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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부탁해 / 장경원

 

 

1. 할머니, 나 죽을 거 같아!

“어구구구구!”

시덕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시덕이는 현관문을 밀고 들어서면서부터 죽는소리를 했다. 책가방과 신발주머니와 보조가방을 이리저리 휙휙 내던졌다. 그러고는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비좁은 주방이 꽉 찼다.

“왜 그래? 학교에서 또 뭔 짓을 했다냐?”

콩나물을 씻던 할머니가 물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뒤도 안 돌아보았다. 말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걱정은 코딱지만큼, 못마땅함은 잔뜩 묻어 있었다.

“아우, 할머니…….”

“뭔 일인지 말을 해, 말을.”

“할머니, 나 죽을 거 같아. 기운이 하나도 없어…….”

“참 나, 이놈이. 학교에서 또 사고를 쳤는갑네.”

“에이 참, 그게 아니라니까. 오늘은 완전 얌전한 하루였거든.”

“그럼 뭐야? 뭣 땜시 미역 줄기마냥 흐물거린다냐?” 

시덕이는 몸을 뒤집더니 엉금엉금 기어 할머니에게 갔다. 그러고는 할머니 발목을 덥석 잡았다. 거기에 얼굴을 비비대면서 콧소리를 냈다.

“흐응, 할머니, 나 오늘 학교에서 피 뽑았어. 혈액형 검사했다고.”

그제야 할머니가 뒤를 돌아봤다.

“그래서 오늘 태권도장에도 못 가고, 학원에도 못 가. 내일 학교에도 못 갈지 몰라. 흐응, 이러다가 나 꼭 죽을 거 같아.”

“허이고, 그깟 피 몇 방울 뽑았다고 이리 엄살을 떨어?”

시덕이는 대답 대신 할머니 발목을 더 꽉 붙잡았다. 다시 한 번 어구구구 죽는소리를 했다. 할머니가 다리를 빼며 시덕이에게 찬물을 탁탁 튕겼다.

“앗, 차갑단 말이얏!”

시덕이가 신경질을 내며 발딱 일어났다. 할머니가 목소리를 높였다. 

“쓸데없는 소리 관두고 썩 방에 들어가서 숙제부터 혀! 엊그제도 숙제 안 해 가서 ‘숙제를 안 했습니다.’ 백 번이나 썼다메?”

시덕이가 입을 삐죽댔다. 책가방과 신발주머니와 보조가방은 그냥 놓아둔 채 핑 방으로 들어갔다.

“흥, 난 숙제하기 싫어.”

“아니, 뭐야?” 

“‘숙제를 안 했습니다.’ 백 번 쓰는 게 훨씬 좋아.”

“뭐라고? 아이고, 이놈 말하는 것 좀 보소. 기가 콱콱 막히네!” 

할머니가 입을 딱 벌렸다. 때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할머니는 허리를 투덕투덕 두드리며 수화기를 들었다. 시덕이가 고개를 내밀고 귀를 기울였다.

“할머니, 누구야?”

“누군 누구야, 고모지. 저녁때 마트에 장 보러 가자네.”

시덕이 얼굴이 활짝 펴졌다.

“어, 마트? 나도 갈래, 나도 갈래, 나도 갈래.”

할머니가 고개를 한쪽으로 살짝 꼬았다.

“글쎄, 그렇게 다 죽어 가면서 따라올 수나 있을랑가?”

“아냐, 아냐. 우리 선생님이 피는 금방 만들어진댔어. 봐, 벌써 씽씽하잖아. 그러니까 할머니, 나 떼 놓고 가면 안 돼. 진짜로?”



2. 노란 카레, 노란 별

시덕이는 한동안 마트 안을 휘젓고 다녔다. 할머니와 고모가 번갈아 핀잔을 주었다. 그래도 시덕이는 귓등으로 흘렸다. 맛보기로 나눠 주는 과자와 만두도 몇 차례나 얻어먹었다. 

