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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놀고 가!

나은경

 

"! 엄마한테 같이 가자."

형은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정신없이 총을 쏴대면서 듣기 싫은 욕도 한다. 컴퓨터에서 나오는 총소리와 형의 욕 소리 때문에 내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나 엄마한테 갈 거야."

"바보 같은 놈. 어딘지도 모르면서?"

손가락으로는 연신 키보드를 두드리며 형이 슬쩍 대꾸했다. 또 바보 같은 놈이라고 했다. 요즘 형이 내가 무슨 말만 하면 하는 말이다. 새끼라는 욕을 하지 않은 것만도 고마워해야 할 정도다. 엄마가 집을 나간 이후로 형은 집에 매일 늦게 들어온다. 오늘처럼 빨리 오는 날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 계임을 하다가 아빠가 오면 슬쩍 공부하는 척한다.

", 같이 가자."

"꺼져~."

형에게 한 번 더 떼를 써보았다. 꺼지라는데도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형이 마음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형도 엄마가 보고 싶을 테니까.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형은 변화가 없었다. 방문을 나서면서 다시 한 번 형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형은 게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니 엄마라는 여자는 너들을 버린 거여. 기다리지도 말고, 연락도 받지 마. 내 말 안 듣고 만나는 날에는 집에서 쫓겨 날 줄 알아."

어제 저녁 밥을 먹으면서 아빠가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아빠의 말이 듣기 싫어서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었다. 그러다 힐끔 형을 보았다. 형은 얼굴에 아무 표정도 없이 밥만 먹고 있었다.

"이 놈의 짜슥이 아빠가 얘기 하는데 인상 쓰고 얼굴을 돌려?"

내가 인상을 썼는지는 몰라도 얼굴을 돌린 건 형을 보기 위해서였다. 아빠가 오해를 한 것이다. 아니라고 말하기도 전에 아빠가 손바닥으로 머리를 후려쳤다. 형은 여전히 밥만 먹고 있었다. 참 착한 형.

"니 형 반만이라도 따라가 봐. 니 형이 언제 내 말에 토 다는 거 봤어? 꼭 멍청한 새끼가 성질을 돋운다니까."

아빠는 늘 형과 비교해서 말한다. 아빠는 형이 아이 때부터 울지도 떼쓰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자꾸 울어서 시끄러웠다고. 그래서 그런지 아빠가 날 안아주었던 기억이 한 번도 없다. 그런 건 아주 옛날 일이라 아무래도 상관없다.

"에이~, 짜증나."

아빠는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서는 소파로 가서 텔레비전을 켰다. 시끄러웠다. 나는 텔레비전 소리가 싫다. 아빠는 집에 오면 텔레비전만 본다. 잠자기 전까지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본다. 웃는 것도 텔레비전을 볼 때뿐이다.

나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아빠는 그래서 멍청하다고 하지만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엄마는 텔레비전 보다 나를 더 좋아하니까.

형이 뒤따라오는지 보기 위해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현관문을 닫고도 엘리베이터에 바로 타지 않고 형을 기다렸다. 아파트를 빠져나가면서도 아주 느릿느릿 걸었다.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얼마 전에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아빠가 사주지 않았다. 엄마가 형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형은 받지 않는다. 정말 형의 마음을 모르겠다.

느릿느릿 걸었는데도 어느새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엄마가 떠나던 날도 그랬을 것이다.

"정주야, 엄마가 취직해서 방 얻으면 같이 살자. 그때까지만 아빠랑 살고 있어."

엄마가 서울 이모네 집으로 가면서 한 말이었다. 시집 안간 이모 혼자 사는 단칸방이라 우리를 데려갈 수 없다고 했다. 나도 딱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사실 나는 좁은 집이 좋다. 식구끼리 따로따로 있는 것보다 한 방에서 다같이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이야기도 하는 좁은 집이 나는 더 좋다.

