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꿈꾸는 핸드폰 초코 / 심소정

 


서녘 해가 보랏빛 구름 사이로 숨바꼭질을 했어요. 숲속 마을은 나무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웠어요. 바람도 숨을 죽이고, 동물친구들의 발소리도 잦아들었어요. 

“리리링 리리링. 링가링가 링.” 

별안간 경쾌한 멜로디가 숲속 마을에 울려 퍼졌어요. 동물친구들은 저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곤두세웠어요. 아랫마을 사람들이 지나다닐 때 나던 소리랑 비슷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 봐도 사람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무슨 일이니?”

동물친구들이 하나 둘,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몰려들었어요. 토끼 토주가 불빛이 반짝이는 네모난 물건을 주워들었어요. 

“에게, 이건 또 뭐야? 누가 버리고 갔지? 귀하게 생겼는데.” 

“이거라고 말하지 마. 난 핸드폰 초코야.”

하얀 핸드폰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어요. 

“아하하. 핸드폰 초코? 정말 재밌게 생겼다.”

노루 노리는 초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어요. 초코는 두 눈을 꼭 감았어요. 자기를 우습게 보는 것 같아서 상대하기 싫었어요. 

“얘랑 비슷하게 생긴 거 본 적 있어. 사람들이 귀에 대고 얘기도 하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걸.”

다람쥐 다람이가 아는 체를 했어요. 다람이는 나뭇가지를 타고 놀 때,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걸 자주 보았어요. 

“그래, 볼수록 귀여워.”

멧돼지 메도리가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초코는 메도리 말에 눈을 반짝 치켜떴어요. 어쩐지 말투가 귀에 거슬렸어요.

“근데, 넌 어쩌다 여기 버려졌니?”

“버려진 게 아니고, 내 친구 은우가 날 잃어버린 거야. 지금쯤 몹시 찾고 있을걸.”

초코는 눈물을 글썽였어요. 

“글쎄, 정말 그럴까? 사람들은 물건을 잃어버려도 찾지 않던걸.”

동물친구들은 머리를 갸웃거렸어요.

“아니야, 은우는 그런 아이 아니야. 날 꼭 찾으러 올 거야.”

초코는 눈을 부라리며 목청을 높였어요. 초코는 동물친구들이 일부러 약 올린다고 생각했어요. 

“아 하 하 하 하. 너 정말 순진하구나!”

동물친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배꼽을 잡고 웃었어요. 동물친구들은 사람들을 믿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숲속마을을 파헤치고, 친구들을 잡아갔어요. 동물친구들은 아기들에게 특히 아랫마을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타일렀어요. 

초코는 동물친구들 말을 들으니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어요. 정말 은우가 찾으러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날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어요. 부산스러웠던 숲속 마을도 조용해지고 있었어요. 

“리리링 리리링. 링가링가 링.”

갑자기 멜로디가 또 숲속 마을에 울려 퍼졌어요.

“아이쿠, 시끄러워! 좀 조용히 해!” 

토주가 짜증을 부리며 초코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했어요. 

“미안, 미안해. 부탁이야. 내 얼굴 버튼을 눌러 줘. 은우한테 온 게 틀림없어.”

“어떤 거 말이야?”

노리가 초코의 얼굴 글자를 이것저것 막 눌러댔어요.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초코에게서 들려왔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씩씩한 남자 아이 목소리였어요. 노리는 밤송이에 찔린 것처럼 초코를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다람이가 얼른 초코를 주워들고 전화를 받았어요.

“누구숑?”

다람이가 사람 말투를 흉내 냈어요. 

“난 은우야. 실수로 핸드폰을 잃어버렸어. 제발 부탁이야. 내 핸드폰을 돌려줘?”

“고게 무슨 말이숑? 난 핸드폰을 주웠구만용.”

다람이는 사람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내 핸드폰을 돌려주면 선물을 줄게.”

“선물이라궁? 어떤 선물? 나 선물 좋아하는뎅.”

다람이는 입이 헤벌쭉 벌어졌어요. 옆에서 귀를 곧추세우고 있던 동물친구들도 서로 질세라 소리쳤어요. 

“나도.”

“나도야.”

“나돈뎅.”

“어떤 선물이면 되겠니?”

“그야 물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것이지.”

“음. 딱 좋아.”