그러다가 카레 진열대 앞에 우뚝 멈추어 섰다. 

천세 카레, 육분 카레, 토마토 카레, 바나나 카레, 올리브 카레, 몸에존 카레·……. 엇비슷해 보이는 카레 봉투를 하나씩하나씩 눈으로 훑었다. 그저께 일이 떠올랐다.



그날은 할머니가 이모할머니네 갔다가 밤에 돌아왔다. 그래서 시덕이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고모네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고모랑 사촌 여동생들과 같이. 저녁은 카레였다.

“우아, 내가 좋아하는 카레다!”

시덕이와 사촌들은 카레 먹기 시합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카레에 밥을 쓱쓱 비벼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다. 제일 먼저 시덕이가 다시 밥그릇을 내밀었다. 

“고모, 나 더 먹을래!”

사촌들도 질세라 밥그릇을 내밀었다. 

“엄마, 나도!”

“나도!”

고모는 냄비 속에 카레가 얼마나 남았나 살폈다. 그러더니 카레를 사촌들에게만 반반씩 나눠 주었다. 

“어, 고모? 카레 더 없어?”

“그러게. 오늘따라 왜 이리 난리들이래?”

고모는 괜히 빈 냄비를 국자로 휘휘 저었다. 

“카레 없는데. 다른 반찬 줄까?”

“…….”

시덕이는 뿌루퉁했다. 밥그릇을 내려놓았다. 숟가락마저 놓고 일어섰다. 사촌들이 시덕이를 올려다봤다. 입가에 노란 카레가 묻어 있었다. 

“왜, 집에 가게? 아직 할머니 안 오셨을 텐데?”

“…….”

시덕이는 대답도 않고 고모네를 나섰다. 

집으로 가는 길에 놀이터에 들렀다.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다. 시덕이는 그네에 앉았다. 흔들거리며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노랗게 반짝이는 별이 눈에 들어왔다. 눈알이 자꾸 까끌까끌한 것 같았다. 저녁을 먹지 않은 것처럼 배가 고파 왔다.

‘치사한 고모…… 울 엄마라면 안 그랬을 거야…….’

집 나간 엄마가 생각났다. 하도 오래전이라 이젠 얼굴조차 가물가물했다. 엄마가 집을 나가자 아빠도 돈을 번다고 딴 나라로 떠났다. 아빠는 잊을 만하면 전화를 했다. 

“아빠, 나 이제 2학년 올라가.”

“아빠, 나 태권도장 다녀. 노란띠 땄어, 히히히.”

“아빠, 공부방 수녀님이 날 엄청 예뻐해. 날 좋아하는 거 같아.”

아이들과 싸우다 벌선 이야기, 받아쓰기에서 50점 받은 이야기, 할머니가 학교에 몇 번씩 불려 간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반성문 공책에 쓸거리가 넘쳐난다는 이야기도 쏙 뺐다. 아빠가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했다.

‘칫, 오늘 일도 아빠한테 말하면 안 되겠지?’

시덕이는 바닥에 깔린 모래를 발길로 찼다. 이번에는 눈알이 진짜로 까끌까끌했다. 모래 알갱이가 눈 속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시덕아!”

“김시덕, 너 거기서 뭐 하니?”

할머니와 고모가 손수레를 밀며 다가왔다. 시덕이는 움찔했다. 사촌들은 고모 양쪽에 매달려 있었다. 

“시덕이, 카레 먹고 싶어? 좀 살까?”

고모가 카레 봉지 두 개를 집었다. 그러면서 곁눈으로 시덕이를 봤다. 

시덕이는 고개를 쓱 돌렸다. 고모랑 눈이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니, 고모랑 눈이 마주치는 게 싫었다. 그냥 그 자리에 고모가 없었으면 싶었다. 

죽 늘어선 계산대가 보였다. 어떤 데는 계산하는 아줌마가 있고, 어떤 데는 그냥 가로대만 놓여 있었다. 시덕이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볼래? 나 저거 뛰어넘을 수 있다!”

