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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여우 / 엄마여우

 

 

 

"엄마 얼른 시장 다녀올게. 숙제하고 있어."

엄마가 현관에서 재빨리 신발을 신으며 말했습니다.

"어, 엄마, 시장 가? 나도 같이 갈래."

거실 카펫 위에 엎드려 책을 보던 은수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아휴, 추운데 그냥 집에 있어. 엄마 빨리 다녀올게."

은수가 쫓아올세라 엄마가 현관문을 급하게 열었습니다.

"싫어, 나도 따라갈래, 혼자 있으면 무섭단 말이야."

은수가 아무리 불러도 
엄마는 
뒤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은수의 눈에서 
사라졌습니다

은수의 말에 엄마는 잠깐 망설이더니, 이내 시장에 따라오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은수는 시장에 가는 것이 참 좋은데, 엄마는 왜 그런지 은수를 잘 데리고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은수는 보고 있던 책을 카펫에 엎어 놓고, 얼른 엄마를 따라나섰습니다.

은수네 동네는 멋진 산이 있는 시골 마을입니다. 산꼭대기까지 오른 적은 없지만, 은수는 가끔 동네 친구들과 산자락에서 놀기도 하고, 여름에는 가족들과 계곡에서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 불편한 점도 있지요. 시골 마을은 필요한 물건을 사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마을에 작은 가게가 있지만, 가게가 너무 작아서 없는 물건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쯤 엄마는 읍내 시장으로 장을 보러 가시곤 합니다.

엄마는 오늘도 빨간색 작은 승용차에 서둘러 올라탔습니다. 은수도 얼른 타려고 하는데, 트렁크가 조금 열린 것이 보였습니다.

"엄마…"하고 은수가 이야기해 주려고 했지만,

"은수야, 얼른 타. 겨울은 해가 빨리 지니까 얼른 다녀와야 해"하며 엄마는 안전벨트를 맸습니다.


오랜만에 시장에 나온 은수는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커다란 짐 보따리를 든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 다니고, 어디선가에서는 "싸요! 싸요!"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은수는 시장에 온 것만으로도 설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은수는 시장 입구에 있는 강아지들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노란 네모 바구니에 올망졸망 귀여운 강아지들이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아주 추운 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겨울이라 어린 강아지들이 은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일 몸집이 작은 강아지를 몇 번 쓰다듬고 있으니, 이내 엄마가 재촉을 했습니다. 은수는 강아지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엄마에게 뛰어갔습니다.

엄마는 주전자며, 빨래판이며 파는 만물상점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에서 화장실 청소용 솔과 눈을 쓸 때 쓰는 아주 커다란 빗자루를 샀습니다. 은수는 화장실 솔을 받아들고 종종걸음으로 걷는 엄마를 부지런히 쫓아갔습니다. 엄마는 분명 걷고 있는데, 은수는 뛰어야만 엄마의 걸음 속도에 맞출 수 있었습니다. 만물상점을 지나니 속옷을 파는 가게가 나왔습니다. 속옷 가게에서는 은수의 겨울 내의를 세 벌이나 샀습니다. 작년에 입던 내의들이 이제 너무 작아졌기 때문입니다.

속옷 가게 옆에는 아이들 옷 가게가 있습니다. 은수는 옷 가게에서 발이 저절로 멈춰졌습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두툼한 점퍼들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모자가 달린 빨간 코트입니다. 같은 반 윤서가 입은 것과 똑같은 빨간 코트였지요. 빨간 코트를 입고 학교에 온 윤서는 꼭 동화책에 나오는 빨간 모자 같았습니다. 은수는 코트를 만지작거리며 엄마를 찾았습니다. 엄마는 옷가게 맞은편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고르고 있었습니다.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온 터라, 은수는 엄마를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새 은수는 빨간 코트를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가게 아주머니가 "얘, 뭐하니"하고 물을 때까지 말이죠.

그렇게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과일가게에 있던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큰길 쪽으로 뛰어 가 보았지만, 엄마는 거기에도 없었습니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과일가게로 갔습니다. 과일가게 아저씨에게 긴 빗자루를 든 엄마의 모습을 설명했습니다. 아저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은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꾹 참고 엄마를 찾아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다시 시장 입구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입구로 가면서

"엄마, 엄마!"

