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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엄마

강경숙

 

- 알고보니 품던 알 보호 위해 온몸으로 모성애 발휘

- 엄마 꿩과 알, 우리가 보호할 터

쪼로록 쫄쫄쫄

처마끝 낙숫물 소리에 눈을 떴다.

"비 와요?"

"오이야, 장마철도 아닌데 사흘 달아 비가 오네. 바람도 마이 불고."

텔레비전 앞에 있던 할아버지가 돌아보셨다.

"으윽, 구질구질한 비."

투덜거리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비 오는 날이 싫다. 옷자락이 살갗에 감기는 것도 질색이지만 반곱슬 머리카락이 더욱 곱슬거려서다.

진희처럼 매직 파마로 머리카락 쫙 폈으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폭 나왔다.

"지집아가 아즉부터 웬 한숨이고. 청승맞게."

방으로 들어오던 할머니가 혀를 찼다. 오늘도 할머니 밥상은 따분했다. 가지나물, 호박잎쌈, 풋고추 등. 늘 무치거나 찐 물컹한 채소반찬 뿐이다. "깨작거리지 말고 퍽퍽 좀 묵어. 그래갖고 어데 복 들어오것나?"

나는 얼른 밥그릇에 물을 부었다. 물에 만 밥을 입 속에 들이붓다시피 하곤 가방을 멨다.

"다녀오겠습니다."

"치영아, 우산을 바람 부는 쪽으로 기울여라. 그래야 안 뒤집어진다이."

할아버지가 마루에 나와 이르신다. 밖으로 나오니 비바람이 정말 세게 불었다. 길가 버드나무가 온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내 머리카락도 마구 헝클렸다. 우산을 바짝 낮추어 잡고 버스 서는 곳으로 갔다.

"어이! 손치영, 어서 와."

기울였던 우산을 바로 세웠다. 분홍색 점퍼에 분홍색 우산을 쓴 진희였다. 진희는 빗속에 핀 꽃같이 환했다.

"새옷이네. 예쁘다!"

". 어제 우리 엄마가."

진희가 폼을 재며 은근히 자랑하는데 버스가 왔다. 나는 우산을 접어 들고 진희 뒤를 따라 버스에 올랐다. 진희의 방수 점퍼에 떨어진 빗방울은 스미지 않고 또르르 굴렀다. 진희가 엄마와 지낸 이야기를 할 동안 나는 말없이 앞머리만 잡아당겼다. 집에서 오 리 떨어진 학교엔 금방 도착했다.

진희와 나는 동네에 딱 둘뿐인 초등학생이다. 둘 다 도시에 살다가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맡겨졌다. 처지가 비슷한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진희는 외할머니와 둘이 사는데 가끔 부모님이 다녀가신다. 옷이나 신발을 사오고 읍내로 나가 외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엄마 아빠는.

슬며시 일어나는 엄마 아빠 생각을 떨치려 머리를 흔들었다.

비가 내려 교실 안은 시끌시끌했다. 운동장에 못 나가는 아이들의 장난과 수다로 시장 바닥 같았다.

"좀 조용히 해라!"

반장이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중 진희 소리가 제일 컸다. 오늘따라 말과 행동에 자신감이 넘쳐보인다. 문득 진희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 치영이 앞머리 좀 봐라. 인형 머리같이 오글오글하다."

순간 꿀꿀하던 기분에 번쩍, 번갯불이 튀었다.

"남 머리카락은 왜 들먹이는데? 매직 파마했다고 재냐?"

"내가 언제 쟀어? 계집애가 꽈배기를 먹었나, 배배 꼬이기는."

"? 꽈배기?"

"그래, 꽈배기!"

"말 다했나?"

"다했다, 어쩔래?"

아침 수다로 정신없던 아이들이 이거 웬 구경이냐는 얼굴로 쳐다봤다.

나도 모르게 어른들께 들은 말을 뱉고 말았다.

"너희 아버지 돈 떼먹고 달아났다지. 그래서 너네 엄마랑 이혼했다며?"

내 말에 진희도 지지 않고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이혼이 뭐 어때서? 엄마 없는 것보다 백배 낫지."

나는 그만 말문이 턱 막혔다. 몇 만 볼트의 전기에 감전된 기분이 이럴까. 귀가 먹먹하고 머릿속이 캄캄해졌다. 할 말을 잃은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공부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너무 길고 지루한 하루였다.

청소를 끝내고 나오다가 진희와 마주쳤다. 진희는 나를 힐끗 쳐다보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가버렸다. 비는 이미 그쳐있었다. 접은 우산을 건들건들 흔들며 혼자 교문을 나섰다. 재잘대며 옆을 스쳐가는 아이들은 모두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어느 날, 갑자기 밀려든 거대한 쓰나미처럼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엄마가 생각지도 않은 동생을 가졌다고 할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엄마는 종종 다리가 붓던 것 말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 엄마 배가 농구공처럼 둥글둥글해진 어느 날 아침.

