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예민한 아빠 / 윤미경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밥통 아줌마의 하이소프라노가 주방 안으로 울려 퍼진다.

“차서령, 기상!”

때를 맞춰 파고드는 중저음의 테너는 의외로 파괴력이 강해서 순식간에 아침잠을 몰아낸다.

“침대 정리는 제대로 했니? 여자애는 머문 자리가 늘 단정해야해.”

눈뜨자마자 쏟아지는 정말 배려 없는 아침 인사다. 

“남자애는 뭉갠 자리가 더러워도 되는 거야?”

볼멘소리를 냅다 지르고 화장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양치질은 3분 동안! 혀도 닦는 거 잊지 마.”

유치원 때부터 하루도 안 빼고 들은 멘트다. 정말 창의성이 결여된 못 말리는 아빠다. 

식탁에 앉으면 준비된 나머지 잔소리가 아침식사와 함께 셋팅 된다. 

“머리 감을 때 잘 헹구고 나왔겠지? 머리카락도 줍고, 또….”

된장국을 건네는 아빠의 와이셔츠 깃이 까맣다. 딱 걸렸다.

“그러는 아빠 와이셔츠 체면은 말씀이 아니네 뭐. 얼레, 단추 봐라. 곧 국속으로 다이빙하겠네.”

이쯤하면 아빠의 잔소리가 마침표를 찍을 법도 하지만, 어림없다. 밥먹는 내내 아침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강의가 준비되어있다. 

나는 아빠랑 둘이 산다. 예민한 아빠랑 둘이만 산다는 건 힘들다. 이럴 경우엔 보통 무던하고 너그러운 엄마가 균형을 맞춰 줘야 하는데 나는 없다. 

텔레비전 옆에 놓인 가족사진 속에서 우리는 셋이다. 나는 아주 아기여서 엄마 품속에 폭 안겨있다. 아기인 내가 부럽다. 어린 나에게 가끔 묻는다.

“엄마 품은 어때?”

사진 속의 엄마는 핼쑥했다. 웃고는 계시지만 힘겨워 보였다. 저 사진을 찍고 세 달 후에 엄마는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사진을 보면 아빠가 얄미워진다. 왜 아빠는 엄마를 지켜주지 못했을까. 세 달후에 돌아가실 엄마를 어째서 아빠는 알아보지 못 했을까?



배가 살살 아팠다. 화장실에 가고 싶거나 배탈이 나서 아픈 거 하고는 느낌이 좀 달랐다. 나는 혼자 견디는 것에 익숙하다. 할머니가 가끔 오셔서 살림을 도와주고는 계시지만 고학년이 된 뒤로는 할머니한테 어리광을 부리는 것도 좀 뻘쭘해졌다. 아프거나 고민이 생겨도 그저 버티거나 꾸욱 참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을 책에서 읽었을 때 너무 공감한 나머지 책을 삼킬 뻔 했다. 

학교에서도 불쾌한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하루 종일 우울해서 친구들에게도 이유 없이 짜증을 냈다.

“웬 심술이야, 너.”

결국 짝꿍 가은이가 눈을 흘겼다.

“미안, 아침부터 우리 결벽지존님이 잔소리 작렬.”

“에그, 피곤한 영혼이시다. 진짜.”

아빠의 결벽증은 내 친구들도 인정할 정도다. 내 가방 속엔 아빠가 챙겨준 손 소독제, 물티슈 따위가 가득하다.

갑자기 또 배가 사르르 아팠다. 알 수 없는 통증이 허리까지 갉작거리기 시작했다. 보건실에 들를 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우울함도 가시지 않아 책상에 엎드려 있는데 가은이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서령아, 너 그거 있니?”

빼꼼히 눈을 떴다.

“날개 말야.”

몸을 발딱 일으켜 세웠다.

“생리대? 너 시작했어?”

가은이는 고개를 까닥였다.

“미안, 난 아직.”

가은이는 다른 아이를 물색하러 엉거주춤한 자세로 여자 아이들 사이를 오가기 시작했다. 연서가 빌려 주는 게 보였다. 나는 다시 책상위로 몸을 묻었다. 가은이와 연서가 달라 보였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뭔가 느낌이 달랐다. 속옷이 축축했다.

오줌이라도 쌌나? 무심코 이불을 걷어 본 나는 그 동작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피였다! 분명히 피다. 성교육 시간에 배웠던 것들이 슬라이드 영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냥 배운 것과 직접 체험하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시트위의 선명한 핏자국을 보자 겁이 덜컥 났다. 

“서령아, 일어났니?”

