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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바이러스 / 부복정

 

누리 할머니는 김밥장수입니다.

 

어엿한 가게가 아니라 상가 입구 한 쪽에 마련된 자리에서입니다.

 

큰 사업을 하시던 누리 부모님께서 부도가 나자

 

돈 벌러 간다며 나가버리고 얼마 없어 집도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살 데가 없어진 할머니가 간난 아기인 누리를 업고 길에서 헤맬 때

 

우연히 만난 스님께서 잠시 절에서 지내게 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상가 주인인 신도 한 분의 도움으로 김밥을 팔면서

 

상가 옥상에 있는 옥탑 방에서 기거합니다.

 

절에 다니지도 않았던 할머니는

 

부처님 곁에 살면서 보시에 대하여 깊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누리도 같이 갈 거니?”

 

신도회장님께서 말씀하십니다.

 

, 저도 갈 거예요.”

 

누리는 당연하다는 듯, 그리고 환한 웃음으로 대답합니다.

 

누리는 언제 봐도 저렇게 밝게 웃어서 참 기분이 좋단 말이야.”

 

오늘은 절에서 가까운 공원으로 자원봉사를 가는 날입니다. 공원에는 노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식사도 거르시고 한데서 주무시는 그분들께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는 날입니다.

 

여러 신도님들이 모이셨습니다. 저마다 손에는 집에서 가져온 뭔가를 들고 계십니다. 누리 손에도 할머니가 싸주신 김밥봉지가 들려 있습니다.

 

오늘따라 날씨도 좋네.”

 

그러게요. , 그럼 출발할까요?”

 

모두 행복한 표정으로 걸음을 뗍니다. 누리도 어른들을 따라 걷습니다.

 

공원에는 벌써 몇 분이 도착하셔서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간이천막도 치고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계셨습니다.

 

우리 예쁜 누리도 왔네. 착하기도 하여라. 주말인데 친구들이랑 놀지 않고.”

 

언제 누리가 빠지는 거 봤어요? 누리는 주말을 기다린다잖아요.”

 

신도님들끼리 누리 칭찬하느라 바쁩니다.

 

오늘 누리 고생 많이 했다. 자 이거 받으렴. 우리 큰 얘가 어디서 상품 받았는데 학용품이더라고. 우리 아이야 고등학생이라서 그리 필요치 않다 길래 너 주려고 몇 개 챙겼지.”

 

행사가 끝나고 뒷정리까지 마치자 한 분께서 선물을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누리는 항상 받기만 하는 게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론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습니다.

 

누리는 이번에도 친구들 다 나눠 줘버릴 건데. 나나 좀 주지요?”

 

또 다른 분이 누리를 놀리는 듯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나눠주는 게 누리가 사는 재민데 그러라고 주는 거구만.”

 

그래도 누리 편을 들어주시는 분들입니다.

 

다음 날, 교실에선 아이들의 소리로 시끄럽습니다. 주말지낸 이야기로 장터가 따로 없습니다.

 

혹시 샤프랑 공책 필요한 얘 있니?”

 

누리가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나 필요해.”

 

나도.”

 

나도.”

 

여러 명의 아이들이 손을 듭니다. 한 쪽에선 일부의 아이들이 모여서 수근 댑니다.

 

쟤 정말 이상하지 않니?”

 

잘 사는가 보지.”

 

그래도 그렇지. 맨 날 갖다 주기만 해?”

 

혹시 어디서 훔친 거 아니야?”

 

설마

 

평소에도 그런 일이 많았던 터이지만 아이들은 누리를 의심하며 이상하다 여깁니다.

 

누리는 무엇이 생기면 절대 혼자만 가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불우이웃돕기 바자회 센터에 기증하곤 합니다.

 

, 그럼 우리 이번 현장학습 때 나누리 한테 도시락 부탁하면 어떨까?”

 

그건 그렇잖아.”

