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버드콜 / 이명숙
당선작> 버드콜 / 이명숙 해가 뒷산 너머로 쏙 들어가 어둑어둑했다. 엄마 심부름을 다녀오던 나은이는 걸음을 멈추었다. 낡은 빌라들이 빼곡히 어깨를 맞대고 있는 골목 입구. 열 걸음쯤 앞에 ‘귀신 창문’이 보였다. ‘귀신 창문’은 괴기스러운 흐느낌 소리가 안에서 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창문은 이 층 건물의 중간 높이쯤에 달려 있다. 그 아래 빈 공터에는 주인 없는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먹다 버린 과자 봉지부터 돈을 주고 버려야 하는 부서진 가구들까지 온갖 잡동사니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돌아가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귀신 창문’이 드르륵 열렸다. 머리끝이 쭈뼛거리며 숨이 턱 막혔다. 일단 숨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벽에 몸을 붙였다. 열린 창틀 위로 새 한 마리가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