아빠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오늘따라 늦잠이냐. 지각할 셈이야?”

재빨리 침대 속으로 들어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황해서인지 머리가 스마트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방문이 벌컥 열렸다. 이불을 꼭 움켜쥐고 크게 소리쳤다.

“아빠는 노크도 없이 남의 방문을 열고 난리야!”

내 날카로운 목소리에 아빠가 움찔 하는 게 느껴졌다. 마침 적절한 타이밍으로 밥통아줌마가 빽! 하며 아빠를 불러댄다. 무던한 엄마대신 아빠를 말려 주는 건 역시 밥통 속의 아줌마다. 잠시 머뭇거리던 아빠는 방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마자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속옷을 갈아입었다. 재빠르게 시트를 갈고 속옷과 함께 둘둘 말아 침대 밑으로 쑤셔 넣었다. 

“엄마 ….”

생각지도 않은 말이 튀어 나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정신없이 집을 나왔다. 무얼 어떻게 사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일단 학교로 가서 가은이를 찾았다. 다행히 가은이가 일찍 와있었다. 다급히 속삭였다.

“날개! 몇 개만 빌려줘라.”

가은이는 단박에 알아듣고 재빨리 꺼내 호주머니 속에 넣어주었다.

“어쩐지 어제 서령이 너, 우울이 하늘을 찌르더라.”

화장실로 달려갔다. 처음 써 보는 생리대를 속옷에 붙이려니 기분이 묘했다. 여자가 아니라 아기가 된 것도 같다. 이런 걸 한 달에 한 번씩이나 해야 하다니, 눈앞이 캄캄하다. 

오후 내내 집에 쑤셔 박아놓은 시트가 걸려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자영업을 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아빠는 오늘도 집을 반짝반짝하게 청소 해놓고 늦은 출근을 했을 것이다. 결벽증 아빠가 그걸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아찔했다. 낯선 불쾌함은 계속 되고 있었다. 이론으로만 듣던 수업을 아무도 모르게 혼자 실습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가은이가 다 안다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마법의 세계에 날아온 것을 환영해.”

맞다! 저런 소리를 엄마한테 들으며 축하는 받은 거라고 친구들에게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엄마도 없는데 아빠는 엉뚱한 데만 예민할 뿐이다 내 가슴에 몽우리가 잡힌 지 오래건만 스포츠 브라를 해야 하는 것도 아빠는 몰랐다. 용돈을 모아 혼자 브래지어를 사서 입을 때 나는 좀 울컥했다. 

아빠는 가끔 술을 드시고는 넋두리처럼 인생은 외로운 거라고 했다. 혼자 여자가 되는 준비를 해야 하는 초등학생의 인생도 외롭다. 사진 속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었다. 



수업이 끝나자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갔다. 침대 밑을 살펴봤다. 시트는 다행히 그 자리에 있었다. 얼른 세탁을 해서 널어두고 오랜만에 이모에게 전화를 했다. 

사진 속 엄마를 꼭 닮은 이모. 이모가 시집가기 전 까진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왔다. 이모 품에 코를 박고 엄마냄새를 찾는 나를 이모는 엄마처럼 살뜰하게 챙겨주었다. 재작년 이모가 먼 곳으로 시집가던 날, 이모랑 나는 많이 울었다. 어린 나를 두고 결혼을 해서 미안하다고 퉁퉁 부은 눈으로 이모가 말했을 때 괜찮다는 걸 보여주려고 애를 썼다.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으면서.

“어머 서령아! 이모가 아기 때문에 우리 서령이한테 신경을 못 쓰고 있구나. 미안해.”

이모는 올해 아기를 낳았다. 이모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목이 메려고 했다. 

“미안하긴 뭐. 소율이 챙기기도 바쁠 텐데.”

감추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게, 무슨 애가 이렇게 까칠하다니? 근데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 있니?”

침을 꼴깍 삼키며 태연한 척 말을 이었다.

“걱정 마. 이제 나도 다 컸는걸, 어엿한 여자가 됐다는 거쥐. 히히,”

“그래, 서령이가 벌써 6학년이지? 근데 뭐라고? 여자가 됐어?”

전화기 너머로 아기 우는 소리가 들렸다.

“이모, 소율이 우나봐. 얼른 가봐. 담에 또 전화할게.”

“서령아. 너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소율이가 부럽다. 전화를 끊고 나도 소율이처럼 울었다. 울어도 아무도 달려와 줄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자 우는 것도 그만 두었다. 배가 또 사르르 아팠다. 인터넷을 검색해 꼭 알아두어야 할 것과 필요한 것들을 적어 두었다. 혼자 견딘다는 건 참, 재미없는 일이다.