"! 너 여기 혼자 왔냐?"

엄마 생각을 하다가 난데없는 소리에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보았다. 까만 얼굴에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씩 웃고 있는 남자 아이가 서 있었다. 열한 살, 내 또래 같았다.

"아니, . ."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라 버벅거렸다. 혼자 왔다고 하면 얕잡아볼 것 같아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랑 왔는데?"

", 형이랑 왔어."

"웃기고 있네. 너 들어 올 때부터 내가 쭉 봤네요~"

이죽거리는 녀석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냥 무시하고 가려는데 녀석이 나를 붙잡았다.

", 어이~ 그냥은 못가."

"? , 왜 못가?"

아이가 갑자기 나를 붙잡는 바람에 말을 더듬거렸다. 순간 지하철 앵벌이 얘기며, 나쁜 아저씨 얘기들이 마구 떠올랐다. 겁이 났지만 아무렇지 않은 체하며 아이를 째려봤다.

"여긴 내 구역이야. 여기 들어온 이상, 나랑 놀다 가야 해!"

잔뜩 긴장하고 있던 나는 맥이 탁 풀렸다. 괜히 떨었구나 싶어 설핏 웃음이 나려고 했다.

"? 뭐라고?"

그 때 갑자기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시끄러운 소리는 아이의 말을 삼켜버렸다. 아이는 내가 지하철을 탈까 봐 나를 꼭 붙잡았다. 그 힘이 무척 셌다. 중학교 1학년인 우리 형보다 훨씬 센 것 같았다.

"! 바보 같은 놈아."

나도 모르게 형이 하던 말을 불쑥 내뱉었다. 내가 그런 말을 하다니. 나는 깜짝 놀랐다.

",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괜찮아~"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씩 웃었다. 그 웃음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함께 놀고 싶어졌다.

"뭘 하고 놀 건데?"

내가 관심을 보이자 아이가 서둘러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 지하철 발판 번호 보이지? 저기 1-1번부터 반대쪽 끝까지 누가 먼저 달리는지 내기하는 거야."

아이는 사람들이 타려고 서 있는 곳의 발판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러니까 경주지. 그걸 피해서 달려야 하는 거야."

아이는 나보다 앞서서 시작점으로 가고 있었다. 나도 아이를 따라서 그곳으로 갔다. 사람들 눈치가 보였지만 처음 해보는 놀이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들어오는 지하철 벨소리 들리면 그때가 시작이야. 그래서 사람들을 헤치고 저기 끝까지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아이는 신이 나서 말했다. 그때 벨소리가 울렸다.

"~!"

아이가 먼저 뛰기 시작했다. 나도 질 수 없었다. 지하철이 멈춰 서자 지하철에서 내리는 사람과 타려는 사람들로 몹시 붐볐다. 그 틈을 비집고 뛰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이는 나보다 한참을 앞질러 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는 사람들의 비난을 들을 새도 없이 앞으로 달려가 버렸다.

"어머! 얘 왜 이래~"

"! 이 자식 너 죽을래~"

욕은 내가 다 먹었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형과 함께 오지 못해 우울했던 기분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 내가 이겼지?"

도착점에 먼저 가있던 아이가 내가 다가가자 큰 소리로 외쳤다. 어느새 지하철은 바람을 일으키며 역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승강장이 조용해졌다.

"그런 게 어딨어? 니 맘대로 시작하고 니 맘대로 끝내고. 이건 무효야. 다시 해!"

내가 반발하자 아이는 흔쾌히 내 도전을 받아주었다. 이번엔 반대로 달려가기. 벨소리가 들리고, 다시 시작! 나는 아까보다 더 속력을 냈다. 장애물이 걸리면 최대한 민첩하게 피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아이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아이는 꼭 바람 같았다.

"! 내가 이겼지?"

