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의자 / 유은경
의자 / 유은경 기열이는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다리가 네 개나 있지만 걸을 수가 없다. 세상 어디에도 걸어 다니는 의자는 없으니까 말이다.“의자가 되다니. 어휴, 내 팔자야.” 기열이는 울고 싶었다. 할머니 생각도 났다. 내 팔자야를 입에 달고 살지만 손자를 보면 환하게 웃는 할머니. 고양이 씨, 까치 씨, 벚나무 씨……. 할머니는 동물이나 식물에 씨자를 붙여 부르곤 했다. 가끔 손자에게도 기열 씨라고 불렀다. 팔다리 허리 무릎 안 아픈 데가 없는 할머니는 지금쯤 유모차를 밀고 손자를 찾으러 다닐 것이다. “코딱지만 한 게 무슨 팔자타령이여. 그런 말 하면 못써.”옆에서 식탁의자가 나무랐다. 식탁의자는 등받이에 막대 한 개가 간신히 붙어있다. 그마저도 조금만 충격을 주면 부러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