저녁 시간에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서령아. 아빠랑 데이트 하자.”

웬 데이트? 요즘 나도 예민해서 아빠하고 사이가 좀 그랬는데, 신경이 쓰였나보다.

아빠는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갔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아빠랑 나랑 둘이서는 웬만해서 가지 않는 곳이다. 이런 곳에 오면 아빠, 엄마, 아이들 이렇게 다 맞춘 퍼즐처럼 아귀가 잘 맞는 가족들이 너무 많다. 

아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이모한테 전화가 왔었다.”

아뿔사, 이모가 입이 가볍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응, 내가 간만에 안부인사 좀 했지.”

일부러 쩝쩝 소리를 내어 먹으며 태연한 척 했다.

“이모가 그러는데, 그러니까 그게….”

이런, 이모가 눈치백단이라는 것도 깜박했다. 

“말하자면, 여자아이인 네가 남자인 아빠랑 둘이만 사는 것이 너한테 무척 힘든 일 일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어.”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다 사래가 들릴 뻔 했다. 

‘뭐야, 이모가 뭐라고 한 거지? 시트를 보셨나? 그대로 있었는데, 못 본 척 한 건가? 

머릿속이 요란스러워졌다. 냅킨을 건네주는 아빠의 표정도 복잡해보였다.

“난 말이다. 네 엄마가 떠나고….”

오랜만에 아빠 입에서 엄마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일부러 딴청을 하는 것을 그만 두고 아빠를 바라봤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건강한 줄 알았던 엄마가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나니 모든 것이 너무 힘들었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질 걸 후회를 해봐야 이미 늦은 때였다.”

외로움이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 저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정말로 외로워보였다. 

“딸인 너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정신이 들었을 때 가장 큰 걱정은 그거였다. 내가 아는 거라곤 깨끗하고 반듯하게 키워야 한다는 것뿐이었어.”

어릴 적부터 아빠한테 가장 많이 들었던 잔소리는 ‘씻어라’였다. 처음으로 그 말속에 담겨진 아빠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래도 아빤 좀 심했어.‘

아빠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혹시 나쁜 병에라도 걸릴까봐 늘 노심초사였어. 너까지 잃을까봐 겁이 났단다.”

“아빠가 나한테 최선을 다했다는 건 알아.”

아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한부모가정 모임에 가입했다. 아빠가 더 노력하마.”

잠시 숨을 고르고 아빠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모가 너 축하할 일 생긴 것 같다더구나. 축하해 서령아.”

얼굴이 빨개져서 얼음물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아빠는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몰라. 이럴 땐 케잌이랑 꽃도 준비해야 하는 거라고.”



저녁을 먹고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전, 거실 탁자위에 있는 가족사진 액자 앞에 앉았다. 사진 속 엄마와 오랫동안 눈을 맞췄다.

“엄마, 미안하지만 이젠 안 되겠다.”

엄마는 알 듯 모를 듯 파리한 미소만 띄우고 있었다.

“예민하기만 하고 눈치라고는 없는 아빠하고 단 둘이는 심심해서 안 되겠다.”

엄마의 얼굴을 가만히 쓸어 내렸다.

“아빠가 이렇게 오랫동안 엄마를 이 곳에 세워두고 의리를 지키셨으니까 엄마도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마. 엄마가 너무 성미 급하게 간 건 인정해야지.”

사진을 꼭 껴안았다. 이렇게 사진을 껴안고 있으면 내 심장은 ‘두근두근’ 뛰는 게 아니라 ‘엄마엄마’ 하고 뛰는 것 같다. 아빠의 외로운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한부모가정모임 보다 더 필요한 건 아빠의 예민한 촉각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새엄마가 아닐까. 언제까지 밥통아줌마랑 아침 식사를 준비하게 할 순 없는 일이다. 나도 내 속옷을 사이즈에 맞춰 골라 줄 새 식구가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 아빠의 등을 떠밀어 줘야 한다.

서랍문을 열고 그 안에 가만히 액자를 눕혔다. 오래오래 눈 맞춤을 하였다.

심장이 조용히 뛰며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엄마안녕, 엄마안녕.’


