기분이 나빴을까. 섬섬이는 홱 돌아서더니 지붕 위로 훌쩍 뛰어올라 쌩하니 모습을 감춰버렸다. 소녀는 자신의 마음이 거절된 거 같아 속이 상했다. 동시에 섬섬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몽클 피어올랐다.
소녀는 그날부터 매일 빨간 담장을 찾아가 섬섬이를 만났다.
“난 네가 내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 어떻게 해주면 내 친구가 될래?”
섬섬이는 소녀가 손을 내밀기만 하면 지붕 위로 사라졌다. 소녀는 편의점에서 고양이 간식을 사서 빨간 담 아래 놓아봤다. 고양이 장난감도 사서 흔들어봤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럴수록 섬섬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더 불어났다.
어느 밤, 소녀는 어두컴컴한 ‘학원 가는 길’에서 섬섬이를 쫓았다. 아무리 뛰어도 섬섬이를 잡지 못했고 골목은 끝없이 이어졌다. 얼마나 달렸을까, 소녀는 번득 꿈에서 깼다. 하품을 하지 않았는데도 소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소녀가 섬섬이를 만나고 열흘이 되었다.
오늘도 소녀는 터덜터덜 빨간 담장으로 갔다. 그런데 소녀의 눈에 놀라운 모습이 보였다. 여기저기 꿰맨 누런 코트를 입은 할아버지가 빨간 담벼락 아래에 기대앉아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허벅지 위에 앉은 섬섬이. 소녀는 한달음에 할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졸린 듯 반쯤 눈을 뜬 할아버지에게 소녀는 물었다.
“얘, 할아버지 거예요?”
“아니, 이 아이는 이 길이 낳고 기른 고양이란다.”
소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섬섬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할아버지의 두 손이 섬섬이를 감쌌다.
“너구나, 얠 가지고 싶어하는 애가.”
소녀는 할아버지가 어떻게 알까 의문이 생겼다. 계속 날 지켜봤던 걸까?
“꼭 이 고양이를 갖고 싶은 거냐? 다른 고양이는 안 되고?”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긴 바꿀 수 있다면 좋아하는 게 아니지. 그래서 이름도 벌써 붙인 거고. 섬섬이.”
“예! 제가 붙인 이름이에요!”
할아버지는 섬섬이를 가만히 옆에 내려놓고는 일어섰다. 섬섬이는 가지런히 앞발을 모으고 얌전히 엎드렸다. 소녀에게 한 걸음 다가서는 할아버지의 몸이 살짝 기우뚱했다. 다리가 아프시구나, 소녀는 생각했다.
“섬섬이는 나랑 아주 친한 고양이야. 난 이 골목의 모든 고양이를 잘 알지.”
소녀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어른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할아버지도 그런 어른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좋아하지? 나랑 게임 하나 하자. 모레, 해가 지기 전까지 내가 내는 수수께끼를 네가 풀면 섬섬이를 주마.”
소녀의 눈이 초롱초롱 반짝였다.
“무슨 수수께끼요?”
“아주 간단한 거란다. 섬섬이 등에 무언가를 얹기만 하면 돼. 이렇게.”
할아버지가 주름살이 가득한 손을 섬섬이의 등에 얹었다. 섬섬이는 기분이 좋은지 골골하는 소리를 냈다.
“뭐든 좋아. 아주 가벼운 거라도.”
할아버지가 머리 위로 뻗은 단풍나무를 향해 후하고 입김을 불었다. 그러자 손바닥 같은 빨간 단풍잎 하나가 떨어지더니 섬섬이의 등에 내려앉았다. 섬섬이는 단풍잎을 등에 얹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할아버지가 단풍잎을 들어 소녀에게 건넸다.
“어렵지 않지? 어때, 해보겠니?”
소녀는 얼른 단풍잎을 받아 들고는 섬섬이의 등에 얹었다.
“됐다!”
