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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을 훔친 도둑/ 이정실


◇ 하늘을 나는 이불

 

하늘에 별처럼 반짝이는 빛들이 온 마을에 가득 흐르는 밤입니다.

 

잘 자.”

 

딸깍.’

 

오늘도 엄마는 환이가 잠든 줄 아는 모양입니다. 이상하게도 환이는 저 딸깍소리만 들으면 반쯤 빠졌던 잠도 싹 달아나 버립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가 살며시 콧등까지 내려 봅니다. 환이가 제일 좋아하는 로봇도, 한참 안고 놀아 털이 잔뜩 뒤엉킨 곰돌이도 꼭 괴물 같아 보입니다. 시커먼 옷장에서도 곧 귀신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습니다.

 

내 방은 너무 무서워.”

 

환이는 금방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머리맡에 놓아둔 손전등을 집어듭니다. 정전이 됐던 밤, 아빠가 손전등을 켜는 모습을 보고 환이는 그것이 꼭 갖고 싶었습니다. 환한 빛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너무 멋져서 혼자 자는 밤에 켜리라 생각하고 아빠에게 말해 받아두었습니다. 방 이곳저곳을 비춰보다 그 모습이 더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 속에 손전등을 켜놓습니다. 혼자 동화책이라도 볼 생각입니다.

 

들썩들썩.’

 

그때입니다. 창문이 활짝 열리더니 펄럭펄럭 바람이 불어옵니다. 바닥에 깔아놓은 이불이 들썩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이불 전체가 붕 떠올라 이불을 덮고 있는 환이를 태우고 창밖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고미와 로보와 끼오

 

창밖으로 나온 이불은 집 주위를 빙글빙글 돌더니 거실 창문으로 날아갑니다. 엄마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불은 집을 뒤로하고 검은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 너 어디로 가는 거야?”

 

이불은 하늘 높이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환이 눈 아래 마을 불빛들이 별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익숙한 마을 길을 벗어나 숲으로 날아갑니다. 어둑한 숲 속을 이리저리 날다 커다란 그림자 하나를 만납니다. 환이는 이불을 잔뜩 뒤집어쓰고 눈만 빠끔히 내어놓습니다. 팔은 길고 몸통이 굵직한 그림자가 허우적대며 다가오는 환이를 잡으려 합니다.

 

으악, 저리 가!”

 

그때 이불이 꽁지를 둥글게 모으더니 이불 속의 환한 불빛을 그림자 괴물에게 쏩니다. 환이를 잡으려던 괴물 모습이 환하게 보입니다. 덩치 큰 곰 고미가 벌들을 훑어 내며 말합니다.

 

벌들이 날 잡아먹으려나 봐. 나 좀 살려줘!”

 

환이는 얼른 고미를 향해 달려가 벌들을 쫓아줍니다.

 

이리 와. 나랑 도망가자.”

 

환이는 고미를 이불에 태우고 벌들을 피해 도망갑니다.

 

고마워. 콩만 한 녀석들이 곰 무서운 줄도 모르고!”

 

고미는 아까와 달리 으스대며 말합니다.

 

이불이 다시 검은 숲을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멀리서 다리가 하나뿐인 검은 괴물이 땅을 쿵쿵 울리며 다가옵니다. 환이는 고미와 이불 속으로 쏙 숨어듭니다. 이불은 다시 꽁무니로 빛을 환하게 쏩니다. 자세히 보니 로봇 로보가 다리 하나를 잃어버리고 한 다리로 콩콩 뛰고 있습니다.

 

너 괜찮니?”

 

환이가 묻습니다.

 

내 짝이 나를 잃어버려서 다리를 다쳤어.”

 

환이는 폴짝 이불에서 내려와 슬퍼 보이는 로보를 이불에 태워줍니다.

 

흠흠. 고마워. 꼬마야. 내 짝 만나면 이 은혜는 꼭 갚지.”

 

로보는 젠체하며 인사합니다.

 

이불이 다시 날기 시작합니다. 멀리서 날개를 퍼덕이는 검은 괴물이 성난 듯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환이는 두 친구와 이불 속으로 쏙 숨어듭니다. 이불은 다시 꽁무니로 빛을 환하게 쏩니다. 자세히 보니 닭 끼오가 날개를 퍼덕이고 있습니다.

 

너 어디 아프니?”

 

환이가 묻습니다.

 

내 낭랑한 목소리가 나오질 않아!”

 

끼오는 슬픔에 잠겨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내가 의사선생님께 데려다 줄게.”

 

정말? 그럼 내가 멋진 노래 꼭 들려 줄게.”

 

끼오는 환이에게 인사하고 이불에 올라탑니다.