하고 이리저리 엄마를 부르며 찾고 있는데, 정육점 앞에서 눈에 익은 갈색 치마가 보였습니다. 바로 은수 엄마였습니다.

"엄마!"

은수는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엄마 허리를 와락 껴안았습니다. 엄마는 깜짝 놀라 은수를 바라보았습니다. 은수는 엄마의 잔소리를 기다렸지요. 하지만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은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였습니다. 은수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엄마의 눈초리가 조금 올라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엄마 화났어? 나 이제 엄마 손 꼭 잡고 다닐게."

하며 은수가 다시 한 번 엄마의 허리를 꼭 안았습니다. 그래도 어쩐 일인지 엄마는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김장철도 지났는데 무슨 고기를 이렇게 많이 사셔요? 저야 많이 팔아서 좋지만… 하하!"

커다란 풍선을 세 개는 담았을 만한 크기의 검은 봉투를 정육점 아저씨가 내밀었습니다.

엄마는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노란 지폐를 한 움큼 아저씨에게 내밀었습니다.

"아이쿠 이거 너무 많이 주셨는데요."

하시면서 아저씨가 지폐 중 몇 장을 세어서 다시 엄마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엄마 지갑 안 가져 왔어?"

은수의 물음에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엄마 근데 빗자루는 어디 갔어? 눈 쓴다고 기다란 빗자루 샀잖아."

엄마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괜찮아."

라고 짧게 대답을 하곤 앞장섰습니다.

그 목소리가 너무 차분해서 은수는 엄마가 아직도 화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고 애기 엄마, 오늘 젓갈 좀 들여가. 내가 많이 줄게."

젓갈 가게 할머니가 엄마의 팔을 붙잡았습니다. 엄마는 빨간 젓갈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 엄마의 모습에

"이거 짜지도 않고 얼마나 맛있는데…."

할머니는 작은 접시에 담아 놓은 젓갈을 엄마 앞에 놓았습니다.

"애기도 한번 먹어 봐. 요즘 애들은 이런 맛 아나 몰라. 호호"

할머니는 은수에게도 젓갈을 권했습니다.

"저 아무거나 잘 먹어요."

은수는 이쑤시개를 집으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막 이쑤시개로 젓갈을 집으려고 할 때,

갑자기 엄마가 젓갈이 담긴 접시를 입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그리고는 담긴 젓갈을 몽땅 입으로 털어 넣었습니다.

"아이고 그 짠 걸…. 애기 엄마 젓갈 엄청 좋아하나 봐."

젓갈 가게 할머니가 호호 웃으셨습니다. 엄마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졌습니다. 그래도 젓갈을 꼭꼭 씹어 꿀꺽 삼켰습니다. 엄마의 입 주변은 벌건 양념장이 잔뜩 묻었습니다. 은수는 사촌 동생이 이유식 먹을 때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엄마가 꼭 아기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 은수는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엄마도 은수를 향해 같이 "호호" 웃더니, 주머니에서 또 노란 돈을 꺼냈습니다.

"아이고 이렇게 많이 사게? 그럼 명란젓 어때? 입맛 없을 때는 명란젓이 최고지!"

할머니는 뚱뚱하고 커다란 애벌레 같은 명란젓을 봉지 가득 담으셨습니다. 이제 양손 가득 짐을 든 엄마의 손을 잡을 수 없어, 은수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걸었습니다.

그때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은수의 코를 찔렀습니다. 어느새 은수의 눈에 붕어빵들이 들어왔습니다. 붕어빵이 이제 막 붕어빵 틀에서 떼어진 참이었지요. 붕어빵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났습니다. 은수는 군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엄마도 군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엄마 우리 붕어빵 먹을까?"

은수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엄마가 뜨거운 붕어빵을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앗!"

엄마는 붕어빵을 집자마자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어이구, 그거 방금 나와서 뜨거워요! 잠깐 기다리슈!"

엄마와 은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붕어빵이 식길 기다렸습니다.

"좀 식어야 더 바삭바삭하지요!"

 

아저씨가 싱글벙글 붕어빵을 건네며 말했습니다.