소녀가 성공했다고 확신하는 순간, 섬섬이가 몸을 일으켰다. 매끈한 몸통이 목덜미부터 꼬리 근처까지 꿀렁였다. 마치 물결이 치는 것처럼. 단풍잎이 톡 떨어지자, 할아버지가 얄미운 미소를 지었다.
“다른 걸 올려보지 그래?”
소녀는 가방에서 연습장을 꺼냈다. 한 장을 찢어내 섬섬이 등에 올렸다. 꿀렁. 작은 지우개도 올려보았다. 꿀렁. 해가 뒷산으로 완전히 넘어갈 때까지 소녀는 가방 안에서 온갖 것을 꺼내 섬섬이의 등에 올렸다. 그럴 때마다 섬섬이의 등은 꿀렁거렸다.
다음날, 소녀는 다시 할아버지와 섬섬이 앞에 섰다.
어제 가방 안에서 꺼낸 것은 모두 실패했다. 소녀는 오늘 다른 걸 올려볼 참이다. ‘학원 가는 길’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바닥에 포개 누워있던 노란 은행잎이 바람이 불자 몸을 일으키다가 까르르 구른다. 이제 보니 섬섬이를 만난 빨간 담장의 맞은편 집 마당에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서 있었다. 소녀는 은행잎을 주우려 허리를 숙였다. 그때, 빨간 꽃잎 하나가 미끄러지듯 발치에 다가왔다. 겨울 동백의 꽃잎이라는 걸 소녀는 몰랐지만 어쨌든 주웠다. 이젠 섬섬이 등에 올릴 차례. 하지만, 은행잎도 꿀렁. 동백 꽃잎도 꿀렁. 소녀는 다시 ‘학원 가는 길’을 뛰어다니며 살폈다. 지붕 끄트머리에서 똑똑 떨어지는 반짝이는 물방울도, 골목길을 힐끔 내려다보며 파란 하늘을 지나가는 하얀 구름도, 까마귀가 급하게 친구를 만나러 가다 흘린 건가 싶은 까만 깃털도. 저건 등에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건 어떨까? 그러다 소녀는 문득 생각했다. 섬섬이는 세 가지 색을 가지고 있는데 ‘학원 가는 길’은 알록달록 더 많은 색을 가지고 있다고. 그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학원 가는 길’의 풍경 전체가 소녀의 두 눈에 벅차게 뛰어들었다. 마술사가 보자기를 확 걷어 토끼, 비둘기를 짠! 하고 보여주는 마술 같았다. 소녀는 제대로 본 적 없던 길이 참 예쁘다고 느꼈다. 그러자 소녀의 머릿속에 이름 하나가 반짝 떠올랐다.
‘알록달록 길’
소녀는 앞으로 ‘학원 가는 길’을 이렇게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야옹.
어른 큰 걸음 정도 떨어져 앉은 섬섬이가 소녀를 올려다보았다. 섬섬이는 소녀가 골목길을 다니는 내내 졸졸 따라다녔다. 섬섬이와 가까워진 거 같아 소녀는 기뻤다. 소녀는 생각했다. 어쩌면 오늘 섬섬이 등에 얹을 무언가를 찾을 수 있겠다고.
셋째 날이자 마지막 날, 할아버지와 섬섬이 앞에 선 소녀의 얼굴은 어두웠다.
어제 소녀는 즐겁게 섬섬이와 ‘알록달록 길’을 다녔다. 하지만 등에 무언가를 얹지는 못했다. 이제 곧 해가 질 텐데…. 소녀는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섬섬아 좋아해’라고 소녀가 쓴 종이. 소녀는 할아버지에게 종이를 들어 보였다. 근데 어쩐 일인지 소녀는 할아버지의 시선을 피했다.
“…제 마음을 담은 종이예요.”
소녀가 종이를 섬섬이의 등에 놓자 딱 얹혔다. 바람이 살짝 불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사실 소녀는 어제 늦은 밤까지 고민했다. 섬섬이의 등에 무얼 얹어야 할까, 어떻게 얹지. 결국 소녀는 마음을 적은 종이에 몰래 풀을 바르기로 했다. 등에 종이를 붙인 섬섬이를 소녀는 미안한 눈으로 보았다. 섬섬이는 몸을 배배 꼬며 종이를 물어 떼어냈다. 할아버지가 두 눈을 잔뜩 찌푸렸다.
