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경운기를 부검하다 / 임은주
경운기를 부검하다 / 임은주 그는 차디찬 쇳덩이로 돌아갔다움직이지 못할 때의 무게는 더 큰 허공이다돌발적인 사건을 끌고 온 아침의 얼굴이 쾡하다피를 묻힌 장갑이 단서를 찾고 일순 열손가락이 긴장한다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망치와 드릴이 달려들어서둘러 몸을 빠져나간 속도를 심문한다 평생 기름밥을 먹은 늙은 부검의 앞에 놓인 식은 몸을날이 선 늦가을 바람과 졸음이 각을 뜨는 순간,그의 흔적이 남아있는 진흙탕과 좁은 논둑길이 나타난다 미궁을 건너온 사인(死因)에 집중한다붉게 녹슨 등짝엔 논밭을 뒤집고 들판을 실어 나른흔적이 보인다 심장충격기에도 반응이 없는 엔진오랫동안 노동에 시달린 혹사의 흔적이 발견되고탈, 탈, 탈, 더 털릴 들판도 없이 홀로 2만Km를 달려 온 바퀴엔갈라진 뒤꿈치의 무늬가 찍혀있다 가만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