 

엄마와 은수는 붕어빵을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바삭한 붕어빵 머리를 깨물면 달콤하고 뜨거운 팥이 입속에서 사르르 녹았습니다.

 

"엄마, 우리 오뎅도 먹을까?"

 

"엄마, 저기 닭꼬치도 먹자."

 

"엄마, 뽑기도!"

 

오늘따라 엄마는 은수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다 사 주었습니다. 아니 은수보다 먼저 먹거리를 찾으러 나섰습니다. 이런 엄마의 모습이 이상하기도 했지만, 은수는 신이 났습니다.

 

평소에는 길거리 음식에 눈길만 주어도 이마에 주름을 만들던 엄마. 그 엄마가 오늘은 정말 천사 엄마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먹고 나니 은수의 배는 풍선처럼 빵빵해졌습니다. 이제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더 먹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엄마와 은수는 이제 차가 있는 곳을 향했습니다, 조금 걷다 보니 아까 그 빨간 코트가 있는 옷가게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은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빨간 코트를 또 만지작거렸습니다. 엄마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더니 주인아주머니를 불렀습니다. 엄마의 주머니에서 또 노란 돈이 나오고 빨간 코트는 커다란 쇼핑백에 담겨 은수에게 전해졌습니다. 쇼핑백에 그려진 아이의 얼굴처럼 은수의 얼굴도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엄마 고마워요."

 

은수가 엄마 허리를 꼭 안았습니다. 엄마도 은수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습니다. 엄마의 손이 오늘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저기 아주머니, 나 좀 봐요!"

 

저쪽에서 정육점 아저씨가 달려왔습니다. 그 뒤에 젓갈 가게 할머니, 붕어빵 아저씨도 쫓아 왔습니다. 정육점 아저씨의 손에는 갈색 나뭇잎들이 잔뜩 쥐어져 있었습니다. 엄마는 아저씨를 보더니 갑자기 은수의 옷이 든 쇼핑백을 낚아챘습니다. 그리고는 정신없이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은수는 엄마가 그렇게 빨리 달리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은수네 학교 육상부 오빠들도 그렇게 빨리 달리지 못했습니다. 은수가 뛰기도 전에 엄마는 벌써 차들이 주차된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고는 찻길을 건너 은수네 마을로 가는 길을 향해 달렸습니다. 은수가 아무리 엄마를 불러도 엄마는 뒤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엄마는 은수의 눈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때 은수 등 뒤에서 "은수야!"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기다란 빗자루를 든 엄마가 은수를 향해 허둥지둥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은수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엄마를 보고도 눈만 끔뻑거렸습니다. 분명 저 멀리 달려갔던 엄마가 어떻게 은수 뒤에 있을 수가 있는지….

 

"은수야, 도대체 어디 갔었던 거야."

 

엄마는 은수를 꼭 안아 주나 싶더니

 

"으이구, 얼마나 찾아다닌 줄 알아?"하며 은수의 머리에 꿀밤을 꽁 주었습니다.

 

"아야."

 

은수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왔습니다.

 

고기를 많이 샀던 엄마를 쫓던 시장 사람들은 엄마를 바라보더니 은수보다 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떻게 똑같은 사람이…."

 

"아니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지?"

 

"애기 엄마 쌍둥이요?" "아, 글쎄 고깃값으로 낸 돈이 이렇게 나뭇잎으로 변했다니까요."

 

시장 사람들과 엄마는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고는 날이 어둑해질 무렵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은수는 왠지 슬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엄마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은수네 마을에는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은수가 창밖을 보니 마을이 온통 하얗게 빛이 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산으로 난 오솔길에 무언가가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할머니 댁 백구보다는 작지만 날렵한 몸매, 뾰족 솟은 삼각형 귀, 풍성한 꼬리를 가진 그것은…, 여우였습니다! 어미 여우인지, 옆에는 두 마리 새끼 여우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멀리 있었지만, 장터의 강아지들만큼 새끼들은 귀여웠습니다. 은수는 서둘러 현관문을 향했습니다. 현관문을 열자 밖에 눈을 쓸러 나갔던 아빠가 마침 들어왔습니다.

 

"은수야 이 옷 네꺼니?"