“그건 붙이는 거지, 얹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마음은 붙이는 게 아니야.”
소녀는 더 다급해졌다. 소녀의 손이 단번에 섬섬이의 등을 움켜잡았다. 섬섬이가 버둥거릴수록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야옹-.
섬섬이가 길게 울자 소녀는 움찔하며 손을 놓았다. 할아버지가 눈을 치켜떴다.
“그건 잡는 거지.”
성난 할아버지의 얼굴이 불그스레한 노을빛에 물든다. 소녀는 등 뒤를 돌아보았다. 뒷산에 해가 살짝 걸쳤다. 소녀는 어쩔 줄 몰라 기도하듯 두 손을 맞잡았다. 맞닿은 손바닥엔 땀이 삐질삐질 났다. 열 발가락은 신발 안에서 꼼지락거렸다. 소녀는 할아버지 옆에 앉은 섬섬이를 내려다보았고 섬섬이는 물방울 같은 눈동자로 소녀를 올려다보았다.
야옹.
기운이 없는 섬섬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소녀의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차올랐다. 눈물은 금방 볼을 쪼르르 타고 내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해는 점점 더 뒷산 너머로 몸을 숨겼다. ‘알록달록 길’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소녀는 섬섬이 앞에 쪼그려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할아버지가 다가섰다.
“왜 우는 거니? 섬섬이를 못 가져서?”
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섬섬이 목소리가 지쳤어요. 제가 괴롭혔어요. 어제처럼 섬섬이가 즐거워야 저도 행복한데….”
뜻밖의 대답에 할아버지는 놀랐다. 섬섬이의 발치에 소녀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이미 해는 완전히 뒷산으로 넘어가 버렸다. 섬섬이가 소녀 앞으로 한걸음 다가왔다. 빤히 소녀를 보던 섬섬이가 갑자기 발랑! 뒤로 누웠다. 고양이가 마음이 편안할 때 보이는 행동이었다. 섬섬이는 등을 땅에 댄 채 소녀를 바라봤다. 젖은 구슬 같은 소녀의 눈도 섬섬이를 보았다. 할아버지가 무릎을 치며 웃었다.
“얹었네, 얹었어! 이 골목길, 온 동네를 통째 얹었어! 아니지! 이 지구를 얹었네! 하하하! ”
소녀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가로등 불빛이 켜지며 ‘알록달록 길’이 환해졌다.
“자, 이제 약속대로 섬섬이는 네 고양이야.”
소녀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가 금방 가라앉았다. 할아버지는 의아했다.
“왜? 싫어?”
할아버지에게 대답하는 대신 소녀는 섬섬이 앞에 다가앉았다.
‘마음은 붙이는 게 아니야.’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뒤부터 소녀의 가슴에 맺히는 미안함이 있었다. 자신의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섬섬이에게 마음대로 이름을 붙인 일….
“내 이름은 은섬이야.”
섬섬이라는 이름은 은섬이가 자신의 이름에서 좋아하는 글자를 따와 만든 이름이었다. 마음대로가 아니라, 마음을 담아 은섬이는 손을 내밀었다.
“내 친구가 되어줄래?”
야옹.
섬섬이가 은섬이의 손가락 끝에 볼을 비볐다. 할아버지가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허허허, 좋다는구나. 섬섬이라고 부르는 것도.”
“정말요?”
은섬이는 정강이에 볼을 비비는 섬섬이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은섬이의 손도, 섬섬이의 등도 편안했다.
은섬이는 섬섬이를 안고 가로등 아래에 섰다. ‘알록달록 길’ 저편에 선 할아버지가 둘에게 손을 흔들었다. 작별 인사를 마치고 걸음을 옮기던 은섬이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할아버지! 우리 기념으로 셀카 찍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서 있던 자리에는 털이 여기저기 빠진 늙은 치즈 고양이 한 마리만 보였다.