시덕이는 큰소리치며 빈 계산대를 향해 뛰어갔다. 할머니와 고모가 뒤에서 어어 소리를 냈다. 

탁, 탁, 탁, 탁!

시덕이는 몇 발짝 뛰다가 바닥을 박찼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운동선수처럼 훌쩍 뛰어넘어 멋지게 내려앉으려 했다. 

그런데 뭔가 시덕이 오른발을 잡아당겼다. 몸이 앞으로 확 쏠렸다. 기우뚱하더니 버둥거릴 새도 없이 곤두박질쳤다. 한쪽 발끝이 가로대에 걸린 거였다.

“어, 어, 어어……?” 

다음 순간, 딱딱한 바닥이 코앞에 밀려왔다. 할머니와 고모가 찢어질 듯 비명을 질렀다. 시덕이는 턱 밑이 점점 뜨뜻해지는 걸 느꼈다. 어느새 턱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할머니가 심하게 뒤뚱거리며 다가왔다. 할머니는 허리가 아파 걸을 때마다 뒤뚱거린다. 시덕이는 할머니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고모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시덕이는 그 모습도 껌벅껌벅 쳐다만 보았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놀라 소리를 지르고, 혀를 끌끌 찼다. 

무전기를 든 남자 직원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뒤이어 삐뽀삐뽀 요란한 소리와 함께 119가 왔다. 그때까지도 시덕이 턱에서는 피가 줄줄 흘렀다. 윗도리 앞섶이 피에 젖어 축축했다. 

“아이고, 시덕아! 아이고, 시덕아!”

할머니는 넋이 빠진 듯 시덕이 이름만 불러 댔다. 고모는 안절부절못하며 눈물범벅이 되었다. 사촌들은 고모에게 매달려 시끄럽게 울었다. 시덕이 혼자서만 담담했다. 구급차에 얌전히 누워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보았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가 달려들었다. 금방 수술이 시작되었다. 피를 닦아 내고, 주사를 놓고, 상처를 꿰맸다. 입었던 옷을 벗기고 환자복으로 갈아입혔다. 시덕이는 겁에 질리지도, 훌쩍이지도 않았다. 그저 맥이 조금 풀렸다. 의사 선생님이 칭찬했다.

“어쭈, 용감하단 말이야. 울지도 않고.”

“…….”

시덕이는 대꾸하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시덕이 어깨를 쓰다듬었다. 시덕이는 넓적한 그 손바닥이 맘에 들었다. 좀 더 쓰다듬어 주었으면 했다. 그러는 새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



3. 나, 안 죽은 거야?

“우리 시덕이, 머리가 혹시 어찌 된 건 아닌겨?”

“그러게 말이에요. 엄살대장이 전혀 울지를 않으니 이상하네.”

“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디?”

“글쎄, 머리는 안 다쳤다고 하는데. 깨어나 봐야 알겠다고.” 

“아이고, 썩 좋지도 못한 머리, 탈까지 나면 이 일을 어쩌누.”

시덕이는 조금 아까 깨어났다. 할머니와 고모는 시덕이 옆에 앉아 있었다. 두런두런 주고받는 말이 시덕이 귀에 솔솔 들어왔다.

‘뭐, 엄살대장? 썩 좋지도 못한 머리?’

시덕이는 살짝 기분이 나빴다. 

‘칫, 이대로 눈을 뜨지 말까 보다.’

시덕이는 뜨려던 눈을 다시 감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좀이 쑤셨다. 할 수 없이 슬그머니 눈을 떴다.

“할머니…….”

할머니와 고모가 화들짝 놀랐다. 둘이 시덕이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할머니의 주름살과 고모의 기미가 도드라졌다. 둘 다 어제보다 한참은 늙어 보였다.

“어이구, 이놈아, 이만하길 천만다행이지! 대체 어쩌자고 그런 짓을 한 게야, 응?”

“너, 턱을 다섯 바늘이나 꿰맸어. 그래, 꿰맨 데는 안 아프니?”