 

왜에? 부모님께는 편의점에서 사겠다 하고 돈으로 받는 거야. 그 돈으로 PC방 가면 좋잖아.”

 

정말 그래도 될까?”

 

원래 주는 게 좋다는 아이잖아, 저 기분 좋게 해 주면 착한 일 하는 거지. 안 그래?”

 

며칠 후 현장 학습 가기 전날입니다. 몇 몇 아이가 누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영우가 먼저 말했습니다.

 

, 나누리! 너 내일 내 도시락도 챙겨주면 안 되겠냐? 우리 부모님께서 출장 가셔서 도시락을 싸올 수가 없거든.”

 

옆에서 듣고 있던 지혜도 한 몫 거둡니다.

 

누리야, 미안하지만 내 것도 부탁할게.”

 

알았어.”

 

누리는 친구들의 부탁 아닌 부탁이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은가 봅니다. 선뜻 그런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한 술 더 뜨며 말합니다.

 

혹시, 도시락 싸오지 못 할 사람 더 있니? 내가 김밥 챙겨 올게.”

 

아이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워낙 평소에 하는 누리 행동 때문에 그러려니 합니다.

 

누리 할머니는 김밥장수입니다. 어엿한 가게가 아니라 상가 입구 한 쪽에 마련된 자리에서입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도 기분 좋게 친구들 도시락을 챙겨주실 게 분명합니다.

 

큰 사업을 하시던 누리 부모님께서 부도가 나자 돈 벌러 간다며 나가버리고 얼마 없어 집도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살 데가 없어진 할머니가 간난 아기인 누리를 업고 길에서 헤맬 때 우연히 만난 스님께서 잠시 절에서 지내게 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상가 주인인 신도 한 분의 도움으로 김밥을 팔면서 상가 옥상에 있는 옥탑 방에서 기거합니다.

 

절에 다니지도 않았던 할머니는 부처님 곁에 살면서 보시에 대하여 깊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론 할머니도, 누리도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게 삶의 목표처럼 여겨졌습니다. 할머니는 누리에게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절대 혼자서 사는 게 아니란다. 있는 것은 언젠가는 다 없어져 버릴 거여. 있을 때 나눠주고 살자. 우리도 그런 분들 덕에 입에 풀칠하고 사는 거니까. 할미가 예전에 너무 욕심이 많았어. 그게 가장 후회돼. 있을 때 더 많이 나눠주지 못한 거.”

 

어릴 때부터 워낙 보시하라는 말을 자주 들은 터라 누리는 세상에 아까운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반 아이들은 누리를 이상한 아이라 여겼습니다.

 

할머니, 제 도시락 말고도 몇 개 더 싸주세요.”

 

도시락 싸오지 못할 얘들이 많은가 보구나. 할미가 넉넉하게 싸줄 테니까 사이좋게 나눠들 먹어. 알았지?”

 

, 걱정 마세요. 할머니 김밥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니까요.”

 

현장학습 날입니다. 역시 누리네 김밥이 인기 최고입니다. 도시락을 싸온 아이들도 누리네 김밥에 먼저 젓가락이 갑니다. 너도 나도 다 집어가자 누리가 걱정 된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 너네 그만 좀 먹어라. 누리 먹을 게 없네.”

 

아니야, 괜찮아 다 먹어도 돼.”

 

언제 먹어도 누리네 김밥은 최고라니까.”

 

친구들은 서로 질세라 먹기 바쁩니다. 오늘도 누리는 조금밖에 못 먹었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최고입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는 것으로 배가 불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누리가 결석을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번 결석한 일이 없던 누리였기에 아이들은 조금 궁금했습니다.

 

오늘 누리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등교하지 못했답니다. 그렇게 알고 있어요.”

 

선생님의 말씀에 한 아이가 대꾸합니다.

 

할머니 편찮다고 결석해도 되는 거예요?”

 

다른 아이가 선생님의 대답대신 거둡니다.