야옹-.
굵고 갈라지는 목소리. 치즈 고양이가 뒷다리를 살짝 절뚝이며 걸음을 옮겼다. 담장 아래 그림자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보이지 않았다. 마치 마술사가 보자기를 덮으면 무엇이든 사라지는 마술처럼 치즈 고양이는 모습을 감췄다. 이것도 ‘알록달록 길’의 마술일까. 은섬이는 의아한 얼굴로 섬섬이를 돌아보았다. 은섬이와 섬섬이 위로 사이좋게 손을 잡은 가로등 불빛과 달빛이 사뿐사뿐 내려앉았다.
<당선소감>
쓸 때마다 막막했지만, 행복 느끼죠
그래, 나 거기 있었어!
당선을 알려주는 전화를 받은 후에야 추억 조각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이십여 년 전, 국제신문을 매주 찾을 때가 있었다. ‘국제문예아카데미’ 강좌에서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작가님들의 세세한 가르침은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수강생들이 발하던 열정과 부끄러움이 한 데 섞여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던 강의 분위기는 또렷하다. 글쓰기의 막막함을 안주로 수강생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새벽과 강좌에 낼 소설을 쓰느라 한숨으로 밝힌 여러 밤도. 막막함에 기대어 건너가는 시간이 있다는 걸 그때 배웠다.
계산과 계산이, 확신과 확신이 충돌하는 현장에서 글로 밥벌이를 했다. 내가 많이 침식됐구나…. 몸과 마음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할 무렵, 동화를 만났다. 등을 기대 숨을 돌릴 수 있는 어둑한 모퉁이, 딱 그랬다. 동화를 쓰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막막함이 다시 찾아왔다. 연락이 끊겼던 친구가 돌아온 듯 반가웠다. 쓸 때마다 막막했고, 그래서 행복했다. 망설이고 서성인 기록의 일부를 들고 국제신문사를 찾았다. 젊은 막막함을 함께 해줬던 곳이라는 의식도 없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당선이라는 새뜻한 막막함을 도로 받았다.
마술 같은 순간을 주신 국제신문과 심사위원님들께 먼저 감사 드린다. 가장 존경하는 부모님, 내 모든 글의 첫 독자인 아내, 글 쓰는 아빠를 항상 응원해 준 두 딸, 밥벌이의 전장에서 옆을 맡길 수 있는 윤세진 작가님, 모두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아! 응모작에 결정적 영감을 준 우리 집 사고뭉치, 다섯 고양이에게도. 아스팔트 위에서 겨울을 나야 하는 모든 생명에게 이 계절이 몇 꼬집만큼의 여우볕이라도 더 뿌리길 기도한다
● 1975년 부산 출생
●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 시나리오 작가. 부산 거주.
● 부산 거주.
<심사평>
사색적 문체·여러 각도 주제 탁월
동화 응모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해보다 104편 늘어난 263편이었다. 전체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쓰려는 응모자의 새로운 기운을 느낀 작품이 많았다. 우주 이야기, AI와 사람 관계, 쳇봇, 기후위기 등을 독특하고 특이하게 쓴 작품이었다. 전체 수준은 상향평준화됐으나 ‘이거다’ 할 만큼 눈에 띄는 작품을 찾기 어려운 점이 아쉬웠다.