 

밤 마을

 

친구들을 태우고 이불은 다시 집으로 향합니다. 마을 입구의 커다란 나무가 보였지만 은하수처럼 빛나던 마을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거리마다 집들마다 빛나던 색색의 불빛은 어디론지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왜 이렇게 깜깜한 거지?”

 

이건 혹시?”

 

로보가 아는 체하며 말합니다.

 

불 먹는 도깨비인가?”

 

로보는 할머니께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려 불 먹는 도깨비에 대해 말합니다. 불 먹는 도깨비는 온 마을의 불이란 불은 모두 먹어치워 버려서 그 마을을 밤 마을로 만들어 버린다고 합니다. 반대로 불을 가득 먹은 도깨비가 쉬러 간 마을은 낮 마을이 되어 버린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 마을이 계속 이렇게 깜깜하다는 거야?”

 

놀란 환이는 집 안으로 헐레벌떡 달려갑니다. 엄마를 찾아 더듬더듬 방 안으로 들어가지만 엄마는 세상모르고 쿨쿨 잠을 자고 있습니다.

 

엄마, 엄마!”

 

온 힘을 다해 엄마를 일으켜 보려 하지만 엄마는 꿈쩍 않고 잠만 잡니다. 털레털레 이불로 돌아온 환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릅니다.

 

이게 다 내가 노래를 못해서 그런 거라니까.”

 

끼오가 허풍을 떱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이건 도깨비 때문이라고!”

 

좀 싸우지 마. 어두워서 무섭단 말이야.”

 

로보와 고미가 합세해 떠들어 댑니다.

 

도깨비? 그래, 그럼 도깨비한테 한번 가보자!”

 

넷은 이불에 올라타고 도깨비가 있는 낮 마을을 향해 날아갑니다.

 

낮 마을

 

빛 한 점 없는 밤 마을에서 멀리 별처럼 빛나는 곳을 향해 날아왔더니 금세 낮 마을에 도착합니다. 분명 밤이었는데 이 마을만은 대낮처럼 환해 마을 이곳저곳에 사람들이 걸어다닙니다. 걸어다니는 사람들 모두 한결같이 피곤한 기색이 가득합니다. 눈은 붉고 반쯤 감겨서 걸어가고 있지만 자는지 깨었는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길가에 피어난 꽃들도 왠지 이 마을 사람들을 닮아 꽃잎은 윤기 없이 축 처졌고 고개는 반쯤 숙여져 있습니다.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들은 크기가 환이가 먹어본 사과들의 반의반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꽃이랑 나무들이 이상해.”

 

환이가 넘쳐나는 궁금증을 한마디로 이야기합니다.

 

여긴 아침이 없으니까 내 노래를 못 들어서 그럴 거야.”

 

끼오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진짜?”

 

고미는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 그건 쟤들도 잠을 못 자서 그런 거야.”

 

로보는 예전에 보았던 책 속 이야기를 떠올려 말합니다.

 

환이와 친구들은 벤치에 앉아 졸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도깨비에 대해 물어보기로 합니다.

 

아주머니, 혹시 도깨비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이제 겨우 잠들 뻔했는데! 야 이 녀석아, 넌 누군데 내 잠을 깨우는 거야!”

 

아주머니는 벌떡 일어나서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댑니다. 놀란 친구들은 다급히 사과하고 얼른 도망가 버립니다. 이번엔 친절해 보이는 아저씨에게 물어보기로 합니다.

 

아저씨, 불 먹는 도깨비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아저씨는 감길 듯한 눈을 껌뻑거리며 얼른 알아듣지 못합니다.

 

아니, 아저씨. 불 먹는 도깨비가 어디 있는지 아시냐고요?”

 

로보가 땍땍거리며 다시 묻자 아저씨는 팔을 힘없이 들어 한쪽을 가리킵니다. 마을 어느 곳보다 환한 곳입니다. 넷은 이불을 타고 그리로 힘껏 날아갑니다.

 

불 먹는 도깨비

 

도깨비 집에 가까이 왔다는 것을 친구들은 단번에 알아차립니다. 대낮인데도 집으로 향하는 길가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 생일 케이크 위 촛불 같습니다. 태양처럼 번쩍거리는 도깨비 집 현관문을 밀고 들어가자 도깨비는 커다란 의자에 앉아있습니다.

 

누구냐?”

 

도깨비는 귀찮다는 듯이 묻습니다.

 

불에 대해서 좀 물어보러 왔어요.”

 

환이는 도깨비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도깨비는 커다란 의자에 꽉 끼인 것처럼 엄청나게 부풀어 있습니다. 옷이 작은지 도깨비가 숨을 쉴 때마다 윗도리가 들썩거려 빛나는 배가 반쯤 드러나 보입니다.

