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시인수첩 신인상 당선작] 조미희 김태우 십이월 외 4편 조미희 산동네를 잘라 색종이를 만들었다가장 화려한 십이월의 누더기가 천장에서 달이 되어 흔들렸다세 개의 계절은 늘 빠르게 지나갔다우리는 겨울에서 오래도록 연체되었다 숫자들의 악랄한 소진 법,챙긴 것들이 없다고앙상한 숲의 간격들을 내보이지만겨울은 챙기지 않고는tkdk지나갈 수 없는 계절 잡목 숲은 오감을 잃은나목들이 피부로만 숨을 쉬었다 십이월은 나무들만 추운 게 아니다입김의 계절은 아주 조금씩 무너지지만영하의 빗방울은 헐벗은 고드름을 선물 했다그것은 투명하다속이 비어 있는 것처럼푹신한 눈이 겨울에는 맞다 숲이 버리고 간 목소리를 주워 밤이면 바람의 흉내를 냈다방안의 모든 사물들이 흐느꼈다함께 흐느낀다는 건 따뜻한 이불 같다 목도리가 알알이 빛나고 있다일에서 십이까지의 숫자들을 꽁꽁 묶고.. 좋은 글/시 10년 전
[2014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피아노 - 김태우 피아노 / 김태우 -집을 나설 때면 엄마는 반드시 당부했어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죠. 밖으로 나가면 안 돼. 모르는 사람은 들이지 말고. 밥은 꼭 챙겨먹어. 이 세 가지였어요. 겨울 해는 일찍 졌다. 리버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꼬마가 엄마의 당부를 어긴 건 순전히 크리스마스 카드 때문이었다. 손수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를 조금이라도 빨리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리버는 기절할 만큼 기뻐하는 엄마를 상상했다. "메이시스 백화점 가죠?" 리버가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운전기사가 리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너, 혼자니?" "네." "몇 살이니?" "일곱 살이요." "길을 잃었니?" "아뇨. 백화점에 가는 길이에요." "똘똘하구나. 뒤에 앉아라. 내릴 때가 되면 알려주마." 백화점은 피난선처럼 붐볐.. 좋은 글/소설 11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