 

그럼 우리 엄마 감기 걸리셨는데 나도 내일 결석할까?”

 

하하하하.”

 

아이들이 저들끼리 한마디씩 하고는 웃습니다. 선생님께서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누리가 언제나 밝아서 잘 모르겠지만 실은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어요. 그리고 할머니께서 김밥 팔아서 생활하시는 데 편찮으신 할머니 대신 주문받은 김밥을 팔아야 한다고 학교에 나오지 못한 거랍니다.”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처음 듣는 얘기여서 조금 놀란 눈치들입니다. 매번 나눠주기만 하고 항상 웃기만 하는 누리는 아주 행복하고 여유 있는 집의 아이라 생각했었으니까요.

 

조회가 끝나고 선생님이 나가시자 아이들이 웅성웅성 거립니다.

 

영우야, 어떻게 하지?”

 

모르겠어, 너무 놀라서.”

 

우리 이따 수업 끝나고 한 번 찾아가볼까?”

 

그럴까? 지난 번 일도 있고 일단 한번 가보자.”

 

수업이 끝나고 영우랑 같은 반 친구들 몇 명이 누리네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번지의 위치를 확인합니다.

 

마침 그 근처였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누리를 보았습니다.

 

누리야!”

 

못 들었는지 누리가 그냥 갑니다.

 

! 나누리!”

 

그제야 발길을 멈추고 돌아봅니다.

 

, 너희들 웬일이니? 어디 가는 거야?”

 

오늘도 웃으며 말하는 누리입니다.

 

너 보러 왔지. 뭐해?”

 

, 저기 단골집이 있는데 김밥 주문한 거 갖다 드리고 오는 거야.”

 

매일 이렇게 일 하는 거야?”

 

평소에는 할머니가 못하게 해서 조금밖에 못해. 오늘은 할머니가 편찮으시니까 내가 꼭 한다고 그랬어. 너희들 배고프겠다. 김밥 먹을래?”

 

아이들은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동안 일이 너무 미안해졌습니다. 영우가 먼저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도 일하게 해줘. 그래야 많이 먹지.”

 

그래 맞아.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사람은 일하고 밥 먹으라고 했어. 가자 누리야 우리가 같이 도와줄게, 대신 이따가 김밥 많이 줘.”

 

지혜가 애교를 부리며 누리의 팔짱을 낍니다.

 

괜찮은데, 너희들이 정 그렇다면 좀 도와줘. 아닌 게 아니라 조금 바쁘거든. 히히

 

누리와 친구들은 그날 평소보다 더 많은 김밥을 팔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누리가 등교하고 있습니다. 교실 앞에 다다랐는데 평상시와 달리 문이 닫혀 있습니다. ‘뭔 일이지?’ 누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을 엽니다. 그때 하며 박수를 쳐 주는 아이들이 눈앞에 보였습니다. 누리는 무슨 일인가 멀뚱거렸습니다.

 

나누리! 그동안 미안했어. 우리는 그런 줄도 모르고 뒷말하고 그랬는데.”

 

영우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회장이 말합니다.

 

그래서 너 등교하기 전에 우리끼리 의논했는데 너처럼 나눠주고 함께하는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봉사단을 만들기로 했어. 명칭은 누리 봉사단이야. 앞으로 너를 쫓아 함께 봉사하기로 했어. 어때? 괜찮지?”

 

잠시 동안 멍했던 누리는 봉사단이라는 얘기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진짜야, 정말로 봉사단을 만들었어? 우와 신난다.”

 

누리는 아주 기쁘다는 듯 펄쩍 펄쩍 뛰며 즐거워합니다. 아이들도 누리는 다르다며 따라 웃습니다.

 

누리 봉사단의 활약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주 주말마다 시간되는 아이들이 나와서 봉사를 합니다. 노인당에 가서 안마도 해 드리고 마을 청소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절에서 나가는 봉사활동에도 참여 했습니다.