동물친구들은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래, 내일 갈게. 선물 가지고 꼭 갈 거야. 그때까지 내 핸드폰 잘 부탁해. 꼭이야!”

“걱정마라궁.”

다람이가 싱긋 웃었어요. 통화가 끝나자, 동물친구들은 초코를 나뭇잎으로 꼭꼭 쌌어요. 그리고 땅이 움푹 파인 곳에 소중하게 묻었어요. 아무도 만지지 못하게 동물친구들이 돌아가면서 지키기로 했어요. 초코는 이제 동물친구들의 보물이 되었어요. 

그날 밤 겨울눈이 소복소복 내렸어요. 숲속 마을은 눈 나라로 변했어요. 동물친구들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식량을 구하기 어려웠어요.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어요. 아기들은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렸어요. 

“대체 언제 선물이 오는 거얌.”

노리는 아까부터 목을 길게 빼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만 쳐다보았어요. 오늘따라 사람들은 머리꽁지도 보이지 않았어요. 

“아아, 눈이 와서 먹을 걸 찾을 수 없어.”

토주는 쌓인 눈을 파헤치며 울먹였어요. 눈은 소리 없이 계속 내렸어요. 하얀 눈을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배가 부를까요? 동물친구들은 바보가 된 거 같았어요. 쌓여 가는 눈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난 더 기다릴 수 없어. 이러다간 굶어죽을 거야. 나쁜 꼬마 녀석, 우릴 속였어! 사람을 믿다니, 우리가 어리석었어!”

메도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어요. 눈 덮인 땅을 발로 쾅쾅 굴렀어요. 메도리는 초코를 꺼내 들었어요. 속에서 뜨거운 불길이 확 치밀었어요. 초코를 깨부수고 싶었어요. 메도리는 초코를 언 땅에 힘껏 내동댕이쳤어요. 동물친구들이 말릴 겨를도 없었어요. 초코는 충격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 

“메돌아, 그만해.”

메도리는 씩씩거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어요.

“어딜 가는데?”

동물친구들이 뒤쫓아 갔어요. 

“사람들이 사는 아랫동네에 가 볼 거야. 그곳에는 먹을 것이 넘친대.”

“안 돼. 그건 위험해. 지금까지 아랫동네에 먹을 것 구하러 가서 돌아온 친구는 아무도 없었어.”

“그럼, 어떡해? 먹을 것이 없는데. 이대로 있다간 우리 모두 굶어죽을 거야!”

메도리는 속에서 부글부글 울화통이 치밀었어요. 옆에 있는 동물친구들도 뾰족 수가 없었어요. 언제까지 눈이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었어요. 메도리는 미친 듯이 눈길을 헤치고 달려갔어요. 

“안 돼. 기다려!”

동물친구들은 메도리를 뒤쫓아 갔어요. 다람이는 불현듯 초코 생각이 났어요. 다람이는 되돌아와 초코를 찾았어요. 다행히 초코는 차가운 눈 위에 그대로 누워있었어요. 다람이는 얼른 초코를 주워 버튼을 닥치는 대로 눌렀어요. 초코는 불빛만 반짝일 뿐, 멍텅구리처럼 반응이 없었어요. 다람이는 전화를 받을 줄 알지만, 걸 줄은 몰랐어요. 다람이는 핸드폰을 들고 초코를 뒤쫓아갔어요. 

메도리는 코를 끙끙거리며 음식 냄새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어요. 저만큼 아래, 사람들이 눈길을 헤치고 오는 것이 보였어요. 몽둥이를 든 아빠와 엄마, 꼬마 아이가 자루를 끌면서 오고 있었어요.

“우릴 잡으러 오는 게 틀림없어.”

메도리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어요. 옆에 선 동물친구들은 온몸이 얼음처럼 굳었어요. 

“무서워하면 안 돼. 내가 얼마나 힘이 센지 보여 주고 말테다. 우우웅.”

메도리는 하늘을 보고 소리쳤어요. 나무 위에 앉았던 새들이 후루룩 날아올랐어요. 그 소리는 구불구불 숲길을 타고 올라오는 은우 가족에게도 들렸어요.

“저기, 멧돼지가 오고 있어. 큰일 났다. 멧돼지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죽인대. 어서 돌아가자.”

은우아빠가 말했어요.

“내 핸드폰은요?”

은우가 말했어요.

“다음에 찾으러 오면 되지.” 

은우엄마가 말했어요.

