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불교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빈 터 / 안희정
빈 터 / 안희정 드넓은 빈터는 하나의 세계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잡초만 무성하여 그냥 지나쳐 갈 곳이었다. 발굴이란 것은 존재를 잊은 땅이 스스로 자신의 근원을 알리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몇 백 년 혹은 몇 천 년 동안 잠재워졌던 땅의 고유한 의미를 되찾는 것이다. 작은 터널 앞에는 고도리 석불 입상이라는 푯말이 세워졌다. 허름하고 지저분한 나무판에 써놓은 글씨가 유적지라기보다 마을 슈퍼라도 표시해 둔 것 같았다. 음산한 터널은 생각보다 길었다. 인간은 생각보다 긴 시간 속에서 살고 있을지 모른다. 발굴된 석상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작업용 붓으로 유물에 묻은 흙을 조심스럽게 털어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십이센티의 작은 석상이었다. 여인은 한복을 입고 있었다. 고운 목선으로 어깨선이 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