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곽영미 / 아빠의 본두 아빠의 본두 곽영미 “어봉머을!” “어벙마얼!” “오봉마을!” 그들은 아무도 ‘오복마을’이라고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 그나마 마지막에 말한 그가 제일 나았다.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그는 오복마을에 온 것이 오늘로 세 번째다. 그의 이름은 하킴이다. 하킴은 작년 겨울 마을 도로 공사 때 아빠와 함께 일했다. 구경 나온 아줌마들이 까만 그들의 얼굴을 훔쳐보며 실실 웃어댔다. “오복이든, 어봉이든 그게 못자리랑 뭔 상관이야!” 마을 회관 모퉁이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훔쳐보던 성수가 투덜거렸다. 마을 이름을 알려주던 이장 아저씨는 이제 모판을 보여주며 말하고 있다. “…아무튼 못자리를 만들 거니까 잘 보라고. 요것이 모판이여, 모판. 여기다 흙을 요만큼 담고, 요렇게 물을 주어.” 그들은 이장 아저씨와 모판을 .. 좋은 글/동화 13년 전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정수연 / 크림빵과 두부 크림빵과 두부 정수연 은우는 오늘도 대문 앞에 앉아 형을 기다립니다.주머니를 만지작거려 보지만 은우 주머니는 언제나 텅텅 비어 있습니다. 형이 와서 크림빵 하나를 넣어주기 전까지는요. 또각또각 아주머니 한 분이 지나갑니다. "은우, 오늘도 형 기다리니? 바람이 찬데 들어가서 기다리지." 은우 집보다 조금 더 높은 언덕길 파란 대문에 사는 아주머닙니다. 아주머니는 은우 머리를 쓰다듬고는 또각또각 소리 내며 골목길을 올라갑니다. 쉬익∼∼. 아주머니 말대로 제법 찬바람이 은우 동그란 볼을 스칩니다. 재채기를 한 번 하고 콧물이 조금 나왔지만 은우는 앉은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습니다. 11월이 되자 기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은우 두 발이 슬리퍼 속에서 꼼지락거립니다. "형아!" 은우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저 멀.. 좋은 글/동화 13년 전
[2012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나은경 / 나랑 놀고 가! 나랑 놀고 가! 나은경 "형! 엄마한테 같이 가자." 형은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정신없이 총을 쏴대면서 듣기 싫은 욕도 한다. 컴퓨터에서 나오는 총소리와 형의 욕 소리 때문에 내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나 엄마한테 갈 거야." "바보 같은 놈. 어딘지도 모르면서?" 손가락으로는 연신 키보드를 두드리며 형이 슬쩍 대꾸했다. 또 바보 같은 놈이라고 했다. 요즘 형이 내가 무슨 말만 하면 하는 말이다. 새끼라는 욕을 하지 않은 것만도 고마워해야 할 정도다. 엄마가 집을 나간 이후로 형은 집에 매일 늦게 들어온다. 오늘처럼 빨리 오는 날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 계임을 하다가 아빠가 오면 슬쩍 공부하는 척한다. "형, 같이 가자." "꺼져~." 형에게 한 번 더 떼를 써보았다. 꺼지라는데도 계속.. 좋은 글/동화 13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