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작]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 이서안
그 섬에 코끼리가 산다 / 이서안 항구를 떠난 배가 일몰의 바다로 서서히 젖어 들어갔다. 멀리 떠 있는 배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해풍에도 흔들림이 없이 보였다. 다만 내가 탄 배 쪽으로는 세찬 바람이 불었다. 겹겹의 진회색 띠가 수평선 위로 두껍게 드리웠다. K는 화물칸 차에서 눈 좀 붙이겠다며 운전석 의자를 뒤로 젖혔다. 잠 핑계를 댔어도 카메라를 끼고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그였기에 나는 자리를 비켜줄 요량으로 성큼 2층 선실로 올라갔다. 사람이 거의 없어 휑하기까지 한 선실을 둘러본 나는 바깥 갑판을 바라보았다. 하늘과 맞물린 바다는 어둑해져 시야가 불분명해졌다. 다만 실체가 있다면 배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을 뿐이었다. 소금기와 비린내를 머금은 바람이 나를 향해 훅 들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