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숲에서 깨다 / 하채연
숲에서 깨다 / 하채연 등을 받치고 잠들었던 나무기둥에서새벽이슬 냄새가 훅 끼쳐온다사방에 울울창창하게 뻗은 녹음들현시를 잊은 채 창공에 닿아 빛나고꿈결처럼 말을 거는 선선한 바람에나는 나무들이 지어놓은 미몽 속으로 걸어들어간다새소리로 엮어놓은 문패를 열고 들어가자억겁의 땅으로부터 솟은 나이테의 내력이기둥을 키우며 나의 발목에 작고 푸른 원주를 새기고육신과 나무, 나무와 육신 사이를 비집고 난 샛길 사이로와본 적 있는 것만 같은 울렁이는 향수가 지천에 빛난다목피들이 전생을 벗겨내는 소리가 알싸한 그 길목에선곤줄박이 한 마리가 잎새 한 장을 전해준다해독할 수 없는 이끼들의 필체로 쓰인 문장들지워지지 않을 나의 태곳적 이름을 발설하고 있다무한한 혈맥으로 엮인 나무 그늘 속편안히 누워 흙이 된 이름들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