심사위원들은 열심히 읽고 10편을 골라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최종심에 4편을 골라 세심하게 살폈다. ‘경험 다운로드’는 홀로그램·인공지능과 연결된 스마트 안경을 소재로 한 동화이다. 새 소재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있었으나, 단편 동화로 구성하기엔 큰 이야기여서 완성도가 약했다. ‘안녕, 아기 돌고래 뚜뚜’는 주인공의 엄마가 돌고래 조련사인데 사장의 요구로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척하다가 바다로 돌려보내 주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이 쉽게 처리돼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웃 지도 만들기’는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믿음을 키워가는 이야기이다. 구성이 치밀하지 못한 결점이 있었다. 그래서 경찰 아저씨를 이해하는 과정이 쉽게 끝나버렸다. ‘섬섬이의 등’은 길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은 소녀와 고양이가 교감하는 이야기이다. 흔한 이야기 같지만 남달랐다. 소녀가 스스로 깨닫게 제시하는 문제의식이 특히 좋았는데 그 과정에서 요즘 보기 드문 기다림의 미학이 느껴졌다. 판타지를 현실감 있게 끌어가는 힘도 있다. 결말에 자연스러운 반전이 드러나 재미도 있고, 사색적이고 동화적인 문체와 여러 각도 주제를 품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을 동화이다. 심사위원 의견 일치로 당선작에 올렸다.
심사위원 : 송재찬, 허명남
<AI와 함께하는 작품 분석>
작품 개요: "섬섬이의 등"은 한 소녀와 고양이 섬섬이의 만남을 통해 소유와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동화입니다. 소녀 은섬이가 섬섬이와의 관계를 통해 소유의 욕망을 넘어 진정한 유대와 소통의 가치를 깨닫는 과정을 그립니다.
형식적 특징:
1. 서사 구조
- 발단: 소녀가 섬섬이를 처음 만남
- 전개: 섬섬이를 얻기 위한 소녀의 노력
- 위기: 소유 욕망과 관계의 갈등
- 절정: 은섬이의 깨달음과 섬섬이와의 유대
- 결말: 진정한 친구로서의 관계 형성
2. 공간적 배경
- '학원 가는 길': 일상의 경로이자 탐색의 무대
- '알록달록 길': 소녀의 인식 변화와 새로운 시작의 상징
- 빨간 담장: 소유와 관계의 경계
3. 상징적 요소
- 섬섬이: 자유와 관계의 상징
- 할아버지: 지혜와 안내자의 역할
- 가로등과 달빛: 깨달음과 희망의 상징
인물 분석:
1. 은섬이
- 자신의 욕망을 깨닫고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는 성장하는 인물
- 섬섬이를 통해 소유와 유대의 차이를 깨달음
- 이름을 통한 정체성의 발견과 소통의 시작
2. 섬섬이
- 자유로운 존재이자 교감의 대상
- 소유의 대상에서 관계의 대상으로 변화
- 소녀에게 깨달음을 주는 존재
3. 할아버지
- 길고양이의 보호자이자 현자
- 소녀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는 역할
- 은유적으로 고양이와 동일시되는 인물
주제 의식:
1. 소유와 관계의 차이
- 소유 욕망을 넘어선 진정한 관계의 가치
- 소통과 교감을 통한 진정한 유대
- 이름과 정체성의 중요성
2. 깨달음과 성장
- 경험을 통한 자기 이해와 성찰
- 관계에서의 책임과 존중
- 성장 과정에서의 감정 변화
3. 자연과의 교감
- 고양이와의 관계를 통한 자연과의 연결
-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 진정한 교감의 가능성
문학적 특징:
1. 서술 기법
-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인물의 내면 탐구
- 상징적 이미지의 활용을 통한 주제 전달
- 감각적 묘사를 통한 생동감 있는 전개
2. 문체적 특성
- 간결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체
- 동화적 상상력과 현실적 상황의 조화
- 독자의 공감을 이끄는 따뜻한 서술
현대적 의의:
1. 사회적 함의
- 현대 사회에서의 소유와 관계의 문제 제기
-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의 중요성
- 세대 간 지혜의 전수와 존중
2. 교육적 가치
- 자기성찰과 타자 존중의 중요성
- 관계에서의 책임과 배려의 배움
- 자연과의 교감과 환경 보호의 가치
3. 문학적 성취
- 상징과 서사를 통한 주제의 심화
- 현대적 감성과 전통적 동화 요소의 융합
-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작품
이 작품은 소유의 욕망을 넘어 진정한 유대를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관계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특히 어린이 독자들에게 소유와 관계의 차이를 깨닫게 하고, 진정한 교감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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