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베리야 / 유호민
당선작> 붉은 베리야 / 유호민 마지막 가족여행의 마지막 저녁, 바지락죽이 유명하다는 어느 식당에 들어갔다. 아빠가 “바지락이 잘못하면 모래가 아작아작 씹히는데 이건 그런 게 하나도 없이 아주 맛있다”고 했고, 모두들 동의하며 해감 잘 된 바지락죽을 맛있게 먹었다. 잠시 후 아빠가 다시 “바지락이 아작아작 씹히는 거 하나도 없이 아주 맛있다”고 했고, 우리는 또 동의했고, 그리고 잠시 후 아빠가 또 “바지락이 아작아작……”을 되풀이했을 때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아빠가 다시 “바지락이……”를 시작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 그 아작아작 좀 그만하세욧!” 마치 합창처럼 외쳤고, 그 절묘한 타이밍에 재미있어하며 모두 크게 웃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