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전에도 봐놓고 그래 - 최정나
전에도 봐놓고 그래 / 최정나 노모는 거실에 웅크리고 앉아 졸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기독교방송이 나왔다. 목사의 말끝마다 탄성을 내지르는 성도들을 카메라가 훑고 지나갔다. 거실에 들어선 여자가 노모의 손에서 빠져나온 리모컨을 집어 텔레비전을 껐다. 집안이 고요해지자 노모가 눈을 떴다. 여자와 그 뒤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던 노모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일어났다. 껑충하게 올라간 바짓단 밑으로 붉은색 내복이 삐져나왔다. 절반쯤 드러난 종아리엔 살비듬이 껴 있었다. 노모가 허둥대며 다가가 여자의 목을 끌어안았다. 여자의 목 뒤에서 노모의 손가락이 단단하게 겹쳐졌다 풀어졌다. 얼굴이 붉어진 여자가 헛기침을 했다. 노모가 남자를 향해 두 팔을 벌렸을 때 남자는 케이크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남자의 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