"아이고, 배야."

엄마가 지르는 비명 소리에 잠을 깼다. 놀란 아빠는 엄마를 데리고 급히 병원으로 갔다. 그런데, 그날 병원에 간 엄마는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임신중독증. 담배나 알코올 중독은 들어봤지만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은 충격은 나보다 아빠가 더 큰 것 같았다.

엄마가 말없이 떠나버린 뒤 아빠가 한 일은 술 마시고 우는 일뿐이었다. 아빠는 직장에도 안 갔다.

"이놈아, 정신 좀 차려라! 어린 치영이는 어떡하라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넋 나간 아빠 등을 후려쳤다. 아빠는 아무것에도 마음을 붙일 수 없다고 했다. 나는 할아버지를 따라 시골로 왔다. 오학년이니 벌써 이 년이 다 된 일이다. 아빠는 명절에나 삐쭉 다녀가신다.

할머니는 툭하면 눈물 찔끔거리며 신세타령이다. 하지만 나는 엄마 아빠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은 마음이 이상하다. 쓸쓸하고 슬픈 기분이 떨쳐지지 않는다. 문득 문구점이 눈에 들어왔다. 딱히 살 것도 없는데 안으로 들어갔다. 이것저것 건드리다 별 생각없이 머리핀 하나를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운 나쁘게 걸리고 말았다. 아줌마는 요란스럽게 창피를 주지는 않았다. 대신 아버지 이름을 대라고 했다. 할아버지 말씀마따나 시골은 사방 십 리가 이웃 같아서 이름만 들어도 뉘 집 자식인지 알기 때문이다.

힘없이 털레털레 집에 들어서는 날 보고 할머니가 눈을 흘겼다.

"진희는 벌써 오더만 니는 와 인자 오노?"

나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서 벌렁 누워버렸다.

"뉘 닮아 성질머리가 저 꼴일꼬? 진희는 입 댈 것 없이 싹싹하더만."

할머니 잔소리가 시작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뭐시라꼬예? 아이고, 뒤엘랑은 그런 일 없그로 단단히 나무래것습니더."

나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겁이 나서가 아니라 짜증이 나서다.

"치영이 니 이리 쫌 나와봐라."

대답이 없으니 할머니 목청이 올라간다.

"할미 말 안 들리나? 퍼뜩 몬 나오나!"

마지못해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갔다.

"와 그랬노? 대체 그기 어데서 배운 행신머리고. 어이?"

모처럼 비 그쳤는데 잔소리 소낙비가 쏟아진다.

"자식복 없는 팔자, 손녀복은 뭐 있으까이. 하이고, 내 신세야."

또 시작이다, 생각하며 몰래 한숨을 쉬는데 할아버지가 눈짓을 한다.

나는 슬그머니 엉덩이를 일으켰다. 대문 나서는 할아버지 뒤를 따르는데 할머니 잔소리도 따라붙는다.

"어데로 내빼노!"

골목을 벗어날 때 앞서 가시던 할아버지가 돌아보고 웃으셨다.

"물벼락이 쏟아질 땐 피하고 볼일이재."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치영아."

"네에."

"할애비가 수수께끼 하나 낼낀 께 함 알아맞차 봐라이."

조금 전까지의 기분이 싹 가시면서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어떤 소장수가 있었는기라. 소 팔러 갔다가 날이 저물어 주막에 들었재."

"그래서요?"

"주막에서는 소죽도 낄이 주는데, 주인이 소가 몇 마린고 물었어."

할아버지 수수께끼는 옛날이야기 같이 재미있다.

"소장수가 대답하길, '우족각이 천이요.' , 이러네."

무슨 뜻인지 몰라 멀뚱거리는데 할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뭔 소린지 몰라 주인이 멀뚱멀뚱하는데 옆에 있던 똑 니만한 딸내미가 네, 알았습니더! 하더란다. 소는 몇 마리였을꼬?"

내만한 주막집 딸은 척 알았다는 게 신경 쓰였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데 할아버지가 슬쩍 귀띔을 하신다.

"그랑깨, 우족각은 소 발하고 뿔이니라."

"! 소 우, 발 족, 뿔 각. 잠깐만요, 할아버지."

꼬챙이를 주워 땅바닥에 계산을 했다.

"발이 네 개고 뿔이 두 개니 천 나누기 육. , 백육십육에 나머지 사. ? , 알았다!"

저만큼 떨어진 할아버지 뒤에 따라 붙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러니까 소는 백육십여섯 마리고요, 뿔 안 난 송아지가 한 마리. 맞죠?"