“빨리빨리.”

은우의 아빠, 엄마는 은우 손을 잡아끌었어요. 메도리는 눈앞에서 음식이 사라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어요. 

“거기 서!”

메도리는 앞을 보고 정신없이 내달렸어요. 은우 가족은 자루도 내팽개치고 걸음아 날 살려라고 뛰었어요. 

은우는 얼마 가지 못하고 눈길에 미끄러졌어요. 은우 가족은 도망을 못 가고, 몸을 추슬렀어요. 멧돼지 숨소리가 코앞에서 들렸어요. 날카롭게 튀어나온 하얀 송곳니가 유난히 반짝거렸어요. 금방이라도 은우 가족을 공격할 거 같았어요. 

은우아빠는 나무 막대를 높이 치켜들었어요. 메도리는 음식 자루에 코를 박았어요. 맛있는 냄새는 자루보다 사람들에게서 났어요. 사람들의 어깨에 멘 배낭이 궁금했어요. 메도리는 코를 킁킁거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요.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어요. 메도리에게 어서 공격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어요. 메도리는 깊이 숨호흡을 하고 힘차게 달려갔어요. 

나무막대를 든 은우아빠 뒤에는 은우엄마가 은우를 꼭 안고 섰어요. 은우엄마는 빨리 구조요청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은우엄마는 핸드폰 버튼을 정신 없이 눌렀어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전화번호가 헷갈렸어요. 

“리리링 리리링. 링가링가 링.”

별안간 숲속에 경쾌한 멜로디가 울려퍼졌어요. 메도리는 귀에 익은 멜로디에 저도 모르게 멈칫거리다 멈춰서고 말았어요. 동물친구들과 은우 가족도 눈이 동그래져서 주변을 두리번거렸어요. 

“여보숑?”

다람이가 얼떨결에 핸드폰을 받았어요. 은우는 얼른 엄마한테서 전화기를 뺏어 들었어요.

“나 은우야, 너 지금 어딨니?”

“여깄는데라궁.”

“여기가 어디냐니까?”

“여기는 여기지라궁.” 

다람이는 사람들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몰랐어요. 은우는 눈앞의 무서운 멧돼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아, 답답해. 거기가 어디냐니까?”

“거기는 여기지라궁.”

은우는 가슴을 쳤어요. 은우는 통화를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어요. 저만큼 소나무 옆에 동물친구들이 무리지어 있는 게 보였어요. 

“여기야, 여기.”

은우가 핸드폰을 흔들었어요.

“여기지라궁.”

다람이도 핸드폰을 흔들었어요. 동물친구들은 메도리 가까이 다가왔어요. 메도리의 귀는 통화를 하는 다람이에게 온통 쏠렸어요. 

“아까는 왜 전화를 안 받았니?”

“그게 무슨 소리라궁?”

“전화를 하니까 안 받던 걸.”

“그게 무슨 소리라궁?”

다람이는 메도리가 초코를 던지는 바람에 초코가 기절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어요. 은우가 다람이와 통화를 하자 깜짝 놀란 건 메도리와 은우의 엄마, 아빠였어요.

“은우야, 안 돼. 가까이 가지 마.”

은우엄마는 은우를 붙들었어요. 

“다람아, 사람 가까이 가면 안 돼.”

동물친구들은 다람이를 붙들었어요. 하지만 은우는 두렵지 않았어요.

“여기 맛난 음식이 있어. 내 핸드폰 돌려 줘.”

“뭐라궁? 그럼, 네가 우리 줄려고 이걸 가져 온 거양?”

“그렇다니깐.”

“에헤헤헤. 난 또 네가 …….”

메도리는 쑥스러워서 머리를 긁적였어요.

“여깄지라궁.”

다람이는 은우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어요.

“이야, 드디어 찾았어. 내 핸드폰이야.”

은우는 초코를 호호 불며 볼에 비볐어요. 초코도 좋아서 눈물을 글썽였어요. 

“미안해. 널 오해했어.”

메도리가 말했어요.

“아니야, 나도 널 오해했어.”

“고마워, 친구양.”

다람이가 싱긋 웃었어요. 은우는 다람이를 품에 꼭 안아주었어요. 동물친구들은 자루를 끌고 숲속 마을로 돌아갔어요. 은우는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초코는 따뜻한 은우의 잠바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자마자 잠이 들었어요. 은우 가족들과 동물친구들이 눈싸움하는 꿈을 꾸었어요. 숲속 마을에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었습니다.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소감


어떤 사람은 동화를 쉽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나도 동화나 한번 써 볼까?”

