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플랫폼 / 문은미
목판화 / 진창윤 집을 나서면서 혜진은 저녁 반찬으로 마트에 새로 들어온 포장 불고기를 먹어보자고 했다. “상추만 더 사면되잖아. 편하겠다.” 혜진은 계산대에 포장 불고기가 올라올 때마다 개수를 세고 있는 것 같았다. 표정엔 안타까움이 역력했지만 손님이 이미 선택한 물건을 내려놓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몰래 씩 웃고는 했다. 나는 따라 웃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혜진이 손짓을 했다. “불고기들이 다른 세계로 떠나고 있어.” 그녀가 나에게 물건이 꽉 찬 봉투를 건네주며 말했다. 그녀는 계산대를 플랫폼이라고 불렀다.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거치는 레일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가끔 물건들 대신 계산대 자동레일에 타고 싶다고.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을 수도 있지만 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