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박성규 / 애기똥풀 자전거
애기똥풀 자전거 박성규 색 바랜 무단폐기물 이름표 목에 걸고 벽돌담 모퉁이서 늙어가는 자전거 하나 끝 모를 노숙의 시간 발 묶인 채 졸고 있다 뒤틀리고 찢긴 등판 빗물이 들이치고 거리 누빈 이력만큼 체인에 감긴 아픔 이따금 바람이 와서 금간 생을 되돌린다 아무도 눈 주지 않는 길 아닌 길 위에서 금이 간 보도블록에 제 살을 밀어 넣을 때 산 번지 골목 어귀를 밝혀주는 애기똥풀 먼지만 쌓여가는 녹슨 어깨 다독이며 은륜의 바퀴살을 날개처럼 활짝 펼 듯 페달을 밟고 선 풀꽃, 직립의 깃을 턴다 “징소리처럼 울려나오는 한마디가 바로 ‘시’임을 깨달아” 찬바람 할퀴고 지나가는 골목길도 저에게는 따스한 봄의 계단입니다. 우연히 어느 골목 담벼락에 몸을 기댄 자전거를 보았습니다. 제 수명을 다한 듯 뽀얀 먼지를 뒤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