"옳다구나!"

나는 기분이 좋아서 활짝 웃었다. 할아버지는 문구점 이야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이래서 할아버지가 좋다. 할머니는 좀 지겹지만.

왜애앵 왱왱 차르르르.

밭 가까이 가니 기계 소리가 요란했다. 이웃 밭 아저씨가 기계를 메고 밭둑 풀을 베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단단히 이르신다.

"돌 튕기면 큰일난깨, 저 예초기 옆엘랑 얼씬도 마라."

긴 자루 끝에 달린 둥근 칼날이 바람개비처럼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칼날은 풀이고 어린 나무고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베 넘겼다. 아저씨는 기계를 끄고 인사를 했다.

"비가 와서 풀이 엄청 자랐네예."

"그러게. 범이 새끼를 쳐도 모르겠구먼."

"낫으로 베면 몇 날 며칠 고생할낀데 예초기가 있어 수월합니더."

"그래도 조심 또 조심하게."

할아버지는 밭둑에 서서 우리 밭을 휘휘 둘러보셨다.

"풀에 치여 고추고 고구마고 도통 숨을 못 쉬네. 할애비 밭 맬 동안 오디 따 묵고 놀거라."

할아버지는 밭가에 서있는 뽕나무를 가리켰다. 죽죽 늘어진 뽕나무 가지마다 검붉은 오디가 쪼롬히 달렸다. 나는 가지를 당겨 잘 익은 오디를 따서 입속에 털어넣었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 찼다.

한 주먹을 따서 할아버지께 가져가는데 풀 베던 아저씨가 "에헤!"하며 기계를 껐다.

"무슨 일이여?"

할아버지가 놀라 물었다.

"별 일은 아니고예, 꿩이 한 마리."

"?"

나는 얼른 그쪽으로 달려갔다. 할아버지도 따라왔다. 여기저기 풀이 어지러이 널린 곳을 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한쪽 날개 잘린 꿩 한 마리가 파닥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주변에는 얼룩덜룩한 작은 알이 흩어져 있었다.

몇 개는 깨져서 노른자가 흘러나왔다.

"꿩 있는 줄 알 턱이 있어야재."

아저씨는 대수롭잖다는 듯이 말했다.

"아이고, 이 미련한 짐승아, 기계 소리가 나면 얼른 피할 것이재. 알 품고 있다 이 꼴 당했구먼. 쯧쯧쯧."

할아버지가 혀를 찼다.

"하여튼 꿩이란 놈은 제 목숨 내놓고 알을 지킬라 칸다카이."

아저씨는 날지 못하고 파닥대는 어미 꿩 날개 죽지를 잡아들었다.

"이게 바로 꿩 먹고 알 먹고네예. 예전부터 꿩알 주우면 과거 급제 한다 캤는데 좋은 일이 있을 모양입니더."

"안돼요!"

나는 눈물을 쏟으며 소리쳤다. 흩어진 꿩알을 줍던 아저씨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목구멍 저 안에서 뭉클한 덩어리가 올라오고 가슴이 못에 찔린 것 같이 아팠다.

"할아버지, 어떡해? 꿩 엄마랑 알 이제 어떡해요? 엉엉엉."

나는 울음을 터뜨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품고있던 알 놔두고 날아올랐으면 아무 일 없었을텐데. 날개가 잘렸으니 날지도 못하고, 불쌍한 꿩 엄마. 엄마, 엄마아.

오랫동안 가둬놓았던 몸 안의 눈물샘이 터진 듯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할아버지는 몸을 구부려 말없이 내 어깨를 가만가만 다독였다.

할아버지 따뜻한 손길에 나는 발버둥을 치며 더 큰 소리로 울었다.

"포수도 새끼 품은 짐승은 안 건드린다네. 그 꿩은 이리 주게."

"? 어떡하실라꼬예?"

", 어떡하긴! 집에 델꼬가서 치료하고 꺼병이 봐야재."

할아버지는 아저씨 손에서 다친 꿩을 받아 들었다. 꿩알 일곱 개는 내 티셔츠 앞섶에 싸주셨다.

"치영아, 헛간에 집 만들어 어미꿩 돌봐주자. 새끼 까서 크면 날려 주고."

나는 울음 끝을 추스르며 옷자락에 싼 꿩알을 두 손으로 소중히 감쌌다.

이상하게 가슴이 따뜻하고 코끝이 시큰했다. 아기를 안은 것처럼 조심조심 걸었다. 집 가까이 왔을 때였다. 골목길에 진희가 보였다. 진희는 할아버지가 든 꿩을 보고 달려왔다.

", 꿩이네요!"

