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이병순 / 끌
끌 이병순 나무는 끌 맛을 안다. 끌 날이 제 살갗에 파묻혀오면 어떻게 갈라지고 쪼개질 것인가를 끌 날의 진동으로 안다. 끌 자루를 잡은 손이 떨렸다하면 나무는 앙탈을 부리며 제멋대로 틀어지고 쪼개진다. 가구 생채기에 꽃문양을 덧새길 때는 서두르면 안 된다. 무협지 한두 권 읽을 만한 짬이 있어야 하고 끌 자루에 쏠린 힘을 덜어낼 줄 아는 요령도 있어야 한다. 애끓게 하는 여자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듯 나무를 톡톡 두드리고 달래면 꽃은 음양까지 드러내며 피어날 것이다. 내 끌은 토슈즈를 신은 발레리나처럼 늘 발끝을 곧추세워 사뿐거릴 준비를 하고 있다. 트럭 바퀴가 돌길을 짓누르는 소리가 빠그작빠그작 들린다. 박은 방금 내가 짰던 주문 가구를 모두 싣고 내려갔다. 나는 가구가 치이지 않도록 가구와 가구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