그런데 저는 동화가 쉽지 않았습니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것 때문에 가슴 졸인 시간이 무척 많습니다. 

평생 이렇게 습작만 하다가 끝나면 어떡하나? 한숨의 시간도 길었습니다. 중간에 글을 포기하고 놓았던 적도 있었는데, 오늘의 시간을 맞이하게 되어 기쁨이 배가 되었습니다.

저는 동화를 쓰게 되어 행복합니다. 동화는 시공간을 초월해서 살게 해 주고, 상상의 세계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여행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간직할 수 있으니, 이 또한 행운입니다.

동화를 쓰는 일은 끝이 없는 길입니다. 더구나 어른이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항상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에게 처음 신비한 동화의 세계를 알게 해 주신 고 석용원 교수님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글을 쓸 수 있게 배려해주는 가족들과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신 이국환 교수님, 배유안 교수님, 신진 교수님, 그리고 학우님들과 제 글을 읽고 평해 주는 귀염둥이 제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아울러 제 글을 예쁘게 보아주신 심사위원님과 힘차게 달려갈 수 있는 물꼬를 열어준 경남신문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1968년 하동 출생 △동아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디지털기기를 제재로 한 동화창작 연구’로 석사 학위 △월간 아동문학 동화 당선.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심사평

응모해 온 작품들을 정성 들여 읽고 우선 열 편을 뽑았다. 숙독하고, 여섯 편을 안타깝고 아쉽지만 내려놓았다. ‘달콤한 겨울’, ‘꿈꾸는 핸드폰 초코’, ‘할머니의 주전자’, ‘땅속의 우정’ 등 네 편을 최종심의 자리에 올려놓고 거듭 고심을 했다. 

‘달콤한 겨울’은 문장의 호흡은 들쑥날쑥하여 읽는 데는 무리가 없으나 핵심적인 이야기가 선뜻 마음에 차지 않았고. 할머니의 일상을 그린 ‘할머니의 주전자’는 주전자를 화자로 하여 이야기를 이어 내긴 했으나, 주전자 속에 들어 있는 과자 나부랭이로 이야기를 아우르고 만다. 동화가 지녀야 하는 극적인 장면과 반전을 맛깔나게 펼쳐 내지 못하여 아쉬웠고, ‘땅속의 우정’ 역시 어딘가 허술하고 읽고 난 뒤가 밋밋한 느낌이 들어 돌려놓았다.

새삼스럽지만 신춘예작품은 신춘문예다운 작품이어야 한다. 작품의 소재가 좀 더 새롭고 표현력의 신선함이 펄펄 살아 담겨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기성작가들의 작품을 훌쩍 뛰어넘는 패기와 역동성이 담긴 우수한 작품이어야 한다. 

산속에 떨어져 있는 핸드폰을 두고 동물들은 신기해 하기도 하고, 서로 만져 보려는 속내와 호기심에 찬 눈빛과 행동들을 삽화로 잘 살려낸 ‘꿈꾸는 핸드폰 초코’를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두 심사위원은 의견 일치를 보았다. 

선정 이유는 문장력이나 작품을 이끌어가는 작가적 기량이 돋보였다. 또 작품을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그 재치가 남달라서이다. 이는 동화가 지녀야 할 품성을 갖추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동화가 지녀야 할 품성은 사유의 경계성을 허물고 문학적 감흥과 성취를 이루어 내는 일이다.‘꿈꾸는 핸드폰 초코’는 동물들과 정감 있는 교감을 획득해내어 시적 공간성을 확장시켰을 뿐 아니라 재미와 이야기의 맛을 한층 더했다.

동화에서 사물을 의인화시켜 교감을 한다고 해서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재를 감동성으로 진화시켜 재미와 낭만과 휴머니티가 내재되어야 비로소 한 편의 동화 작품이 탄생된다. 

이러기 위해서는 보편적이면서 결코 보편적이 아닌 주제에 상상력과 작가의 입김을 불어넣어 무리 없는 환상의 세계에 빠져 들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동화는 시의 언어로 짜 낸 훌륭한 비단이며,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지어 입어야 더 아름답고 황홀해질 수 있는 의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심사위원 임신행·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