 

얼마 없어 전교에, 온 마을에 소문이 났습니다. 뒤이어 학급마다 봉사단을 만든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마치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처럼 줄을 이어 봉사단이 탄생하더니 주말에는 봉사하는 학생들로 붐볐습니다.

 

초등학교의 선행은 방송국에까지 알려졌습니다. 어느 날, 기자들이 나와서 봉사단의 선두격인 누리 봉사단을 인터뷰 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희는 봉사하는 학교가 되어버린 초등학교에 와 있습니다.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누리덕분에 저희들도 행복해졌어요.”

 

누리가요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렸어요. 히히

 

기자는 누리 곁에서 마지막 멘트를 날립니다.

 

그럼 최초 나눔의 계기를 만든 나누리 학생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 저는 그냥 제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거뿐이에요. 나누면 기분이 그냥 좋거든요. 아무 이유 없이

 

부끄러운 듯,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는 누리입니다.

 

, 그냥 나누면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행복해진다고 하는데 여러분도 함께 해 보시는 건 어떤지요? 이곳은 행복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초등학교입니다.”

 

TV에 나온 아이들의 모습은 전 국민을 감동시켰습니다. 급기야 9시 뉴스에까지 나오더니 행복바이러스 전파운동이라는 특별 프로그램까지 등장하였습니다.

 

이제 누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누리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랑 김밥도 팔고 평소 하던 대로 봉사도 다닙니다.

 

얼마 후 선생님께서 부르셨습니다.

 

누리야, 어떻게 얘기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실은 지금 교무실에 너를 만나러 오신 분이 계신단다.”

 

저를요? 누구신데요?”

 

으응, 저기~ 놀라지 마라. 너희 아버님이 오셨어.”

 

아빠요? 어디 계세요?”

 

누리는 선생님이 대답도 하기 전에 벌써 교무실로 뛰어갑니다.

 

아빠! 아빠?”

 

교감 선생님과 말씀을 나누시던 누리의 아빠는 TV에서 봤던 딸의 모습을 보고는 얼른 달려가 안습니다.

 

누리야, 미안하다. 아빠가 이제야 와서흑흑흑.”

 

아빠는 그간의 미안함을 눈물로 대신합니다. 부녀가 얼마나 슬피 우는 지 교무실에 있던 선생님들은 소리를 안내고 우느라 더 힘들어 합니다. 부녀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잡았다 안았다 하며 울더니 더 나올 눈물이 없습니다. 그제야 서로 안부를 묻습니다.

 

아빠, 엄마는?”

 

, 엄마는 지금 병원에 계셔서 같이 오진 못했단다. 나중에 같이 가 보자꾸나. 그리고 진짜로 아빠가 미안해. 일찍 오지 못해서. 앞으로는 절대 네 곁에서 떠나지 않을 거야.”

 

괜찮아, 아빠. 이제라도 왔잖아. 나는 잘 살았는데 뭐.”

 

오히려 어른보다 더 의젓한 누리입니다.

 

너무나 맑고 푸른 가을 하늘입니다. 숲길을 걸어가는 누리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 보다 가볍습니다. 오늘은 엄마도 퇴원하시고 온 가족이 부처님 뵈러 가기로 한 날입니다.

 

법당에 들어선 누리는 그래, 누리 왔구나.’ 하며 따스한 눈길을 주시는 부처님 앞에 섰습니다.

 

부처님, 저 왔어요. 저 무지 행복해요. 맨 날 받기만 하고, 저도 부처님처럼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주고 싶거든요. 그래야 공평하잖아요.”

 

부처님께 소원을 말한 누리는 양손을 모아 합장하여 절을 올립니다. 한 배, 두 배……, 108배를 하고 나자 부처님이 대답하십니다.

 

얘야, 그저 지금대로만 하려무나. 너의 마음이 부처란다.”

 

누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들리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는 부처님을 바라보며 씽긋 웃습니다.