이기고 싶다는 생각에 나는 계속해서 도전했다. 아무리 반복해도 그 아이를 이길 수 없었다. 아이는 지치지도 않는지 점점 더 속도가 빨라졌다. 나만 지쳤다. 나는 더 이상 달릴 수 없어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힘들지?"

헉헉거리는 나와는 다르게 말짱하게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약이 올랐다.

"왜 자꾸 웃냐?"

"재미있어서. 너처럼 아무 의심 없이 놀아주는 애는 처음이야."

내 핀잔에도 아이는 연신 싱글벙글거렸다.

"형이랑도 이렇게 놀고 싶다."

나도 모르게 형 얘기가 튀어나왔다.

"? 형이랑 놀고 싶어?"

", 형이 옛날에는 나하고 많이 놀아줬거든……. 오늘도 형이랑 엄마한테 같이 가고 싶었는데……."

말끝이 흐려졌다. 내가 얘기를 하는 동안 아이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고마웠다. 그러다 갑자기 나도 궁금한 게 생각났다.

"근데 넌 왜 이런 데서 놀아?"

"? 난 여기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엄마, 아빠는 어디 갔는데?"

"우리 엄마 아빠는 살 곳을 찾아다니고 있어."

"살 곳?"

아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도 살 곳이 생기면 나랑 함께 산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시무룩해진 얼굴로 아이가 말을 이었다.

"옛날엔 이곳이 산이었데. 우리 가족은 그 산속에 살았는데 여기가 지하철로 바뀌면서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살 수 없게 된 거야."

"? 그래서 너는 지금 어디 사는데?"

"됐고~, 새로운 게임이나 하자."

아이는 내 말을 뚝 끊고, 앉아 있던 나를 일으켜 세웠다.

"무슨 게임?"

"지하철에 탔다가 문이 닫히기 바로 전에 내리기, 어때? 재미있겠지?"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모여들었다. 나도 얼른 자리를 잡고 준비 자세를 했다. 지하철이 들어오고, 문이 열리자마자 아이도, 나도 지하철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 내리는 방향의 서로 다른 문 앞에 가서 기다렸다. 타고 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혼잡했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으려고 단단히 힘을 주고 서 있었다.

"출입문 닫습니다. 출입문 닫습니다."

안내 방송이 나오자 한 번 참고, 문이 막 닫히려는 순간 잽싸게 뛰어내렸다. 등 뒤에서 아슬아슬하게 문이 닫혔다.

"~"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이 모두 승강장을 빠져 나가고 나자 나는 아이를 찾았다. 그런데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역사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찾아보았지만 아이를 찾을 수 없었다. '혹시 문이 닫히기 전에 내리지 못한 건가?'하고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나는 벽 쪽에 놓인 의자에 앉으러 가면서도 아이를 찾느라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그러다 철로 된 입간판에 눈에 띄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호기심이 생겨 가까이 다가가서 보았다. 귀여운 도깨비 아이와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있는 도깨비 가족 그림이었다. 그 옆에는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옛날에 이곳은 낮은 산이었습니다. 산에는 도깨비 가족이 살고 있었답니다. 사람들이 이 언덕을 지날 때면 도깨비가 나타나 힘겨루기를 하거나 재주 내기를 했다고 합니다. 도깨비들은 특히 인간들과 놀기를 좋아했는데, 도깨비와 함께 놀아준 사람에게는 도깨비들이 소원을 들어주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곳이 지하철로 개발되기 전에는 도깨비들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도깨비들이 나타나지 않아 어디로 떠났는지 아무도 모른답니다."

'산에 사는 도깨비?'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갑자기 아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나 믿을 수 없었다.

아이를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는 다시 오지 않았다.

집에 가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나서 나는 천천히 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밖은 이미 캄캄했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가 어디선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 이 바보 같은 놈아!"

역 입구에서 어둑한 형체가 튀어나와 소리쳤다. 형이었다.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깜짝 놀랐다.

"!"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했다.

"이 바보 같은 놈아, 너 혼자 어디 갔다 온 거야?"