"그래. 좀 다쳤느니라."

"안됐다. 어쩌다가 그랬어?"

진희는 내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으응, 알 품고 있다가."

"꿩알? 그럼 조금 있으면 아기 꿩 나오겠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희가 두 눈을 빛내며 말했다.

"치영아, 엄마꿩 우리가 돌봐주자. 아기꿩 나오면 이름도 지어주고. 응응?"

아침의 일 따위 깡그리 잊어버린 진희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비 내리다 갠 유월 오후의 햇살은 더욱 밝고 눈부셨다.

 

 

<당선소감>


세모에 날아든 낭보, 면구스럽지만 나에겐 특별한 보너스

 

맑은 햇살 속에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세상에 그보다 찬란하고 눈부신 존재는 없을 것이다.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슬프고 속상하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파탄 낸 사정 때문에 하루아침에 낯선 곳에 내몰려 불안하고 외로운 우리 아이들. 맑고 여린 그 영혼들이 감당한 삶의 무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그러나 캄캄하고 모진 삶의 물살 속에서도 나의 아이들은 빛나는 생명력으로 꿋꿋하게 살아갈 것이다. 슬플 겨를 없는 꿀벌처럼, 버려진 순간 생존하는 법을 터득하는 '길냥이'처럼.

그 아이들이 때 묻고 굳은 내 마음의 숲에 맑은 시냇물처럼 흘러드는 동화쓰기. 어쩌면 동화는, 어디선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찾는 지점이 될 것도 같았다. 무성한 것 다 떨치고 본래 지니고 있던 맑고 단순한 마음을 찾는 진정한 자기 승화. 그 가당찮은 견강부회의 해석과 확신이 나쁘지 않다.

올 한해도 나는 잘 살아왔다. 막힌 하수구처럼 풀리지 않는 집안일에, 여기저기 아파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했고, 돌아올 수 없는 길 떠난 혈육으로 하늘이 안 보이기도 했지만 내 행복지수는 낮은 적이라곤 없었다.

세모에 날아든 낭보는 실적 없이 받은 특별 보너스다. 불타는 야망도 치열한 자기성찰도 없는 설렁설렁한 글쓰기가 면구스럽지만. 그러나 나보다 더 기뻐할 좋은 사람들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이 세상 누구도 저 혼자 잘나서 이루는 것은 없다. 무수한 관계 속에서 비로소 온전한 자신의 존재 새삼 확인하나니.

밭 매고, 바느질 하고, 글 쓰는 노동 속에서 이미 행복하였기에 이 영광은 모두 그들의 몫이다.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약력 1958년 경남 합천 출생. 국어국문학을 전공 / 초등학교 방과후강사 활동 / 현재 수행전문지 '반냐'에 기고 중.

<심사평>


자연친화적 생명의식 드높이면서 따뜻한 감동 돋보여

 

올해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144편이었다. 전국 각지 그리고 해외에 살고 있는 동화작가 지망생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쓴 작품들을 보내와 심사위원들은 진지하게 오랜 시간 토론과 고민을 해야 했다.

응모한 작품들 가운데 '꿩 엄마' '쓰레기통의 시계 할아버지' '두고 보자, ' '철인 무'가 마지막까지 당선작 자리를 겨루었다.

'철인 무'는 몇 가지 사고를 겹쳐 당해 장애를 가진 주인공 영무와 전학 온 경수의 캐릭터는 잘 살렸으나 너무 흔한 소재였다. '두고 보자, '는 개성적인 구성과 긴장감이 도드라진 점은 좋았으나 가장 중요한 감동이 부족한 것이 흠이었다. '쓰레기통의 시계 할아버지'는 환상동화답게 아기자기하고 캐릭터들도 생동감이 넘쳤으나 너무 뻔한 결말을 보여준 점이 아쉬웠다.

강경숙의 '꿩 엄마'는 서정적인 분위기와 안정감 있는 구성, 문장이 술술 잘 읽히는 장점은 있었으나 시대적 배경을 뚜렷이 보여주지 못한 점과 주제의 참신성이 떨어졌다. 그러나 자연친화적이고 생명의식을 드높인 점, 인상적인 결말에서 따뜻한 감동이 전달된 점을 높이 사 당선작으로 뽑았다.

응모작 144편을 살펴보면 왕따, 결손가정, 다문화 가정 이야기 등 흔한 주제를 다룬 생활동화가 주류를 이루었고 환상동화 역시 의인화에 판에 박힌 안이한 주제 구성과 단순한 결말에 그쳤다.

동화작가 지망생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끝으로 '꿩 엄마'를 응모한 강경숙의 당선을 축하하며 부디 정진하여 좋은 작가가 되길 빈다.

심사위원 : 김병규 최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