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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 김지원

 

 

‘앗! 파랑새 옷가게 아주머니다!’

 

내 눈은 동그래졌다. 운동장에서 바라본 아주머니는 중앙현관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걸어가셨다.

 

‘오른쪽? 어디지? 그래 교장실이 있는 곳이지.’

 

나는 운동장을 쏜살같이 달렸다. 허겁지겁 1층 현관에 도착해서 오른쪽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는 굳게 닫혀 있는 교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마음이 급했다.

 

내 예상대로 옷가게 아주머니와 교장선생님께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내 얘기다. 말썽쟁이 강승우가 도둑질까지 했다고 생각하시겠지! 나는 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주먹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

 

“헉헉! 옷을 훔친 건 제 잘못만은 아니라고요!”

 

숨이 차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았지만 이럴수록 더 당당해야 한다. 교장선생님과 옷가게 아주머니는 나를 빤히 쳐다보셨다.

 

“아니? 예의 없이! 넌 누구니?”

 

교장선생님께서 버럭 화를 내셨다.

 

내가 그 주인공 강승우라는 걸 아시면 더 심하게 혼내시겠지.

 

“네 맞아요. 제가 4학년 3반 강승우예요. 일주일전에 이 학교로 전학 왔어요. 옷을 훔친 건 제 잘못만은 아니라고요.”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교장선생님과 옷가게 아주머니께 또박또박 말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손짓으로 의자에 앉으라고 하셨다. 나는 당당하게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겁내지마! 내 잘못만은 아니야!’

 

나는 자꾸만 말라가는 입술에 침을 바르며 일주일전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주일 전에 이 학교로 전학을 왔어요. 예전 학교에선 전 정말 착한 아이였어요. 한 달에 한 번 뽑는 칭찬 어린이에 두 번이나 뽑혔고요. 그때 선생님께서 나눠 주시는 소원 쿠폰도 친구들을 위해 사용할 정도였어요.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거나 싸우는 일은 절대 없었어요. 선생님도 항상 “우리 승우가 있어 참 좋구나” 늘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정말 여기로 전학 온 다음부터 자꾸 나쁜 일이 생기는 거예요. 전학도 제가 원한 건 아니였어요. 며칠전부터 아빠랑 엄마가 자주 싸우셨는데 엄마가 그랬어요. 당분간 이모 집에서 지내야겠다고요. 처음에는 좋았어요. 왜냐하면 이모는 내가 부모님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분이거든요. 항상 “우리 꼬마 과학자 승우!”라고 하면서 볼을 좀 세게 꼬집는 건 별로지만. 그런데 이모집에 왔는데 이모가 저를 볼 때마다 한숨만 쉬시는 거예요.

 

“밥은 먹었니?” 라고 말씀하신 게 다였어요. 저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어요. 사실 배가 고팠지만 전 먹었다고 고개만 끄덕였어요. 왜냐하면 이모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거든요. 그날 밤은 제 마음 속에 큰 돌덩어리 하나가 콱 와서 박힌 것 같았어요.

 

그런데 다음 날, 나쁜 일이 또 일어났어요. 아침이 되었는데 제 옷상자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어요. 이모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이모는 한 번도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번 여름에 제 조카가 태어났거든요. 지민이는 지금 오십일쯤 된 아기인데요. 꼬물꼬물 거리는 큰 애벌레 같아요. 가끔 생긋 웃을 때 말고는 정말 이모를 힘들게 한단 말이에요. 그리고 지민이가 배고파서 울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전 아무 말도 못하고 학교로 왔어요.

 

학교에 온 첫 날, 자기 이름은 지수라고 말하는 여학생이 저를 반겨주었어요.

 

나보다 한 뼘이나 더 큰 지수는 내게 다정하게 말했어요.

 

“승우라고 했지? 네가 우리 반에 처음으로 전학 온 학생이야. 그래서 애들이 너한테 관심이 많아!”

 

저는 지수의 관심에 조금 우쭐해졌어요. 그런데 그 관심이 오히려 저를 곤란하게 했어요.

 

전학 온 지 삼 일째 되던 날이었어요. 지수가 나를 흘끗 보더니 옆 짝꿍의 귀에 뭐라고 하는 거예요. 내 얘기 같았어요. 기분이 나빴지만 꾹 참았어요. 그런데 둘이 나를 보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거예요. 제가 쳐다보니 그때서야 지수가 이렇게 말했어요.