시덕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바람에 턱이 콕콕 쑤셨다. 

“으응, 그런데 좀 쑤셔…….”

할머니가 시덕이 이마를 자꾸만 쓸어 주었다.

“할머니, 나 뭐 하나만 물어 봐도 돼?”

“그래, 그래, 우리 강아지. 뭐가 궁금한겨?”

“나, 이제 살아난 거야?”

할머니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무슨 말인가 싶은 표정이었다.

고모가 대신 재빨리 대답했다.

“그러엄. 살았고말고. 그런데 원래 죽을 정도는 아니었어.”

시덕이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고모가 넌지시 물었다.

“저, 말이야, 시덕아. 너 왜 하나도 안 울었어? 엄청 아팠을 텐데?” 

“……그냥.”

“뭐, 그냥? 그런 게 어딨어? 무지 아팠잖아?”

“……고모.”

“응, 말해, 말해 봐.”

“저기, 내가 마트에서 엎어졌을 때, 피가 막 났잖아?”

“그래그래, 그랬지, 그랬어.”

“그때 난 이제 죽는구나, 그런 생각 들었어. 근데 나 죽으면 할머니는 어떡하지?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났어. 할머니한테는 나뿐인데, 아빠도 여기 없고 할머니는 혼자인데, 어떻게 살지? 자꾸 할머니 걱정만 되는 거야. 걱정 때문에 다른 건 잘 생각이 안 났어. 그냥, 아픈 줄도 몰랐어…….”

이번에는 할머니와 고모가 눈만 껌벅껌벅했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덕이는 턱이 쑤시는지 얼굴을 찡그렸다. 너무 말을 많이 한 탓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닭똥 같은 눈물을 툭툭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4. 할머니, 내가 잡아 줄게

이튿날, 시덕이는 퇴원했다. 

턱에는 두툼한 붕대를 붙인 채였다. 할머니, 고모와 함께 병원을 나섰다. 택시 안에서 시덕이는 마구 촐싹댔다. 

“아우, 신난다! 할머니, 집에 가니까 진짜 기분 짱이야.”

“그래그래, 이 할미도 기분 짱이다.”

고모가 엄하게 한마디 했다.

“김시덕, 당분간 하루에 한 번씩 병원에 와야 하는 거 알지?”

“알았어, 고모.”

“그리고 그거, 붕대 자꾸 만지작거리면 안 돼.”

“으응, 아, 간지러워서.”

“그래도 안 돼. 상처에 세균 들어가거든.”

“넵, 알겠습니다, 굽신굽신!”

고모가 픽 웃었다. 시덕이도 헤헤 웃었다. 

아파트에 도착했다. 놀이터 근처에서 고모는 고모네 집으로 갈라졌다. 

“참, 시덕아. 이따 저녁은 할머니랑 고모네 집에 와서 먹어.”

“응. 근데 왜?”

“왜긴. 고모가 시덕이 좋아하는 카레 만들어 주려고 그러지.”

“으응, 에헤헤헤…….”

시덕이와 할머니는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가 얼마쯤 뒤뚱뒤뚱 걷다가 멈춰 서며 허리를 짚었다. 

“어, 할머니, 왜? 허리 아파? 내가 붙들어 줄까?”

시덕이는 냉큼 할머니 겨드랑이를 부축했다. 할머니 겨드랑이가 무척 따스했다. 시덕이는 할머니를 붙잡은 손에 야무지게 힘을 주었다.


 

 

2013 무등일보 무등문예(신춘문예) 동화 당선소감,심사평

 

당선소감 / 장경원 "꾸준함 잃지 않겠다"

행운은, 이렇게 느닷없이 오는구나!

몇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면서 복잡한 종로 거리를 걷고 있었어요. 게다가 약속 시간에 늦어 마음도 무척이나 조급했지요. 휴대폰에 낯선 전화번호가 떴어요. ‘이건 또 웬 스팸?’ 하며 무시했어요. 연달아 같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어요. 그제야 화들짝해서 전화를 받았어요. 당선을 알리는 소식이었어요. 덜컥, 느닷없이, 아무 조짐도 없이 그렇게 행운이 왔어요!

