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경제신춘문예 시 당선작] 벗어둔 고래 - 최영정
벗어둔 고래 / 최영정 밤새 헛기침하는 저 구두 신발장에서 꺼내 한 손에 낀 채 닦아내다가 밑창에 작게 뚫린 고래의 숨구멍을 보았다 비가 올 때마다 얼마나 많은 가느다란 물줄기가 컴컴한 동굴 같은 저 안에서 솟구치고 솟구쳤을까 내 마음이 내딛는 자리마다 생겨나는 커다란 물웅덩이에 빠진다. 정년퇴임 후 아버지가 가지런히 벗어둔 저 구두는 숨 쉬러 물 밖으로 가끔 뜬소문처럼 올라온다는 고래들처럼 요즘엔 경조사 빼곤 좀처럼 밖을 나서는 법이 없다. 다시 마른 헝겊만으로 구두를 닦고 또 문지르는데도 무슨 일인지 자꾸만 눈부신 물광이 구두에서 난다. [심사평] 머니투데이가 실시하는 경제신춘문예가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예년에 비해 응모자수가 절대적으로 늘어났다. 응모자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