“야, 강승우! 넌 옷이 그것 밖에 없어? 연두색 티셔츠? 꼭 개구리 같아.”

 

지수의 놀림에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어요. 내가 옷은 많지만 연두색 티셔츠를 좋아해서 그렇다고요. 그런데 지수가 아닌 것 같다고 제 옷에 냄새가 난다는 거예요. 전 지수의 마지막 말에 그만 화가 나서 일어나 지수의 어깨를 살짝 밀었어요. 정말 살짝이요.

 

그러자 화가 난 지수가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벽쪽으로 확 밀었어요. 넘어지면서 의자가 우르르 밀려갔어요. 그때 선생님께서 교실에 들어오셨어요. 선생님의 등장에 놀란 지수가 갑자기 울먹거리는 거예요. 지수는 선생님께 쪼르르 달려가 가만히 있는데 승우가 와서 자기를 밀었다고 얘기했어요.

 

전 너무 억울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한심한 듯 절 쳐다보시는 거예요. 선생님께서 ‘넌 어째! 전학 온 지 얼마나 된다고. 왜 그랬니?’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 표정이었어요. 순간 너무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낱말들이 목구멍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있었던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선생님은 한숨을 푹 쉬셨어요.

 

“우리 반에 싸움 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선생님의 말씀에 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어요. 지수는 우는 척 마른 눈물을 닦고 있었고요.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어요. 하도 주먹을 꽉 줘서 손가락이 아팠어요.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벌칙으로 명심보감의 한 부분을 열 번 적으라고 하셨어요. 지수는 보건실을 가라고 하셨고요. 명심보감을 다 쓰고 있을 때, 지수가 돌아왔어요.

 

“야, 강승우! 너 옷 많다며? 내일 그 옷 좀 보자.”

 

정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어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옷상자가 사라졌다고 말했어요. 엄마는 이모에게 전화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제 얘기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끊었어요. 이모가 얼마나 바쁜지 엄마는 모르겠지요.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저번 학교에서는 싸울 일도, 명심보감을 적을 일도, 선생님의 한숨소리도 들을 일도 없는 저였어요. 그런데 이 학교에서 와서는 전 정말 나쁜 아이가 된 것 같았어요. 그것보다 더 걱정인건 지수와 했던 약속이었어요. 어떻게든 새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내일도 연두색 티셔츠를 입고 갔다가 또 놀림을 당할 게 뻔하잖아요. 그날 학교와 집 주변을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때 제 눈에 파랑새 옷가게가 보였어요. 어쩌면 엄마가 준 용돈으로 새 옷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작정 옷가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가게 안에는 엄마와 함께 온 친구들이 여러 명 있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혼자 들어온 저를 쳐다보는 사람들은 없었어요.

 

나는 슬쩍 티셔츠 코너에 가서 가격표를 보았어요. 헉! 가격이 정말 비쌌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꼬질꼬질해진 천원 지폐 몇 장이랑 딸랑거리는 동전 몇 개만 잡혔어요. 전학 오는 날, 엄마가 만원을 주셨는데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거든요. 전 할 수 없이 그냥 가게를 나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내려놓은 신발주머니 위로 하얀색 티셔츠가 툭 떨어져 있는 거예요. 제가 훔치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그냥 옷이 제 신발 주머니 위로 떨어져 있었고 …… 자꾸 귓가에는 이런 소리만 맴돌잖아요.

 

‘옷 많다며? 내일 그 옷 좀 보자고.’

 

내일도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가면 지수는 나를 놀릴 게 분명할 거예요. 나는 얼른 하얀색 티셔츠를 신발주머니 안으로 밀어 넣었어요. 가슴이 활화산처럼 터질 것 같았어요. 정말인지 처음이었어요. 제 말 좀 믿어주세요! 전학을 와서 친구들에게 놀림 받기는 싫었어요. 전에 학교에서처럼 선생님과 친구들이 저를 좋아해주길 바랬다고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이모가 예전과 다르게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강승우, 옷상자가 없어졌으면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엄마가 전화했더라. 내일 이모랑 옷 사러 가자. 아니 오늘 갈까?”