형이 또 욕을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음에는 나랑 같이 가!"

형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정말?"

누군가 꼭 내 소원을 들어준 것만 같았다. 갑자기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혹시 그 아이가?'

고개가 갸웃해졌다. 아이가 보고 싶었다. 나는 뒤돌아 지하철역을 쳐다보았다.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당선소감>


이런 날이 내게도 오다니더 힘을 내 묵묵히 걸어갈 것

 

말들이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아우성을 칩니다. 등단 소감에 서로서로 한자리 차지하겠다고 자리싸움이 치열합니다. 그래서 한 줄도 써내려가기 힘이 듭니다.

먼저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말은 '이런 날이 내게도 오다니~'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꿈꾼다고 다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알 만한 나이이기에, 그저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하며 묵묵히 걸어가면 된다고, 지치지 말자고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대전과 서울을 오가는 잰걸음이 수선스러움으로만 비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자기 긍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마음에 이 상은 한줄기 빛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 빛을 따라 더 힘을 내 묵묵하게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걸음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알아가는 작가가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소외되고 여린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 '고마움'이라는 말이 튀어나옵니다. 기쁜 결과를 이룰 수 있도록 햇빛과 양분을 주신 분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왔을 때 제일 먼저 부르고 싶었던 이름 최현선, 저의 남편에게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 길에 들어 설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당신의 지지 덕분입니다. 그리고 함께 기뻐해 주는 가족이 있어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또 아무것도 모르던 제게 무작정 쓸 수 있게 판을 깔아 주신 국민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교수님들과 대전에서, 서울에서 든든하게 함께 걸어가 주는 문우 여러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심사평>


동화의 생명인 판타지에 아련한 감동까지 갖춰

 

응모작 중 '그 놈이 왔다!'(우옥조), '내 맘대로 변신'(김은중) '괜찮아, 괜찮아'(김보경) '나랑 놀고 가!'(나은경)를 추려 논의를 하다가 '나랑 놀고 가!'를 쉽게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나랑 놀고 가!'는 열한 살 ''인 정주와 또 다른 열한 살 '아이'가 꿈꾸는 따뜻한 집 이야기다. 정주는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집을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퍽 사교성 있는 아이이고, '아이'는 지하철역이 들어서기 전에 있었던 산에 살던 붙임성 있는 어린 도깨비다. 정주의 어머니는 언젠가 정주와 함께 살 방을 얻기 위해 이모집에 얹혀 살고, 아이의 부모는 새로 살 집을 찾아 다니고 있다. 그래서 외로워진 두 아이가 지하철 역에서 만나 한나절도 안 되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데, 그 어디에도 아이가 도깨비란 표현은 없다. 그렇지만 곳곳에 장치된 아이가 도깨비임을 암시하는 문장은 가히 예술이다. 생활동화가 압도적으로 많은 응모작 중에서 단연 돋보이게 한 판타지의 힘이다. 동화의 생명이 판타지임을 인지하고 동화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는개처럼 스며드는 아련한 감동과 점점 부각되는 제목 '나랑 놀고 가!'이다.

성별에 혼돈을 주는 정주란 이름과 군데군데 열한 살에 어울리지 않는 내레이션이 흠이긴 하지만 당선작으로는 손색이 없다. '내 맘대로 변신'에도 호랑이로 변신한 아저씨가 나오지만 아저씨의 정체가 '나랑 놀고 가!'의 아이처럼 선명하지 않다. '그 놈이 왔다!'도 성주대감, 조왕할멈 등 집을 지켜주는 신령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등장시켰지만 따뜻하게 안겨줄 그 무엇이 부족하다. 동화는 독자에게 언제 발아될지 모를 씨앗 하나를 심어주는 '감동의 문학"이다. 재미가 넘치고 넘쳐도 그것은 일회성이지만, 감동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 이상교(동화작가) 배익천(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