 

도깨비님, 도깨비님이 빛을 다 먹어버려서 우리 마을이 깜깜해졌어요. 빛을 좀 돌려주세요.”

 

? 돌려달라고? 그건 안 돼! 난 어두운 게 무섭단 말이야!”

 

도깨비는 자기에게 불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나도 원래는 어두운 게 무섭지 않았어. 근데 그날…….”

 

도깨비는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나는 도오깨비, 산속 대장 도오깨비. 무서울 것 하나 없네. 풀벌레야 물러나라. 도깨비님 나가신다. 종달새야 물러나라. 도깨비님 나가신다.”

 

그러다 숲 속 한편에서 어두운 형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 누구냐. 썩 비키거라. 도깨비님 나가신다!”

 

도깨비는 기세 좋게 외쳤습니다.

 

어잇! 썩 비키지 못할……. 으아아악.”

 

키는 저 큰 나무만 하고, 얼굴은 눈, , 입도 보이지 않게 시커멓고, 머리에는 이상한 괴물들이 막 꿈틀대며 자라나는 정말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고.”

 

생각하기도 싫은지 도깨비는 이야기하면서도 벌벌 떨었습니다.

 

그 괴물 때문에 난 밝은 곳에만 있기로 했어. 그래서 방망이 끝에 불을 붙이고 다녔지. 한번은 화장실에 갔는데 이 불을 둘 데가 없지 뭐야? 그래서 입에다가 딱! 물고 있었는데, 엄마! 내가 그걸 깜빡하고 삼켜버린 거야! 근데 이 불이 내 배 속에서 번쩍번쩍하는 거 아니겠어? 옳다구나 하고 그렇게 배 속에 불을 넣고 지냈지. 근데 이 불이 내가 트림만 딱 한 번 꺼~억하고 했다 하면 싸악 빠져나가 버리는 거야. 그래서 계속 빠져 나가버리는 불 때문에 자꾸자꾸 불을 먹게 된 거야.”

 

어둠 속에 숨은 괴물

 

그럼 그 괴물만 해결하면 되는 거죠?”

 

환이의 말에 세 친구는 눈이 휘둥그레져 바라보았습니다. 친구들은 이불을 타고 도깨비가 말한 낮 마을과 밤 마을이 만나는 곳에 도착합니다. 숲이 우거진 이곳은 검은 커튼처럼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금방이라도 반갑지 않은 무엇인가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우리 그만 돌아가면 안 돼?”

 

고미는 바들바들 떨면서 이불 속에서 환이 다리에 꼬옥 매달립니다.

 

내가 제대로 나서면 이깟 밤 한 방에 날려버리는 건데.”

 

끼오가 허풍을 떨어도 대꾸할 정신도 없는지 모두들 말이 없습니다. 세 친구는 환이에게 매달려 스멀스멀 솟아나는 무서움을 조금씩 녹여냅니다. 그렇게 조용히 숲을 날아가다 환이가 제일 먼저 멀리 보이는 검은 형체를 발견합니다.

 

거기 누구냐!”

 

검은 형체가 불호령을 칩니다. 괴물의 꿈틀거리는 머리카락이 하늘 끝까지 치솟았습니다. 괴물은 귀신 같은 모습으로 네 친구를 위협합니다. 넷은 무서워 이불 속으로 들어가기 바쁩니다. 그때 끼오가 내 목만 괜찮았어도 저딴 괴물 아무것도 아닌데하며 빠끔히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어서 썩 사라지지 못하겠느냐!”

 

밖을 내다보던 끼오 때문에 빛 한줄기가 어둠 괴물에게 쏘아집니다. 그때 끼오가 갑자기 이불 밖으로 풀쩍 뛰어내립니다.

 

너 뭐 하는 거야. 그러다가 잡아먹힌다고.”

 

고미가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끼오는 신경 쓰지 않고 땅을 콕콕 찧어대기 시작합니다.

 

끄악. 저리 가. 저리 가.”

 

괴물이 두려움에 떠는 목소리를 내자 모두들 이불 밖으로 나와 끼오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끼오는 이리저리 푸드덕거리며 뛰어다닙니다. 끼오가 쫓고 있는 것은 기다란 지렁이들이었습니다.

 

으악,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지렁이들은 끼오 앞에서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이불이 꽁무니를 열어 환하게 비추자 거기에는 버려진 커다란 장승이 서 있습니다.

 

요 작은 지렁이가 어둠 속에 숨어서 괴물인 척한 거군.”

 

로보는 좀 전 기억은 나지 않는 듯 으스대며 말합니다.