 

나는 이모의 말에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파랑새 옷가게에 가기 전에 알려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리고 이모의 말에 화가 나서 괜히 툴툴거렸어요.

 

“괜찮아요. 이모, 전 옷 필요 없어요.”

 

“우리 승우, 단단히 화가 났구나. 그 동안 이모가 승우한테 소홀했지? 미안해. 이모가 지민이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그랬어. 이제부터라도 승우한테 신경 많이 쓸게.”

 

이모는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평소 같았으면 이모의 말에 눈물이 날 만큼 좋았을 거예요. 그런데 어제는 다 싫었어요.

 

갑자기 전학을 오게 만든 부모님도, 옷상자를 잃어버린 것도, 지수한테 놀림을 당한 것도, 하얀색 티셔츠가 우연히 신발주머니로 떨어진 것도. 모두 다!

 

그날 저녁, 이모는 옷을 여러 벌 사 오셨어요. 파랑새 옷가게에서 샀다며. 그 중에는 신발주머니에 들어있는 똑같은 하얀색 티셔츠도 있었어요. 그걸 보니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어요.

 

‘옷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젯밤은 정말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옷을 다시 돌려주게 되면 파랑새 옷가게 아주머니께서 학교에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그럼 전 정말 말썽쟁이가 되겠지요. 선생님은 또 한숨을 쉴 거고요. 지수랑 아이들은 이젠 저를 ‘옷도둑’이라고 수군거리겠지요.

 

그런데 정말인지 옷을 훔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아빠, 엄마가 저를 전학시키지 않았더라면, 옷상자를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지수가 놀리지만 않았더라면, 이모가 일찍 옷을 사 줬더라면. 그러니 옷을 훔친 건 제 잘못만은 아니에요.

 

내 얘기가 끝나자 교장선생님과 옷가게 아주머니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셨다.

 

그때였다. 아주머니가 슬쩍 교장선생님 눈치를 살피시더니 내게 아주 부드럽게 말씀을 하셨다.

 

“승우라고 했지? 어제 네가 우리 가게에 왔었구나! 근데 어떡하지? 난 네가 옷을 가져갔다는 건 몰랐단다. 아주머니가 여기에 온 건, 며칠 전 우리 학교에서 일어난 횡단보도 교통사고 때문에 온 거란다. 아주머니는 녹색 어머니회 활동을 하고 있단다. 그래서 교장선생님께 그 문제를 상의 드리려고 왔는데…….”

 

아주머니는 말끝을 조금 흐리셨다. 나 때문에 오신 게 아니였다니. 머리가 띵 하고 어지러웠다. 그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걸까? 나는 갑자기 몹시도 겁이 났고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나왔다.

 

“저…… 저 때문에 오신 게 아니였다고요? 엉엉! 제가 옷을 훔친 건 다 아셨으니. 이젠 전교생 모두가 저를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래요! 전 정말 나쁜 아인가 봐요. 다 제 잘못이에요.”

 

나는 자꾸 눈물이 났다. 다리도 후들거렸다. 언제 오셨는지 교장선생님과 아주머니가 내 옆에 와 계셨다. 아주머니는 몸을 낮추어서 내 눈물을 닦아 주시며 말씀하셨다.

 

“아니야! 승우야, 넌 절대 나쁜 아이가 아니란다. 정말 나쁜 아이였다면 이렇게 울지 않을 거야. 잘못했다고 이야기 하지도 않았을 테고. 옷 때문에 밤새 고민도 하지 않았을 거야.“

 

나는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아주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주머니 입가에 옅은 미소가 보였다. 그런데도 나는 진짜 내가 나쁜 아이가 된 것 같아 얼굴이 화끈 거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소리 내어 울었다. 교장선생님과 아주머니는 당황하신 듯 서로 머쓱하게 쳐다만 보셨다. 울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열 번도 더 넘게, 아니 백 번도 더 넘게 외쳤다.

 

‘난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끝>

 

 

 

 

 

◇ 당선소감

 

김지원

△ 1978년 대구 출생

△ 경인교육대학교 졸업 / 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 독서교육 전공

△ 어린이책 작가 교실 수료

△ 초등교사로 재직

 

십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유난히 저에게는 특별했던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안타까운 환경 속에서 의기소침하고 주눅이 든 아이들이었습니다. 승우도 그런 아이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늘 똑같은 옷을 입고 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친구들과 싸우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저는 교실에서 울고 있던 승우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그 날,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승우는 더 이상 자신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웃는 날이 더 많아졌고 친구들의 놀림에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여유를 보였습니다.

