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농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간장 항아리 - 한호연
간장 항아리 / 한호연 쿵,현관문이 닫힌다. 딸아이가 막 집을 빠져나가는 순간이다. 출근하는 딸아이를 배웅하느라 현관문 앞에 서 있던 나는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주방으로 간다. 그리고 잠시 집 안의 기척에 귀를 기울인다. 딸아이의 체온이 채 가시지 않은 식탁의자에 앉는다. 아침식사를 하려는 참이다. 그러나 입맛이 없다. 시아버지가 또 변기 위에 똥을 묻혀 놓은 탓이다.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니면서 그때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을 느낀다. 치솟는 분노에 바르르 몸을 떨기도 한다. 콩나물국에 딸아이가 절반쯤 남긴 밥을 말아 후루룩후루룩 억지로 밥알을 삼킨다. 쉰하나, 밥 힘이 곧 육체를 지탱하는 힘이란 걸 나이가 말해 주기 때문이다. 설거지를 끝내고 막 주방을 나서려는데 콩콩 지팡이 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