[당선소감] 많이 듣고 깊이 들여다보는 작가 될 터


아침 일찍 딸아이를 등교 시키던 길에 중앙선 침입으로 교통위반 딱지를 끊었습니다. 짜증을 미간 사이에 잡아두고 우울하게 하루를 보내던 중, 당선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마음은 젤리처럼 탄력을 받아 찰랑거리기 시작했고 우울은 잽싸게 발뒤꿈치 사이를 기어서 사라졌지요. 
인생이란 어느 모퉁이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지 알 수 없어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 동화는 이름 모를 모퉁이에서 만난 커다란 선물이었습니다. 
그림에 빠져 십여 년을 캔버스에 묻었고 수채화가로 자리를 잡고 난 어느 날, 동화가 파랑새처럼 날아와 내 창가에서 지저귀기 시작했습니다. 잊고 있었으나 잊지 않았던, 글을 쓰고 싶었던 열망을 파랑새는 알고 있는 듯 속삭였습니다. 
‘어서 날아봐. 새로운 행복을 찾아 날갯짓을 해봐’
작은 지저귐이 커다란 아우성이 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동화를 쓰면서 바라보는 세상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바라본 세상과 많이 다르면서 또한 닮아있었습니다.
내가 상상하고 꿈꾸는 것들이 그림으로, 글로 표현되어지는 그 축복 같은 요술지팡이가 내 손에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예민한 아빠’의 시작은 목욕탕 앞에서였습니다.
찜질방에 가서 일주일 피로를 푸는 것을 즐겨하는 나는 딸아이를 데리고 탕에 들어갈 때 종종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딸이라서 얼마나 다행이람. 아들이었다면 목욕탕 갈 때 마다 무지 신경 쓰였을 거야’
그런데다가 만약 내가 혼자 애를 키운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편으로, 
‘에휴, 남자들이 딸을 혼자 키운다면 목욕탕엔 어떻게 다닐까?’
바로 그 물음 하나가 예민한 아빠를 만들었습니다.
결손가정이 넘쳐나는 요즈음, 진지하게 그 아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말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동화는 어린이만을 위한 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쓰고 싶은 게 나의 꿈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생각과, 아픔과, 꿈을 어른들에게 전하고 어른들의 실수와, 어리석음과, 외로움을 이해해달라고 아이들에게 떼를 쓰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더 많이 들어주고 더 깊이 들여다보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한 작품에 용기를 북돋워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광주 출생 ▲수채화가


[심사평] 다루기 힘든 소재를 무난하게 형상화 시킨 기량


어른과 아이들이 즐겨 읽을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 나오길 바라며 심사에 들어갔다. 
전국 각처에서 응모한 70여 편의 작품들 소재가 비슷비슷했다. 세태의 반영인지는 모르겠지만 양로원이나 요양원으로 간 할머니들, 보육원에서 입양해 온 아이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리고 판타지 동화보다는 생활 동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예선을 거쳐 올라 온 동화는 다섯 편이었다.

<이젠 외롭지 않지?>는 캐나다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와 치매할머니와의 관계를 그렸다. 할머니들의 삶이 너무 강하게 부각되어 흥미를 잃게 했다. 
<꽃잎의 노래>는 주인공 솜이 사계절 중 봄만 있는 학교로 전학가고 싶다는 도입부분이 신선했다, 그 다음이 어떻게 전개 될 것인가? 무척 궁금했는데 삼각관계로 얽힌 일상의 친구들 갈등이 나열되어 있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멧돼지 사냥>은 마을에 나타난 멧돼지들을 없애는 과정과 동물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이 잘 전해졌지만 지나치게 도식적인 느낌을 갖게 했다. 
<천년의 소년>은 꿈에 본 가야시대 통나무배를 통해 광주 5.18때 잃은 아이를 그리워하는 슬픈 가족들을 이야기 했다. 건영의 묘에 놓인 통나무배가 자연스런 접목의 도구 없이 곧바로 판타지로 바뀌는 과정이 생소했다. 
<예민한 아빠>는 문장이 쉽고, 간결했다. 군데군데 나타난 외래어가 걸리긴 했지만 다루기 힘든 소재를 무난하게 형상화 시켜낸 기량이 뛰어났다. 또한 요즘 어린이들의 눈높이와도 잘 맞춰져 있었고, 촘촘하게 글을 엮어 낸 솜씨도 돋보여서 당선작으로 정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떨어진 분들에겐 격려와 위로를 보낸다. 

김옥애
▲197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장편동화 '엄마의 나라', '별이 된 도깨비 누나', '들고양이 노이', '그래도 넌 보물이야' 등 다수 발표 
▲한국아동문학상, 2010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및 한국불교아동문학상

노운서
▲2009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조선대 교육학 박사
▲동화 '황금갈매기', '졸라도깨비와 무지개떡', '노마의 진짜꿈' 등 출간