 

 

 

[당선소감]

베스트셀러 작가 되리라 희망 준 남편에 감사

 

공항에 갔었습니다. 방학하고 내려오는 아이를 마중 갔지요. 날씨 탓인지 항공편이 지연되더군요. 하지만 조금 있으면 분명히 게이트를 빠져 나오며 엄마!’라고 부를 걸 알기에 지루함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어요.

 

하지만 무작정 답이 없는 기다림은 참 사람을 초조하게 만듭니다.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할까 봐서 지요. 그래서 아예 마음을 비웠습니다.

 

동지인 오늘, 아침 일찍 노모를 모시고 절에 가서 부처님께 108배 올리면서 다짐했거든요. 요행을 바라지 말고 꾸준히 준비해서 다음에는 제대로 도전하겠다고요.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어요. 아이를 만나고 집으로 오는 길, 휴대폰에 02로 시작되는 번호가 뜨더군요. 설마 했어요. 너무나 과분한 소식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저를 보고 아이들이 까르르 거리며 웃는 거예요. 그래도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족함에도 곱게 봐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동화를 쓰고 싶다고 가게 일도 소홀하며 노트북에 매달려 있는 나를 타박하기보단 언젠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거라 무한한 희망을 주던 남편이 지금 이 순간 너무나 고맙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타지에서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희라, 이나, 아직까지도 엄마에게 동심을 유발시키는 영원한 친구 막내 민영까지 세 딸을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동화가 뭔지 알려주신 장수명 선생님과 같이 동화를 꿈꿨던 우당도서관 문우들, 무엇보다 지금 이 나이에 도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준 제주도서관 새암 독서회 식구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제 첫 발을 내디뎠기에 늦게 시작한 걸음인 만큼 끝까지 오래도록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사평]

편안하고도 무리없는 서사능력 돋보였다

홍기삼 / 전 동국대 총장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행복 바이러스’, ‘우리 집이야’, ‘별을 꿈꾼 염주알세 편이었다. “별을 꿈꾼 염주알은 가족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아름다운 서사다.

 

항상 까만 밤 하늘에 하얗게 반짝이고 있는 별을 바라보며 그런 별이 되고 싶어하는 염주알 콩이는 마침내 염주로부터 벗어나 홀로 땅위에 던져진다.

 

비참해진 콩이는 결국 가족이 하나로 묶여있는 염주 속에 다시 돌아가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집이야는 문장력이나 서사를 이끄는 능력이나 자연에 대한 사랑이라는 흔한 주제를 구체적인 소재를 통해 형상화하는 솜씨가 모두 훌륭한 작품이다.

 

당선작인 행복 바이러스는 항상 명랑하고 착한 심성을 가진 누리라는 어린 소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리는 주말마다 어른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다니는가 하면 어른들로부터 받은 각종 선물들은 친구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 소녀이기도 하다.

 

또한 누리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김밥장사로 어려운 살림살이를 하면서도 나누고 베푸는 보시의 삶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실천한다. 평소 누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의심스런 마음을 가졌던 학급의 친구들도 누리의 진심과 가난한 삶을 이해하고 누리 봉사단을 만들어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학교전체에 퍼진 이 소식으로 학급마다 봉사단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마침내 방송국의 취재대상이 되어 전국으로 이 착한 어린이들의 소식이 전해지게 된다. 사업의 실패로 누리와 헤어져살던 누리의 아버지도 이 소식을 보고 달려와 반갑기 짝이 없는 부녀 재회도 이루어진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밝은 흐름으로 만들어낸 뛰어난 작품이다.

 

다른 수작들에 비해 이 작품은 과도한 의인화 때문에 발생하는 어색함이 없이 사건의 개연성을 잘 성취하고 있다. 또한 흔한 소재이기는 감동을 만들어 내는 편안하고도 무리없는 서사능력이 돋보여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가리게 되었다. 당선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