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알 수 없지만 / 양기연
알 수 없지만 / 양기연 살구색 11시 오전 11시 알람이 울렸다. 아침 운동 시간이다. 요가 매트를 펴고 앉았다. 양 뒤꿈치를 모아 배꼽 앞에 놓고 눈을 감았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호흡에 잡념을 담아 모두 뱉어내려고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시진 생각이 났다. 어쩔 수 없이 또 발바닥으로 숨을 내쉬는 상상을 했다. ‘생각 멈추는 법’을 검색해서 알게 된, 어떤 블로거가 추천한 방법이다. 반신반의하면서 한 번 해봤는데 괜찮아서 종종 한다. 발바닥이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납작해지는 상상. 보통은 효과를 보는데 오늘따라 머리가 터질 것처럼 끓어올랐다. 결국 눈을 뜨고 어제 보다 만 영화를 틀었다. 총구 앞에서 톰 행크스가 크랩택스를 풀고 있다. 다시 매트에 누워 요가를 시작했다. 여러 번 곱씹어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