 

아빠의 손에는 어제 이상한 엄마가 사 주었던 코트가 들려 있었습니다.

 

코트는 눈을 맞은 듯 조금 젖어 있었습니다. 얼떨결에 코트를 받아 든 은수를 뒤로하고, 아빠는 주방에 있는 엄마에게 다가갔습니다.

 

"겨울이니까 산짐승들이 자꾸 내려오네. 마당에 족제비인지 여우인지…. 발자국이 있더라고."

 

"어머 그래요? 하긴 동물들도 겨울이라 먹을 것이 없어 힘들겠어요."

 

은수는 아빠가 전해 준 빨간 코트를 들고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여우 가족들은 숲을 향해 막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은수는 여우 가족들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고마워요. 여우 엄마!"

 

"고마워요. 여우 엄마!"

 

은수의 목소리가 다시 되돌아 은수에게 전해졌습니다. 은수는 빨간 코트를 꼭 안았습니다. 코트에서는 달짝지근한 붕어빵 냄새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끝-

 

 

 

[2014 신춘문예-아동문학 당선소감] "아이들 눈높이로 세상을 보고, 웃고 울어 보렵니다"

우리 가족은 아홉 식구였습니다. 엄마는 바쁘셨습니다. 시장도 혼자 다녀오실 때가 많았죠. 그래도 끝내 시장에 따라갈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엄마는 늘 저 앞에 먼저 가 계시곤 하였습니다. 그런 엄마가 참 야속했는데….

어느새 저도 "엄마 얼른 갔다 올 테니까, 집에 있어"라고 말하는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한참을 벗어난 '어른'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걸 깨닫자 서글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어릴 적 시장에 가고 싶어 하던 꼬마를 데리고 왔습니다.

다시 아이와 같은 키를 가질 수는 없지만, 무릎을 한껏 굽혀 보려고 합니다. 그 눈높이로 세상을 보고, 그렇게 웃고 또 울어 보렵니다.

말도 안 되는 객기로 응모를 했는데, 큰 상이 제게 왔습니다.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게으른 제게 열심히 글을 써야 하는 책임감을 주신 거라 생각하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리라 약속을 쾅쾅 드립니다.

까다로운 첫 독자 큰딸 가온이, 엄마 상 탔다니까 주섬주섬 밥상 끌고 나오던 둘째 지아, 바라만 봐도 미소 짓게 만드는 막둥이 아인이, 뜬금없이 동화 쓴다는 아내에게 노트북을 안겨 준 흥표 씨와 기쁨 나누고 싶습니다. 아울러 오합지졸 초보 동화작가들 이끌어 주신 백미숙 선생님, 신랄한 평가를 아끼지 않는 서강도서관 '꿈작가'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그저 그런 평범한 소녀에게 재능 있다며 격려해 주셨던 중학교 은사 성명희 선생님! 오랫동안 간직해 왔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방민경 / 1977년 서울 출생. 배화여대 유아교육과 졸업.

 

 

 

[2014 신춘문예-아동문학 심사평] 환상과 현실의 절묘한 조화 "동화란 이런 것!"

동시와 동화를 합쳐 500편이 넘는 응모작 중에서 최종으로 고른 것이 동시 '까치밥' '안개 보자기'와 동화 '여우 엄마' '양철 문 밀고 들어서면' 네 편이었다. 이 중 동화 '여우 엄마'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까치밥'은 동시를 다루는 솜씨가 능숙하고 세련되었지만, 신인다운 패기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 흠이다. 무난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개 보자기'는 신선한 발상이 장점이나 완성도가 떨어지고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동화 '양철 문 밀고 들어서면'은 사실적 표현이 실감 나지만, 할머니의 회개라는 마지막 부분이 너무 작위적이어서 전체적인 격을 떨어뜨리고 말 았다. '여우 엄마'는 환상과 현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동화의 묘미를 만끽하게 한다. 빨간 코트는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다. 환상에서나 가능한 아이의 소망. '여우 엄마'가 만든 세상은 슬프도록 아름답다. "고마워요. 여우 엄마!" 여우 가족을 향해 외치는 은수의 목소리가 긴 여운으로 가슴에 남는다. '동화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심사위원 공재동·배익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