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중세국어연습 혹은 그림 / 오다정
중세국어연습 혹은 그림 / 오다정 달력 뒷장을 읽는다무심한 세월이 쓰고 간투명한 글씨 위 아버지長江 한 줄기 그리셨다마킹펜이 지난 자리푸른 물결 굽이굽이 배를 띄우랴가보지 못한 세월 너머로進進, 언덕으로 포구로그 어디 너머로 進進화면 가득 띄우고도 모자라반 토막만 남겨진 배 돛대도 물결도 반 토막이된 자리, 아버지 또 그리신다정직한 삼각형한· 두· 세· 네넘어보자 했으나 넘지 못했던능선 뾰족뾰족 이어진다 빨갛고 검은 日歷의 뒷면연습 없어 미리 살지 못한 세월로열 두 척 반, 배 떠간다아버지, 그려내신 한 장 그림소실의 문자 빼곡히 박힌발음되지 않는 국어책 같다 글자들에 세상을 구겨넣던 나… 오늘은 오래 들여다봐 주세요 노래를 듣습니다.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고 손장단을 맞추기도 하고 따라도 불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