 

근데 너희들 왜 괴물인 척한 거야?”

 

고미가 떨고 있는 지렁이들에게 불쌍한 듯 물어보았습니다.

 

저희는 그냥 이 장승 옆에서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도깨비가 우리더러 비키라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이삿짐을 싸려고 부지런히 움직였더니 도깨비가 기겁하고 도망가지 뭐예요. 그래서 저희는 그날 이후로 우리 집을 지키려고 이렇게 지내왔어요.”

 

네 친구는 그저 웃음만 지었습니다. 끼오가 당당하게 말합니다.

 

거 봐. 내가 나서니까 아침이 오잖아.”

 

도깨비를 찾아가 이 이야기를 해준다면 약속대로 불을 돌려줄 것입니다. 그러면 끼오의 말처럼 아침도 환하게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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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이정실

 

액자에 걸어둔 그림같은 꿈문학의 길 이끈 은사·동문에 감사

 

작가의 길은 저에게 액자에 걸어둔 그림과도 같은 꿈이었습니다. 꿈이라고 말하지만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성되지도 않았고 아직 채색해야 할 것이 많지만 액자에 넣어버린 만질 수 없는 꿈이었습니다. 문학작품들을 보면서 동경은 커졌지만 차마 내가 할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못하였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꿈을 실현시키는 이들을 보면서 마음속에 간직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이 주는 감동처럼 나의 방식으로 감동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막연한 꿈에 한발 다가가기 위해 대구교육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였습니다. 동심에 대해 이해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놀라고 기뻤던 당선 소식에 떨리던 그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저의 작품에 귀중한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매일신문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동문학의 길로 이끌어주신 대구교육대학교 아동문학과 교수님들과 동문들, 더없는 칭찬과 격려로 상상만 하던 것을 현실이 되도록 도와주신 박경선 교장선생님, 대학교 시절 저의 작은 재능을 찾아주신 이강엽 교수님 감사합니다. 항상 저의 뒤에서 제 힘이 되어주시는 부모님 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제 도전을 격려해준 친구들,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주신 대구현풍초등학교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었음을 알려주는 저희 반 아이들에게 기쁨을 전합니다.

 

아이들이 잊지 말았으면 하는 말이 있다면 꿈을 향해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저와 함께하는 아이들에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라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내디딘 첫발, 힘차게 나아가 좋은 동화로 보답하겠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그랬듯 아이들에게 위안이 되는 동화를 쓰겠습니다.

 



심사평

 

순수한 동심 가득작가적 상상력 풍부해 믿음 가는 작품

 

열정이 가득 담긴 154편의 작품을 열심히 읽었다. 종전에 비해 질과 양적인 면에서 모두 풍성하였다.

 

산고 끝에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모두 7편이었는데, 먼저 '할머니의 주전자'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이야기에 신비감을 불어넣는 구성력이 돋보였으나 다소 도식적이라는 점에서, '달볼록의 비밀' 역시 참신한 상상력이 돋보였으나 계속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 응집력이 다소 마음에 걸려 내려놓게 되었다.

 

'수수꽃다리 꽃 향기'는 요즘 사회문제로 많이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 따돌림 문제를 수채화 같은 정경으로 그려낸 산뜻함이 있었으나 역시 도식적인 결말이라는 점이, '테일러 씨의 벌거벗은 임금님'은 새로운 비판적 시각이 돋보였으나 다소 평이한 구성이 마음에 걸려 내려놓게 되었다.

 

'달무리'는 주제가 뚜렷하고 구성 능력도 돋보였으나 단순 구조이고 문제점만 제시한 비극적 결말로 그쳐 또한 부득이 내려놓게 되었다.

 

끝까지 남은 작품은 '두 개의 태양''낮을 훔친 도둑'이었는데 '두 개의 태양'은 우주를 무대로 한 SF 동화로서 참신한 발상이 돋보였을 뿐만 아니라 주제 또한 작은 나사 하나가 온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어두운 분위기로 인하여 그 생명력을 끝까지 지켜가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이리하여 '낮을 훔친 도둑'을 마지막으로 남기게 되었는데, 우리 동화 문단에 절실히 요청되는 환상동화로서의 골격이 튼튼하였고, 순수한 동심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믿음이 갔다. 물론 다소 장황하다는 점과 갈등 장면이 보다 절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가랑이네 집에만 치는 천둥' '개미석을 받은 귀신' '노란 머리핀' 등 함께 보내온 다른 3편의 작품으로 미루어 보건대 많은 습작 노력이 있었고, 또한 동화작가로서의 진지함이 깊이 느껴져 기꺼이 당선작으로 밀게 되었다. 대성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심후섭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