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양을 찾아서 - 구녹원
양을 찾아서 / 구녹원 마침내 양은 사라졌다한 의식을 잃고서 나는 은주발에 담긴 눈*이 되고 싶었다갈피가 다 바랜 경전 속에 없던 신이밑창 닳아 낮아진 가죽신 아래에서 흘렀다눈 내리는 게르 뒤란에서 그 의식은 치루어졌지양 한 마리는 선택되었고모든 자연의 의식 속에서 가장 무죄한 저 걸음걸이죽음으로 걸어갈 때 누구라도 하늘을 보고 땅을 볼 것이다단도가 양의 숨길을 통과하는 직전 그 눈은 검은 천으로 가리워지고목자牧者 는 숨 털 한 올을 뽑아 속주머니에 소중히 간직한다산자에게 건너간 울음소리, 가슴에서 질척이고가장 조용히 자기를 버려 안식을 얻는 양의 침묵을 본다양떼구름이 언덕으로 무리 지어 지나갈 때두루마리 편지처럼 자꾸 도사리는 중얼거림들대신 초원을 한 뼘 더 자라게 하는 울음소리가 하늘을 펼친다만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