10여 년 전 한겨레아동문학작가학교에서 동화를 공부했어요. 모인 친구들은 열정이 대단했어요. 부글부글 끓는 열정을 모아 당장 곰국이라도 끓여 낼 수 있을 듯했지요.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별다른 결실이 없었어요. 요즘은 마지막 남은 작가학교 동기들이 모이면 “동화를 이제 그만 써야 할까…?”라고 조심조심 이야기를 꺼내지요. 조금씩 지쳐 갈 무렵에 날아든 기쁜 소식은 모두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었어요. 그만두지 않아도 된다고, 좀 더 애써 봐도 된다고 말 건네는 듯해서 눈물겹게 고마웠어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예전 직장 동료 조카예요. 마트 사건은 실제 일인데, 그때 턱을 꿰맨 자국이 시덕이에게 여태 남아 있어요. 시덕이 이야기를 듣고, 오랫동안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어요. 손바닥에서 호두알을 굴려 반들반들 길을 내듯,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살을 붙여 갔어요. 시간이 한참 지나 그 아이는 훌쩍 자랐지만 여전히 잘 있어요. 이야깃거리를 준 시덕이에게 감사해요. 아직도 할머니랑 같이 사는데 무리 없이 자라 주어 그저 고마워요.

어떤 소설가가 ‘작가는 잘 쓰는 사람이라기보다 꾸준히 쓰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제까지도 자못 질기도록 꾸준했지만, 앞으로도 꾸준함만은 잃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요. 

느닷없는 행운에 얼떨떨한 가운데서도 정신 차리고 인사를 드려야겠어요. 이제껏 부족한 저를 크고 작은 가르침으로 채워 준 벗들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려요. ‘기쁘다’라는 말에 다 담아내지 못할 가슴 벅참을 안겨 준 무등일보사와 심사 위원 선생님께도 감사드려요. 좋은 동화, 읽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이야기를 쓰도록 더욱 갈고닦겠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동화 심사평 / 안점옥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요함 절실"

80편이 넘는 응모작을 읽어보았다. 가난, 성적경쟁, 우정, 다문화, 장애, 환경문제 등 다루고 있는 주제는 대체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실생활과 밀접했다. 

응모작들은 비교적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또한 지금까지 다루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의식을 보여준 작품들도 있어 믿음직스러웠다. 다만 자신이 쓰고자 했던 주제를 끝까지 집요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안이한 해결책으로 성급히 결론을 지은 작품이 자주 눈에 띈 점은 아쉬웠다. 

본선에 올린 작품은 '꿈꾸는 쌍떡잎', '팝콘이 튀던 날', '할머니를 부탁해', '아빠는 다카에 갔다', '낙타' 다섯 편이었다. 이 중 '꿈꾸는 쌍떡잎'은 재개발 과정을 집무덤이라는 상징으로 형상화해내는 현실감각이 돋보였지만 현실만 지나치게 도드라져서, '아빠는 다카에 갔다'는 편지형식 특유의 잔잔한 감동은 있었지만 주인공 아이가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점에서, '낙타'는 도입은 흥미로웠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작가의 시선이 지나치게 개입한 점 때문에 먼저 제외됐다.

'할머니를 부탁해'와 '팝콘이 튀던 날'이 마지막까지 겨뤘다. '팝콘이 튀던 날'은 시의 적절한 소재에 서사의 완결성이 돋보여 쉽게 내려놓기 힘들었다. 하지만 결국 '할머니를 부탁해'의 주인공의 천방지축이면서도 속 깊은 매력에 손을 들어줬다. 무거운 주제를 활달하게 아이들 눈높이에서 풀어낸 점도 선정의 이유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개성 있는 작품을 보내준 여러 응모자들에게는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