승우의 손을 잡았던 그 따뜻한 마음으로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첫 걸음을 걷게 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러나 첫 걸음보다 더 중요한 건 다음 걸음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다음 걸음을 더 잘 걸을 수 있도록 성실한 작가가 되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릴 분이 많습니다.

늘 응원해주고 지원해 주는 든든한 남편, 동화의 길을 열어 준 윤아해 선생님, 한결같은 마음으로 가르침을 주신 정해왕 선생님, 나의 영원한 글벗 민정이, 어작교의 여러 선후배님들과 멋진 동기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배우고 나누기를 좋아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 부족한 며느리지만 늘 칭찬해 주시는 고마우신 어머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심사평…아이 눈높이에 두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든든

 

  ‘행복한 고민’ ‘찬란한 슬픔’ 이런 말들을 형용모순이라고 하던가? 어느 한 작품을 고르기 위해 끙끙 댄 시간이 나에게는 그랬다. 어느 것 하나 내려놓기가 아까웠다. 좋은 작품을 안고 오랜 고민을 거듭했으니 행복한 고민이 맞다. 하지만 횡재다. 마지막까지 ‘행복’과 ‘고민’을 안겨 준 작품을 들어본다.

  박상기 씨의 ‘나의 방범대장’. 중학 진학을 앞둔 6학년 남자아이의 심리와 의식의 성장을 잘 그려냈다. 끝까지 긴장감도 이어진다. 그런데 갈등을 해결 하는 과정에서 아이보다 아버지 힘이 더 크게 작용하여서인지 가뿐하지가 않다. 아빠와 엄마가 필요 없이 거친 말을 많이 쓰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김선미 씨의 ‘제발 참아 줘’. 화장실 안까지 함께 들어갈 정도로 찰떡 동무에게 싹트기 시작한 이성에 대한 묘한 감정, 화장실 낙서 하나로 이야기를 그려내는 역량이 돋보인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몇 살짜리 아이들 이야기인지를 글 어디에서라도 밝혀야 했다. 김진영 씨의 ‘아무도, 아무도’. 열한 살 남자아이가 자전거 사고를 내놓고 혼자서 끙끙대며 갈등하고 고민하는 심리를 잘 그려낸 작품이다. 긴장감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야기는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여러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건강한 아이들의 힘으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다른 작품에 밀렸다. 박은아 씨의 ‘꼬마 선생님과 함께 한 하루’. 요즘 아이들의 아픔을 아이 눈높이에서 가장 잘 찾아 낸 작품이다. 아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돌덩이 같은 힘겨움을 풀어내는 방법을 놀이에서 찾는다는 것도 믿음이 간다. 작가의 독특한 개성도 보인다. 그런데 상투적인 결말이며 눈물을 흘리게 하는 과장된 표현은 설득력을 떨어뜨렸다. 또 물음표를 쓰는 데도 신중해야겠다. 가장 큰 결점은 꼬마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공부를 잘해서 나이가 어리지만 선생이 되었다’ 고 말하는 부분이다. 이야기 흐름과 맞지 않다. 윤미경 씨의 ‘달려라 불량감자’. 뛰어난 작품이다. 문장이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다.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작품이다. 그러나 인물의 설정이나 사건의 전개 방식에서 참신성이 아쉬웠다.

  당선작품 김지원 씨의 ‘난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아픔을 가진 채 시골 학교로 전학 온 아이가 적응 과정에서 겪는 이야기다. 4학년 아이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스스로 용기 있게 해결하는 과정이 믿음직하면서도 눈물겹다. 크던 작던 잘못을 저지르면서 자라는 많은 보통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방식도 새롭다. 마지막 부분에서 아주머니가 승우에게 다가가서 너는 나쁜 아이가 아니라고 설교조로 말하는 장면이 군더더기가 되었고, ‘헉헉’, ‘엉엉’ 같이 흉내 내는 말이 틀에 매여 있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눈높이에 두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든든하다. 아이들에게 좋은 동무가 되어 좋은 작품 많이 쓰기를 기대하면서 기쁘게 당선작으로 뽑는다.  

 

윤태규(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